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답지 않게 왜 이리 예민하게 굴어?"
지난 11월 초중순까지만 해도 빈대 출몰 소식에 전국이 불안함에 떨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아지들이 조금이라도 긁기만 하면 혹여나 나를 따라온 빈대에게 물린 건 아닌지 걱정하곤 했다. 다행히 사람도 강아지들도 무탈하게 빈대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였고, '빈대 팬데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이들이 빈대 공포에 휩싸였지만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되며 빈대 출몰 소식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분주해졌는가.
콩자의 생일을 맞이하여 콩자에게 외동 Day를 선물했다. 다둥이 집에서 단둘이 외출하는 건 나에게도 콩자에게도 분명 설레는 날이지만 문득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외박을 하려니 '혹시병'이 도진 모양이다. 덕분에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짐가방은 점점 무거워졌지만 마음만은 홀가분해졌으니, 나름 만족한다.
여행지를 강원도로 정한 건 콩자와 함께 눈을 밟고 싶어서, 그리고 콩자 생일을 핑계로 동해 바다를 보고 싶었던 이유다. 다행히 매서운 바람이 불지 않아서 예정보다 꽤 긴 시간을 바다 앞에 있었다. 언어로 대화를 나눌 순 없지만 오래 함께한 강아지는 리스닝이 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들리는 건 파도 소리뿐이지만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도록 내 곁에 있어달라는 마음이 콩자에게도 전해졌길 바란다. 빈대가 아닌 그 무엇이 너에게 또 도전장을 내밀어도 절대 지지 않게 내가 지켜줄 거니 너는 견생을 즐기기만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