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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의 바다 앞에 서다

프롤로그

by Elizabeth Kim

한때 캐나다에서 준공무원으로 살아갔다. 안정적이고 보장된 직업이었지만, 은퇴가 다가오자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깊은 고민이 밀려왔다.


2022년 3월 2일, 안정된 삶을 뒤로한 채 한국행을 택했다. 갑작스러운 이동이었지만, 새로운 땅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살아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2년 동안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 익숙한 언어 속에서 낯선 일상을 경험했다. 그 낯섦이 다시 글을 쓰게 만들었고, 그 결과 《꿈이 다시 내게 말해》라는 책이 태어났다. 공무원이 되는 과정과 정보를 담은 책이었지만, 사실은 오래전부터 가슴 깊은 곳에서 들려오던 여행자의 목소리가 다시 깨어난 증거였다.


돌이켜보면 삶의 가장 큰 기쁨은 언제나 여행에 있었다. 떠남은 설렘을 주었고, 돌아옴은 단단함을 남겼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앞으로의 시간도 그렇게, 길 위에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일깨워 주었다.


다시 캐나다로 돌아왔을 때, 거대한 오대호가 눈앞에 펼쳐졌다. 온타리오, 이리, 미시건, 휴론, 슈페리어. 이름은 호수이지만, 그 풍경은 다섯 개의 바다였다. 끝없이 이어지는 물결은 속삭였다.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하라.”


그 부름에 응답하기 위해 이 책을 쓴다. 여행의 풍경, 함께 걸은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나를 담아낸 기록. 은퇴 이후의 삶, 한국에서의 시간, 그리고 오대호를 따라 걷는 동안 마주한 깨달음들이 모여 있다. 또한, 길을 따라가고 싶은 이들을 위해 작은 여행정보와 길 위의 팁까지 함께 담았다.


무겁게 채워진 삶을 잠시 내려놓고, 비움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 다섯 개의 바다 앞에서, 새로운 첫 발자국을 내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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