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전시 마지막 날.
조명이 하나둘 꺼지고, 부스 안의 꽃 자수 전등들이 차례차례 박스 속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마치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귀가 준비를 하는 선생님처럼 하나하나 작품의 위치를 고쳐 잡고, 천으로 덮어주고, 포장 테이프를 붙였다.
“조심해야 해. 얘네 오늘 하루 종일 사람들 구경하느라 피곤했을 거야.”
엄마의 농담에 나는 웃었지만, 그 말속에 담긴 애정이 느껴졌다.
전시장에서의 엄마는 집에서 보던 모습과 조금 달랐다.
평소엔 자수에만 집중하던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낯선 사람들에게 웃으며 작품 이야기를 들려주고, 바늘을 몇 번이나 찌른 손으로 명함을 건넸다.
오후쯤, 한 중년 부부가 전등 앞에 오래 서 있었다.
“이건 정말 손으로 만든 건가요?”
엄마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만든 거예요. 실 하나하나로.”
그 부부는 몇 분 동안 꽃을 바라보다, 사진을 찍고 “정말 아름답네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 짧은 대화 이후, 엄마의 표정은 훨씬 부드러워졌다.
모든 작품을 정리하고, 엄마는 전시장 문을 나섰다.
코엑스 앞 광장은 이미 저녁 공기로 차 있었고,
유리 건물 사이로 번쩍이는 불빛들이 유난히 깨끗하게 보였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 엄마는 무릎 위에 놓인 상자를 계속 바라봤다.
“집에 있을 땐 그냥 내가 만든 물건이었는데…
여기선 사람들 눈이 달랐어.
마치… 진짜 ‘작품’이 된 것 같더라.”
나는 그 말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조용한 순간이 오래가길 바랐으니까.
엄마는 이어서 말했다.
“팔린 것도 기쁘지만, 나는 사람들이 ‘예쁘다’고 해준 게 제일 좋았어. 그 한마디 들으려고 밤마다 바느질을 했나 봐.”
그 말에 나는 웃었다.
“엄마, 그럼 다음엔 더 크게 해 봐. 코엑스보다도 큰 데서.”
우리는 그렇게 웃으며 집으로 향했다.
오늘 하루는, 서울의 한가운데서
엄마의 꽃들이 세상과 첫인사를 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