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명확해야 좋은 마케팅이 된다

목적 없는 마케팅은 방향 없는 항해다

by 김무건


마케팅 현장에서 가장 흔한 문제는, 아이디어보다 방향이 흔들리는 경우인 것 같아요.

회의는 열심히 했고 실행안도 여럿 도출했지만, 막상 ‘이게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는 되려 대답이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마케팅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보다 먼저, ‘왜 이 일을 하는가’를 분명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돌이켜보면 많은 마케팅이 실패했던 이유도 실행의 부족이 아니라 방향의 부재에 있었습니다.


보고서의 문장들은 완벽하고, 제안서의 디자인은 화려하지만, 다음 질문을 받으면 순간 말이 꼬입니다.


'이게 왜 필요한가요?'


“그게… 그러니까…” 하면서 설명이 길어지고, 정작 한 문장으로 정리가 되지 않는 경험, 다들 한번쯤은 있으실 거예요.


"목적" 없는 마케팅은 방향 없는 항해다


좋은 마케팅은 아이디어의 화려함보다 목적의 선명함에서 시작됩니다.

목표가 불분명한 캠페인은 배가 나아가긴 하지만 항로가 뚜렷하지 않아요.

애초에 어디로 가는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출발하는 셈이죠.


도달률이 오르고 클릭 수가 늘어도, 그것이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자주 빠지는 함정은 “일단 캠페인을 돌리고 보자”는 접근입니다.


'월간 ELS 청약금액 150% 확대”, “당사 인지도 10% 상승'


이런 표현들은 일견 명확한 목표처럼 보입니다.
다만 이 문장만으로는, 그 수치가 왜 필요한지까지는 드러나지 않죠.

그래서 결국 결과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에 더 가깝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결과를 두고도 해석이 갈리는 이유도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누군가는 “잘 된 캠페인”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비용 대비 아쉽다”고 평가합니다.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처음 질문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을지도 모릅니다.


‘왜 이걸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생각보다 더 단순하고, 더 본질적인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대부분은 지금 우리가 무엇이 아쉬운지에서부터 출발하겠죠.


이 질문만 명확히 합의된 상태에서 시작했다면, 결과의 크기와 관계없이 그 캠페인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훨씬 덜 흔들렸을 거예요.


마케팅 목적, 단순하고 측정 가능하게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글로벌 회사들의 마케팅 품의서는 이 점에서 꽤 참고할 만합니다.

Standard Chartered와 MasterCard의 경우, 한국이든 미국이든 소속 국가에 상관없이 글로벌 공통 양식의 ‘Marketing Initiative Brief’를 사용하죠.


서로 다른 국가와 문화 속에서 일하더라도, 하나의 회사라면 결국 같은 목적을 향해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목적’을 정리하는 방식부터 일관되게 맞춰두었고, 그 안에 꽤 많은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가령, 가장 첫 항목에 ‘Marketing Objective’를 두고,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식이예요.

복잡한 설명 대신, 방향부터 정리하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여기에는 네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신규 고객 유치

매출 증대

크로스셀/업셀

고객 관계 강화



이 네 가지 중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먼저 정리하는 것.

생각보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선택 하나가 이후의 대부분 의사결정을 좌우합니다.


예를 들어 ‘신규 고객 유치’가 목적이라면 자연스럽게 디지털 퍼포먼스 광고가 중심이 되고,

‘크로스셀/업셀’이라면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한 타겟 마케팅 전략이 먼저 떠오르게 되죠.


목적이 정리되는 순간 예산, 메시지, 채널이 하나의 방향으로 맞춰지기 시작합니다.


물론 네 가지에 해당되지 않으면 기타 항목으로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는 이 범주 안에서 대부분의 고민이 정리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목적이 흐려지면, 숫자가 많아진다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캠페인은 점점 언급되는 수치가 많아집니다.

도달률, 클릭률, 전환율, 참여율…


지표들은 늘어나는데, 캠페인이 잘 되고 있는 건지 누구도 설명을 잘 못합니다.

그 숫자가 ‘무엇을 설명하기 위한 것인지’가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이예요.


예를 들어 캠페인을 통해 ‘계좌 개설 수’가 많이 늘어났다고 해도,

신규 고객 유치가 목적이라면 성과가 되지만

매출이 목적이라면 어떤 상품이 얼마나 팔렸는지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그래서 회의에서 이런 질문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이거… 잘 되고 있는 건가요?”


