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7천 원? 그거 왜 해요?
17. 공무원 부업 : 컴 00 아메리카노 4잔 사고 1000원 남는 돈
24년 11월 26일 화요일 아침, 공무원 겸업 신청을 했을 때 옆에 있던 동료가 물었다.
"그거 해서 얼마 벌어요?"
"음... 한 달에 7천 원 정도?"
"한 달에 7천 원? 그거 왜 해요?"
한 달에 7천 원 버는 일을 왜 하는가? 내가 하는 일에 비해 대가로 받는 7000원은 턱없는 액수다. 예전 같으면 자존심 상했을 테지만 지금은 웃어넘길 만큼 여유가 생겼다.
나는 왜 7천 원밖에 못 버는 일에 시간을 쓰는가? 글을 쓰기 전에는 넓은 세상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사회생활의 모든 것은 일과 업무였다. 나는 일로 평가받았고, 주어진 일을 하기 위해 내가 존재했다. 만나는 사람도 대부분 일과 관련된 인연들이었다.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은 역행자라는 책을 읽은 후였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은 나에게 자살을 떠올리게 한 상사 때문이었다. 그때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글로 남겼다. 누구의 도움 없이(파트타임으로 사람을 쓸 만큼 돈을 못 버니) 아이 둘 오롯이 키우며, 눈물을 삼키며 일하는 시간에 대해 비공개 글을 써 내려갔다. 가정통신문을 만들고 업무 계획서를 상신하거나 공문을 보낼 때만 글을 쓰다가 나를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러다 브런치라는 기회도 잡을 수 있었다.
글을 쓴 지 일 년쯤 지났을까? 블로그에서 광고를 달아 주겠다고 팝업이 떴다. 내가 올리는 글은 정보성 글과 책 리뷰가 대부분이다. 정보성 글은 가족들과 여행을 가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다. 내가 보고 듣고 알게 된 사실을 쓰고 사진과 동영상을 편집하여 올리고 맞춤법 교정까지 하면 2시간 정도 걸린다. 가끔 주식과 관련된 글도 올리고 매달 작성하는 가계부도 공개한다.
작년에 책을 리뷰하는 글을 많이 썼다. 보통 한 권의 책을 읽고 2~3개의 글을 포스팅을 한다. 500쪽 기준으로 책을 한번 읽는데 10시간 정도 걸리고, 요약하는 시간은 6시간쯤 소요된다.
이 글은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검토받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생각나는 말, 하고 싶은 말, 하지 못한 말을 내 방식대로 남긴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 시간, 퇴근 후 집안일을 마치고 시간이 나면 나는 오로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힘드냐고?
아니다.
안 하면 힘들다. 못하면 하고 싶다.
나는 파일럿 프로그램일 때부터 10년 넘게 '나 혼자 산다'를 시청했었다. 내가 가장 행복한 시간은 금요일 밤. 맥주와 안주 세팅해 놓고 나혼산을 보며 나 혼자 숨죽여 웃을 때였다.
금요일 밤 나혼산을 보며 혼자 낄낄대며 웃던게 낙이었다.나혼산을 못 보면 다시 보기로 모두 챙겨 봤다. 그런데 그걸 끊었다. 이제 재방도 유튜브 짤도 안 본다. 금요일에 일찍 자고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책을 읽는 게 더 좋기 때문이다.
가끔 주말 아침에 '나와 데이트'하러 나온다.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면 한 달 평균 7000원이 들어온다. 일주일에 1500원 정도 되는 커피값은 개인적인 시간은 모두 읽고 쓰는데 보낸 결과다. 또한 얼마 안 되는 이 돈은 오로지 하고 싶은 일을 한 후 받는 돈이다.
" 저는 글을 쓰고 한 달에 7000원을 법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돈을 써야 하지만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커피값도 벌고 있지요.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없었던 전과 비교하면 더 나아졌습니다.
저는 제 삶에서 가장 괴로운 시기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같은 일을 더 행복하게 하고 있습니다. 7000원은 그 과정에서 생긴 덤입니다."
한 달에 7천 원 버는 일을 왜 하냐고 묻는 동료에게는 웃으며 넘겼지만, 속으로 하고 싶었던 말을 이렇게 남겨본다.
P.S. 아, 그렇게 번 돈으로 뭐 했냐고요?
다시 책을 샀습니다.
그러면 소득공제를 받겠지요.
또 일부는 중고로 판매할 예정입니다.
정말 럭키비키 아닙니까?
소득공제 사이트가 열렸습니다.
작전 잘 짜셔서 좋은 결과 있으시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