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땡겨요’로 살펴본, 신사업 검토의 도구 SWOT 분석
4P 이론을 기준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건 광고나 프로모션, 제품 기획에는 확실히 도움이 됐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또 무엇을 강조해야 하는지,
막연했던 것들이 좀 잘 잡히더라고요.
근데 마케팅을 하다 보면 이와는 다른 종류의 일도 한 번씩 찾아옵니다.
예를 들면 신규 서비스를 하나 만들어야 하는 상황.
보통은 TF가 구성되고, 신사업에 투입될 인원들이 차출되는 걸로 시작하죠.
마케팅 또한 신규 서비스 검토와 론칭 캠페인에 필요한1순위 차출 대상입니다.
대개의 경우 위에서 하고 싶은 방향이 있고,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우리도 플랫폼 서비스에 한번 진출해볼까요?”
이미 해야 하는 일은 사실 정해져 있고, 우리는 그걸 기획서로 만들어야 합니다.
근데 그렇다고 “사장님이 하라고 시켰음”이라고 쓰는 간 큰 사람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어요.
또한 실제로 방향이 정해져 내려왔다고 해도, 이게 괜찮은 서비스가 될지, 보완할 부분은 없는지. 이 과정을 한 번 더 검토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이걸 왜 해야 하는지,
검토해봤더니 어떤 근거로 해볼 만하다던지,
혹은 어떤 위험 때문에 접어야 한다던지.
말로 의논하다 보면 실무자들의 의견은 어느 정도 일치가 되지만, 경영진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참 정리가 그렇게 안 될 수가 없어요.
이럴 때 유용한 마케팅 이론이 SWOT입니다.
강점, 약점, 기회, 위협.
사실 별거 없습니다.
장점, 단점 나누는 거니까요.
근데 이상하게 그냥 생각으로 넘길 때랑 칸 나눠서 적을 때가 다릅니다.
가로 세로로 작대기 두 개 그어놓고, 네 사분면 만들어 놓고 적기 시작하면 그냥 지나쳤던 것에 하나씩 이유가 붙습니다.
신한은행 ‘땡겨요’를 떠올려보면 2021년 전후 배달앱 시장은 이미 정리가 된 상태였습니다.
배달의민족이 점유율 60% 이상을 가져가고, 요기요와 쿠팡이츠가 그 뒤를 따라가는 구조.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미 쓸 앱이 정해져 있었고, 리뷰, 결제, 주소 정보까지 다 쌓여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시장에 예상치도 못했던 '은행'이 들어옵니다.
금융회사가 배달앱을 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낯선 선택이었죠.
담당자들의 질문은 단순했을 것 같습니다.
이걸 우리가 해도 되는 건가.
Strength(강점) – 이미 가지고 있는 것
신한은행이 가진 건 분명합니다.
신뢰, 그리고 데이터.
은행이라는 업 자체가 주는 신뢰가 있습니다.
새로운 앱을 하나 더 깔게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신한이 한다니까 한번 써볼까”, 이 정도의 이유는 됩니다.
따져보니 결제 인프라도 이미 갖고 있었습니다.
계좌 기반 결제, 간편결제, 정산 시스템.
이건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영역입니다.
실제로 ‘땡겨요’는 계좌 기반 결제를 중심으로 캐시백, 포인트 혜택을 빠르게 붙였습니다.
또 하나는 데이터입니다.
카드, 계좌, 소비 이력.
이걸 기반으로 지역별 소비 흐름이나 상권 특성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배달앱 입장에서는 이게 처음부터 있는 상태로 시작하는 셈입니다.
Weakness(약점) – 익숙하지 않은 방식
생각보다 많은 장점이 있다는 건 정리하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근데 약점을 적기 시작하면 다시 멈칫하게 됩니다.
은행이 배달앱을 잘 만들 수 있냐.
이건 다른 얘기입니다.
배달앱은 빠르게 바꾸고, 실험하고, 바로 수정하는 구조입니다.
근데 은행은, 오류를 줄이고, 리스크를 관리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구조입니다.
