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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껌정호랭이 Black Tiger Oct 05. 2023

26. 우리 사랑 씨의 꿈은 꼭 이루어진다.

우리 사랑 씨는요? 어려서부터 몸이 많이 약했었다고 한다. 막내로 태어나서 그런지는 몰라도 진실 씨가 알기로는 아마 5~6살까지 엄마나 큰엄마 등에 업혀서 자랐고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자기 손으로 밥 한번 챙겨 먹지 않았다고 한다. 진짜 몸이 약해서 그런 건지, 성인이 된 아니 나이가 지긋이 먹고 난 지금의 성격처럼, 느긋하고 본인 위주의 생각대로만 살아서 그런 것인지는 확인을 할 수 없지만...


그러나 천성이 착한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연애시절에 진실 씨가 사업하면서 힘들어 허덕일 때 매일처럼 찾아와서 도와주고 위로해 주고 안정을 주었던 것은 물론 결혼 후에 지민이를 출산하고 외할머니 그리고 동생들과 함께 살면서 하던 행동들이나, 정민이를 임신하고 상당히 힘든 상태에서도 어머님이 병원에 입원하시자 임신한 그 몸으로 병실에서 잠을 자면서도 군소리 한마디 없이 병시중을 들던 모습 등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고맙고 기특하기까지 하다.


말로 본인은 막내라서 자기가 이기주의자이고 살림살이도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고 하고는 있지만 실은 젊어서는 진실 씨가 밤늦은 시간에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와도 아무런 군소리 없이 뒤처리를 다 담당해 줬었고, 앞침 일찍 출근하는 진실 씨 아침밥은 물론 아이들 학교가 시내에서도 좀 멀리 있는 곳에 입학을 시켜서 일찍 등교를 함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아침을 거르고 보낸 적이 없었다. 성질이 급한 진실 씨와는 다르게 공주인 정민이가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 구시렁 대고 투덜대는데도 그 모든 행동들을 참으며 얼르고 달래서 꼭 아침을 먹여 학교에 보냈었다.


그렇게 지금은 아이들은 다 성장을 했다. 그러나 정민이 임신했을 때부터 한 3~4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진실 씨와 맞벌이를 하면서 열심히 성실하게 살았다. 그러나 진실 씨의 金庫와는 별도로 사랑 씨 본인의 金庫는 항상 꼭꼭 잠가 놓아 사랑 씨의 재산 수준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얼마나 있는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원천적으로 꼼꼼한 성격은 아니었기에 정반대의 성격인 진실 씨 눈에는 가끔 허점도 많이 보였었다.


사랑 씨 장롱이나 화장대를 열어 보면 여기저기 현금 뭉치가 굴러 다니기도 하고 진실 씨가 명절 때마다 업체에서 명절 선물로 주어서 받아온 상품권들이 몇십 년이 지날 때까지 사용하지 않고 아껴 두어서 장록 서랍에 처박혀 있기도 했다. 그래서 혹시 도둑이 들어와서 가져가면 어쩌려고 현금을 집에 두냐고 뭐라 하면 지금 세상에 도둑이 어디 있느냐며 본인은 다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두 번 몇만 원은 급하게 진실 씨가 현금이 필요할 때 슬쩍 가져다 썼는데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물어보지 않는 걸 보면 기억을 못 하는 것은 분명하다.


세심하거나 꼼꼼한 성격은 아니며 많은 말을 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진실 씨 가정의 애경사에는 또 적극적이었다. 진실 씨가 하고자 하는 일에 반대의견을 낸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진실 씨네 애경사는 항상 부모님들이 서운하지 않게 잘 치렀으나 가끔은 도리에 맞지 않는 일에는 본인 성격대로 조금은 심할 정도로 직선적인 말과 행동을 함으로써 진실 씨 형제들은 그렇게 달가워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크게 벗어난 행동들이 없었기에 형제들도 앞에서 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넉살 좋은 맏며느리들처럼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다.


