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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약하는 당신이 미워하면 안 되는 사람

18. 미워도 다시한번

by 소만

절약을 하려면 멘털 관리가 필수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주변의 방해와 소음에 귀 기울이지 않고 나만의 정도를 걷기 위해서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다. 상대를 미워하거나 적으로 두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우리 삶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내의 멘털을 흔들지만 미워하면 안 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1. 나보다 먼저 OK 캐시백 쿠폰을 뜯어가는 사람.

직장에서 모으는 쿠폰은 한정되어 있는데 나처럼 앱테크나 쿠폰, 포인트를 열심히 모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 덕분에 주변의 쿠폰은 100% 내 것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밉다. 당신만 없으면 이 눈먼 쿠폰, 포인트 다 내 것이 되는데...


하지만 이 사람은 동지다. 적으로 두지 말고 내편으로 두자. 내가 모르는 할인 정보, 쿠폰 정보를 알 수 있다. 게다가 절약은 혼자 하면 힘들지만 나 같은 인간 하나 더 있으면 은근히 의지가 되기 때문에 좋다. 그들의 절약 포인트를 눈여겨보고, 금리 높은 은행 정보를 공유하여 같이 자산을 불리자. 주위에 나 같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으면 혼자 걷는 길이 외롭지 않다.


2. 외모에 신경 쓰는 사람.

외모를 가꾸는데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 있다. 자신을 꾸미고 다듬는데 시간과 돈을 쓴다. 옷, 화장, 머리, 가방, 피트니스 등 유행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그들을 보고 있자니 속으로 한심한 생각도 든다.


그런데 그거 아는지. 학생 때 공부만 잘하면 성공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절약만 하면 돈 모을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진짜 똑똑한 사람은 공부도 잘하는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돈을 제대로 모아 본 사람이 나중에 쓸 때 쓰면서 산다. 외모에 유독 신경 쓰는 사람을 한심하게 볼 필요는 없다. 진정한 능력을 갖춘 사람은 자신도 잘 가꾸고 일도 잘하고, 돈도 잘 모은다. 돈만 가꾸지 말고 몸도 센스도 가꿔야 하니 보고 배우자.


3. 돈 잘 쓰는 사람

박봉에도 돈을 잘 쓰는 사람을 가끔 본다. 여행, 맛집, 새로 생긴 집, 명품, 차에 돈 쓰는 그들을 보며 당신은 상대의 미래를 걱정하는 동시에 비난한다. 속으로 지금 모아야 하는데, 아껴야 되는데, 나중에 어쩌려고 하는 생각은 그저 쓸데없는 오지랖일 뿐이다.


당신은 이 사람을 고마워해야 한다. 경제는 돈이 돌아야 성장한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만 득실대면 우리 경제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돈을 쓰는 사람이야말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넣어주고 경기를 살려주는 영양가 있는 사람들이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리는데 절약하며 아끼는 당신은 별 쓸모가 없다(연말 정산 할 때 돈 뱉어 낼 경우만 쓸모 있지). 남의 소비생활 신경 쓰지 말고, 나 나 잘하자. 우리는 갈길이 멀다.


4. 그렇게 살지 말라고 나를 훈계하는 사람.

예전에 나는 ' 돈을 좇으면 돈이 달아난다.', ' 젊은 사람이 그렇게 살면 안 된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때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었다. 내 눈에 당신도 지금 아끼고 사는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살지 말라고? 당신은 지금 돈이 많으니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사람들과 거리를 뒀다. 내 목표와 의지를 꺾는 말에 마음 쓰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나도 그들 나이가 되었다. 가끔 주변에서 예전의 나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들을 본다. 열심히 절약만 하고 사는 사람, 꾸미지 않고 일만 하는 사람, 일하느라 돈 쓸 줄도 모르는 사람, 자신을 챙길 줄 모르는 사람. 그들을 보면서 나는 '~하면 더 예쁘겠다.', '~도 잘 어울린다', '~해봐라' 같은 말을 넌지시 건넨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할 때마다 그 선배들이 생각난다.

15년이 지나서 알았다. 그때 내가 코웃음 쳤던 그 말은 결코 나를 미워하거나 불쌍해 보여서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조금 더 삶을 즐기고 또래들처럼 눈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건넨 말이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듣기 싫어 피했던 말은 나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관심이었음을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

혹시 당신에게 이런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예전의 나와 다르게 생각해 주길 바란다. 나를 생각해 주는 말이라고, 나의 행복을 바라는 말이구나 하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나처럼 코웃음 치며 미워하지 말고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15년 전 나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고 했던 두 선배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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