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로 둘러 쌓인 무대

너를 바라보며..

by 사유독자

조명이 켜지면
너는 항상 남의 표정을 먼저 살핀다.
웃어야 할지, 멈춰야 할지
누군가의 눈썹 한 올에
너의 하루가 흔들린다.

무대는 분명 너에게 주어졌는데도
너는 관객의 숨소리에 맞춰
발걸음을 바꾼다.
네가 원하는 길은
한 번도 너의 선택으로 시작된 적이 없다.

저 기선 저게 옳다 하고
여기선 이게 맞다 하니
너는 가면을 바꿔 쓰며
남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간다.

남의 떡은 언제나 더 커 보이고
네 손에 쥔 것은
늘 작고 보잘것없어 보인다.
그래서 너는 기웃대고
기대고
흔들리며
본래의 중심을 잃어간다.

막이 내려 조용해지면
그제야 너의 가면이 바닥에 떨어진다.
그리고 텅 빈 무대 위에서
남의 떡은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너는 늦게서야 깨닫는다.

그 순간
미약하지만 분명한
네 안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는 나로 서도 괜찮지 않을까.”

금요일 연재
이전 04화관심을 갈구하는 사람의 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