20. 03. 11.
중고등학교때, 국어시간에 시나 소설 읽는게 그렇게 재밌었다. 수능특강이나 수능, 모고 문제를 풀 때도 풀라는 문제는 안 풀고 시에서는 마음에 드는 구절에 체크하거나 소설에서는 세세하게 묘사된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면서 그 감정에 동화되는게 즐거웠다. 그래서 국어 선생님이 되어서 작품들 많이 감상하고 많이 가르치고 싶었다. (옆길로 새면 대학교에서 문학 수업 듣는게 그렇게 행복했다. 문학 사조나 문학 이론 배우고 작품을 더 깊게 보는게 너무 재밌었다. 아마 지금까지 통틀어 공부하는 것 자체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
막상 국어 선생님이 되겠다고 임용 공부를 해보니 국어=문학이 아니었다. 분명 고3때 비문학 열심히 풀고 화법 작문 영역도 풀었는데 (심지어 문법은 생각조차 안함)그건 국어로 인식하지 않던 기적의 논리..
어릴때의 이상과 지금의 현실이 달라서 허덕이다가, 교생 때하고 작년에 처음 일 했을 때에는 국어에서 읽기/쓰기 영역을 맡아 가르치게 되면서 내가 어릴적 생각하던 국어 선생님과는 이미지가 더 멀어졌다.
그러다가 오늘 동학년 선생님과 가르칠 단원을 협의한 결과, 내가 문학 단원을 맡아 가르치게 되었다. '어렸을 적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그렇게도 그리던 문학 가르치는 국어 선생님이 되었다. 잘 해보고싶다. 잘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