이 질문에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미 시작 단계에서 목적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거죠.


"전략"은 문장보다 장면으로 남는다


목적이 정리되면, 그 다음은 장면을 설계할 차례입니다.

“왜”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가 이어집니다.


마케팅 전략의 중심에는 항상 ‘누구를 향하는가’가 있기 때문에,

이 단계는 무언가를 나열하는 작업이라기보다, 하나의 유기적인 장면을 그리는 일에 가깝습니다.


겟은 숫자가 아니라 실제 행동과 선택을 가진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좋은 전략은 표나 수치로 남기보다 하나의 장면으로 기억됩니다.


어떤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
우리 메시지를 보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


이 장면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순간, 전략은 성공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결국 마케팅 플랜(Marketing plan)은 무언가를 설명하는 일이기보다, 고객의 행동이 바뀌는 장면을 설계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예산"은 숫자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을 설명하는 언어다


목적과 전략까지 충분히 공유되었다면, 이제 예산에 대해 승인을 받을 차례입니다.


'그래서, 얼마를 써야 적당할까요?'


그런데 이 질문을 단순히 '금액의 크기'로 받아들이는 순간, 결재자와의 언어가 어긋나기 시작할 수 있어요.


마케팅 품의서에서의 예산은,

단순히 ‘얼마를 쓰겠다’는 숫자가 아니라, ‘왜 이 비용이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항목이기 때문입니다.


'예산(Budget)'은 이렇게 말하고 있어야 해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 정도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자연스럽게 '기대효과(Expectation)'가 따라옵니다.

“그 투자를 통해 우리는 이런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의 브리프에서도 '예산'란은 단순한 승인받을 금액을 적는 칸이 아니라,

‘Budget and Expectation’이라는 구조로 함께 정의됩니다.


결국 '예산(Budget & Expectation)'은 이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이 돈이 들어가면, 우리는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예산이 설득되려면 세 가지가 연결되어야 한다

예산이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받아들여지려면 세 가지가 연결되어야 합니다.


첫째, 이 예산이 우리가 정한 목적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가
둘째, 같은 목표를 더 효율적으로 달성할 다른 방법은 없는가
셋째, 이 집행의 결과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이 세 가지가 빠지면 결재 받는 분위기가 좀 이렇게 되죠.

“확신은 안 들지만... 일단 해 볼까요?”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 다음 기회는 쉽게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좋은 마케팅 품의서는 사실 “돈을 달라”는 요청이 아니라,

“이 전략이 맞는지, 함께 판단해달라”는 질문에 가깝습니다.


"결재"는 종착역이 아닌 출발점이다


이제 "결재"라는 마지막 단계가 남습니다.

많은 경우 결재란에 서명이 끝나면,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 피곤한 품의서 작업이 끝났다’


저 역시 실행보다 서명을 받는 과정이 더 힘들게 느껴졌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경영진 보고는 준비할 것도 많고, 말 한마디에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때부터가 시작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결재는 단순한 승인이라기보다 책임을 함께 나누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기업의 브리프들에서도 마지막 항목은 단순한 서명란이 아니라,

캠페인의 방향과 기준을 조직 전체와 공유하는 단계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마케터 개인의 아이디어가 조직의 프로젝트로 바뀌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좋은 결재 문서는 두 가지를 동시에 가져야 합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간결함,
그리고 실행 단계에서도 기준으로 남는 구조.


목적, 방향, 예산, 성과지표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결재 이후에도 캠페인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품의서는 단순한 승인 문서가 아니라, 실행 과정에서 계속 꺼내보는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결국 결재라는 건 “이제 시작합니다”라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품의가 결재로 끝나면 행정이고, 결재 이후 실행으로 이어지면 마케팅이 됩니다.


구조는 이미 설계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건, 이걸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게 만들 것인가입니다.


고객은 점점 더 짧은 순간 안에서 판단하고, 대부분의 접점은 디지털로 이동했습니다.

같은 메시지도 어디에서, 어떻게 전달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이제 마케터는 다음 질문인 '디지털'로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고객들의 동선은, 그리고 마케터의 무대는, 이미 그에 맞춰 이동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