해왔던 업의 방식이, 그리고 실행의 문화가 다릅니다.
UI/UX도 마찬가지입니다.
배달앱은 다시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고 일사천리로 주문할 수 있게 UI가 구성되어야 하는데,
금융앱은 금전 거래에 오류가 있으면 절대로 안 되기 때문에 확인 단계가 많은 구조입니다.
실제로도 초기 출시했을때 ‘땡겨요’도 편의성 면에서는 기존 플랫폼 대비 아쉽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현실적인 부분.
배달앱은 초기 프로모션 비용이 큽니다.
쿠폰, 할인, 광고.
사용자를 데려오려면 돈을 써야 합니다.
이걸 금융회사 내부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냐.
이건 기능 문제가 아니라 조직과 문화의 문제입니다.
Opportunity(기회) – 불만이 쌓인 시장
배달앱 시장은 포화 상태였지만, 동시에 불만도 쌓여 있었습니다.
특히 수수료 문제.
당시 배달앱 수수료는 주문 금액의 6~12% 수준까지 올라가 있었고, 여기에 노출을 올리기 위한 광고비까지 붙어 있었습니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상당한 구조였습니다.
이 시기에 수수료 인상 논란과 점주 반발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여기에서 신한은행의 진입 명분이 생깁니다.
‘땡겨요’는 2% 수준의 낮은 중개수수료를 내세웠습니다.
기존 대비 확실히 낮은 구조였습니다.
여기에 정산 주기 단축, 금융 연계 서비스까지 붙입니다.
단순 배달앱이 아니라 점주 입장에서 부담을 줄여주는 플랫폼.
이건 기존 플랫폼과는 다른 방향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회 요인.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 배달앱,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밀던 시기였습니다.
정책적 환경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진 괜찮다 싶었는데,
또 위협 요소를 살펴보다 보니 만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Threat(위협) – 결국 바꾸기 어렵습니다
제일 크게 걸리는 건, '사람들은 잘 안 바꾼다'는 겁니다.
특히 배달앱은 더 그렇습니다.
이미 쓰던 앱이 있고, 결제도 편하고, 써본 사람들의 리뷰도 쌓여 있는데 굳이 바꿀 이유가 없습니다.
이걸 바꾸려면 결국 돈을 써야 합니다.
쿠폰, 할인, 광고.
그리고 이건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될 때까지 계속 써야 합니다.
여기에 이미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기존 플랫폼들도 놀고 있지 않습니다.
경쟁자들을 원천차단하기 위해 이미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금융회사가 비금융 플랫폼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규제 영역에서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제도들이 여럿 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렇게 네 가지 요소들을 정리하다 보면 결국 처음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이걸 우리가 해도 되는 건가.
물론 SWOT 분석이 끝났다고 절대적인 답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경영진에게 의사결정 받을 준비는 끝난 겁니다.
조금 더 붙이자면, 이걸 실제로 했을 때 이익과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그 정도만 숫자로 얹어주면 보고는 거의 마무리됩니다.
여기까지 오면, 이제는 검증의 영역을 지나서 의사결정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강점, 약점, 기회, 위협.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건지, 저건 도저히 맞닥뜨릴 수는 없는 위험인건지.
SWOT을 쓰다 보니까, 이게 꼭 마케팅 기획할 때만 쓰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돌아볼 때 더 유용한 것 같습니다.
내가 잘하는 게 뭔지, 계속 반복되는 약점이 뭔지,
지금 나한테 기회가 있는 건지, 피해야 할 상황은 무엇인지.
요즘은 ‘자기 객관화’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저의 GOAT인 아이유가 TV 인터뷰에서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자기는 잘하는 것과 못하는 걸 빨리 인정하는 편이라고,
그래서 선택이 쉬워진다고.
스스로를 잘 몰랐고, 그 때문인지 늘 우유부단했던 저에게는 이 얘기가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SWOT을 ‘나’에게 적용해 보면,
스스로의 장단점을 어떻게 나눠서 볼 것인지를 구조화 할 수 있어서,
자기 객관화와 미래 설계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