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에서 시작을 배우다
지도에서 캐나다를 천천히 따라 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뾰족하게 튀어나온 선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대륙이 손가락 끝을 내밀어 호수와 맞닿은 듯한 곳. 그곳은 바로 포인트 필리 국립공원(Point Pelee National Park)이다.
이름부터가 흥미롭다. ‘포인트’는 끝을 뜻하고, ‘필리(Pelee)’는 프랑스어 pelée, ‘민둥한(bald)’이라는 말에서 왔다. 실제로 이곳은 산도 능선도 없이 평평한 대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민낯 그대로 호수 쪽으로 길게 내민 땅. 이름과 완벽하게 닮았다.
쉰 살이 넘은 나이에 이곳에 왔다. 보통은 이 시기를 ‘속도를 늦춰도 괜찮은 때’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오히려 속도를 높였다. 캐나다에서 공무원으로 살아온 안정된 삶을 내려놓고, 여행작가라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으니까.
낯선 길은 언제나 두렵다. 누군가가 깔아 둔 레일을 따라가던 삶에서 벗어나, 나 스스로 발자국을 내디뎌야 했으니까. 1년 동안 글을 쓰고, 걷고, 기록하며 온 힘을 다했지만 어느 순간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듯한 시기가 찾아왔다. 그런 내 앞에 포인트 필리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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