진실 씨 입장에서는 가끔은 그런 직설적인 행동들이 불만인 적도 많았지만 사사건건 뭐라 할 정도는 아니기에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진실 씨 아버님이 운명하시기 직전 아버님 손을 잡고 하던 마지막 말"걱정 마시고 좋은 곳으로 편하게 가셔라 맏며느리인 자기가 잘하겠다"라고 하던 말이나 본인 어머님이 운명하실 때 손을 잡고 안정을 시켜드리면서 하던 말이나 그 모든 것들이 사랑 씨의 본심일 것이기에, 천성은 누구보다 착한 여자이지만 세상이 변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막내들의 근본 성격이 되살아나면서 개인주의로 변한 것은 아닐까?라는 쪽으로 이해를 하면 편하다.


그러나 요즈음은 아쉬움도 많이 든다. 누구와 잘 융합하는 성격은 아닌 걸 알지만 여러 가지 문제들로 진실 씨가 형제들과 사이가 멀어져 있을 때 한 번쯤 맏며느리로서 장남인 진실 씨와 형제들 간의 융화를 위해서 강한 자존감으로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진실 씨를 위해서 동생들에게 중간에서 한 번쯤 융화의 제스처를 해줬으면 어떨까? 하는 바람과 시골 고향에 홀로 외롭게 계시는 어머님께 매일은 아니더라도 명절이나 생신 때만큼이라도 안부전화 한 통이라도 진심에서 우러나서 해주기를 진실 씨는 바라지만 그런 가식적인 행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랑 씨가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도 된다. 나중에 본인의 며느리나 사위가 이런 행동들을 했을 때 뭐라고 할 것이며, 어떻게 대처할지가? 하지만 진실 씨는 혼자 가슴 앓이 할 뿐 어떠한 제안도 하지 않고 "그냥 본인의 생각대로 편안하게 행동하면서 살아가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넘어간다. 왜냐면 진실 씨가 세월의 풍파에 변해버린 사랑 씨의 고집을 이길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래야 지금의 가정에 평화가 있을 것 이기에 때문에...


그러나 사랑 씨의 마음속에는 항상 큰 꿈을 안고 있었다. 사업을 해서 꼭 성공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남들 앞에 커리어 우먼으로 부유하게 화려하게 자신 있게 보이고 싶었고 남들 앞에 나서서 부러움을 받으며 살고도 싶어 했다. 인간들이 다 그렇겠지만 사랑 씨는 조금은 더 그런 면이 강하게 있었다. 항상 다른 사람들한테 지는 걸 싫어했고 남들보다 앞서고 싶어 했다. 그래서 여러 종류의 사업을 시도해 보았다.


진실 씨는 그런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랑 씨임을 알면서도 제대로 한 번도 밀어주지 못하고 있음을 언제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제일 큰 원인은 자금이 충분치 않았고 또는 본인 남자가 사업을 성공해서 사랑 씨의 꿈을 이루어 주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사랑 씨가 사업을 하겠다고 아이템을 제시했을 때는 단 한 번도 반대한 적은 없었고 오히려 적극적이었다. 왜냐하면 진실 씨가 살아오면서 느낀 성공 사업가들을 보면 우연찬은 기회에 멋모르고 시작한 사업이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도 많이 있었기에 혹시 사랑 씨도 그런 반열에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가 있어서였다.


사랑 씨의 첫 사업은 강아지 애견 옷을 제작해서 판매하는 일이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말 그대로 無에서 시작해 "jijy"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옷을 제작해서 여기저기 동물병원에 직접 운전하고 다니면서 샘플을 뿌리고 열심히 판매활동을 했으나, 유행을 타고 있는 지금처럼 인기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당시에는 시점이 조금은 빨라서 판매가 순조롭지 못해 고생한 보람도 없이 정리를 해야만 했다.


두 번째 사업은 명동에서 소시민으로 시작하게 된 마사지샵이었다. 시작은 좋았고 운영도 그런대로 했었지만 알 수 없는 국내외의 경제사정으로 인해 긴축재정이 오랫동안 진행되다 보니 삶의 필수제가 아닌 서비스 영역인 피부관리는 뒷전으로 밀리면서 비싼 운영비와 풍부하지 않은 전문 인력들의 인력난으로 큰 꿈은 다시 접어야만 했다.


그리고 세 번째 "누군가가 인간들에게는 평생 동안 삼세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번에는 분명코 성공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 남대문에서 헤어액세서리 전문샵을 오픈하게 된다. 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나름의 큰 계획을 가지고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은 채 혈혈단신 남대문 시장 바닥에 뛰어들어 관련 업무를 5~6년 정도 배우고 익혔다. 


진실 씨는 지금 나이에는 평생 하던 사업도 마무리하고 쉬어야 할 인생타임에 무슨 사업이냐며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제시도 했지만 사랑 씨는 꼭 하고 싶어 했다. 다행히도 진실 씨 남동생이 사업차 중국과 연관이 많아 처음에는 동생 직원들의 도움으로 시작을 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운영은 잘 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진실 씨는 처음 오픈 때 잠깐 도움을 준 것 외에는 일절 관여를 하질 못한다. 어느 점쟁이한테 사업을 시작하면서 말을 들었는데 진실 씨가 관여하면 사업이 잘 안 된다고 했다면서 아예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했다. 처음에는 너무나 서운했다. 나름 큰 회사 운영을 도 맡아서 할 정도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단 한마디 운영에 대해 자문을 구한다거나 물어보지도 상의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혀 경험도 없는 아들이나 딸한테 물어보기만 했다. 진짜 서운해서 화가 치밀어 오르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은 다르다. "얼마나 절실하면 그 정도로 한낱 점쟁이의 말에 빠져서 저 정도로 거리감을 둘까?" 이해가 되기도 한다.  아니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꼭 성공해서 사랑 씨가 누리고 싶은, 해보고 싶은, 모든 것들을 해보기 만을 진심으로 바란다. 


어쩌면 그것이 진실 씨로서도 행복한 일일 것이다. 본인이 남편으로서 이루어 주지 못한 꿈을 사랑 씨 스스로가 사업을 성공해서 누린다면 그 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 씨의 사업이 반듯이 꼭 성공하길 바라면서 여태껏 큰 불평불만 없이 잘 살아 줬고, 아이들 둘 잘 키워서 사회로 내 보내줬고, 진실 씨 인생에 많은 부분을 함께 해 주면서 크게 부딪히지 않아 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부탁이 있다면 항상 하는 말 "내가 이 나이에.."라는 말은 조금은 삭히고 이 나이에 못할 것이 없겠지만 조금은 조절할 줄도 알고 젊어서 처럼 집안일도 조금은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랄 뿐이다.


진실 씨 본인이, 사랑 씨가 채워 주지 못하는 편안한 가정에서의 엄마들이 해줘야 할 세심한 일들은 아이들한테는 해주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채워 줄 생각이니, 부담 갖지 말고 가끔씩만 집안 살림에 대해서도 생각은 해 주면 좋겠고, 주말이며 말없이 어디론가 사라질 때 제발 부탁이지만 행선지 만이라도 말로 하기 싫으면 SNS에다라도 알리고 다녀오기만 바랄 뿐...


이제 우리 나이에는 아무도 모르게 어디 가서 혹여 잘못된 일이 발생하면 아이들이 부모인데 찾지 않을 수도 없고, 찾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하겠는가? 부탁이지만 아이들에게 부담되는 부모로 남겨지지는 안았으면 한다. "나이 들어서 자식들에게 도움은 주지 못할지언정, 짐이 되지 않는 것" 이 또한 여태껏 우리 부부가 함께 생각해 왔던 생각이지 않던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사업 대성 하길 바라고 자식들에게 좋은 부모로 기억되도록 서로가 노력합시다."


모든 대한민국의 남편들이 진심으로 마음속으로 하는 말과 같이 진실 씨도 사랑 씨에게 말합니다.

"그동안 본인 만나서 고생만 시켜서 미안하고, 고마웠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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