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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찬 Apr 03. 2024

생초보 아저씨의 미술관 도전기-62

네덜란드는 튤립이지.

<Tulip Fields Near the Hague, 1886>

- Claude Monet


네덜란드 튤립밭 풍경.

네덜란드는 튤립으로 유명하다. 특히 4월은 튤립이 절정에 달하는 계절이라 이걸 보려고 전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암스테르담과 헤이그 중간쯤에 있는 Lisse라는 지역은 온통 색색의 튤립밭이 장관을 이루고 있어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슬쩍 봐도 힐링이 된다.


Claude Monet <Tulip Fields near the Hague>. Gogh Museum.

내가 보기에 예쁘고 아름다우면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그런 것이다. 나같은 범인(凡人)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대가 모네의 눈에도 너른 들판에 펼쳐진 튤립은 인상적이었나 보다.


풍차들이 있는 들판에 다양한 색상의 튤립들이 만개해 있고 그 옆엔 운하가 흐르고 있다. 전형적인 네덜란드 봄 풍경이다. 인상주의 대가의 스타일답게 붓터치가 거칠다. 가까이서 보면 좀 허술해 보이기도 하지만 한걸음 떨어져서 보면 풍경의 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마치 현장에 있는 느낌이었다. 이게 인상주의가 말하는 순간적인 '인상'을 포착한 것인가 보다. 모네는 튤립밭의 매력에 푹 빠졌는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우리가 색으로 표현하는 게 불가능하다(impossible to convey with our poor colors)'라고 했다고 한다. 모네가 이렇게 표현한 게 이해된다. 실제로 보면 정말 아름답다.


Monet <Tulip Fields with the Rijnsburg Windmill, 1886>. 구글 다운로드.

모네는 위 그림과 비슷한 작품을 또 그렸다. 풍차가 있는 들판에 형형색색의 튤립이 널려 있는 분위기가 위 작품과 유사하지만 색채가 훨씬 더 풍부하고 진해 보인다. 모네인지 모르더라도 누가 봐도 인상주의 화풍으로 그린 건 알 수 있다. 머리를 써서 의미를 파악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종교화나 역사화와는 달리, 이런 그림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져서 좋다.


Vincent van Gogh <Bulb Fields, 1883>. 구글 다운로드.

모네보다 몇년 앞서 고흐도 튤립밭을 그렸다. 1883년이면 고흐의 화가 인생 중 '이등병' 시절이다. 우리가 잘 아는 말년 요양원 시절 작품들같은 내면의 불안함이 전혀 없다. 주변에 보이는 튤립밭을 있는 그대로 밝은 색채로 묘사했다. 평온한 네덜란드 시골마을 그 자체다. 다만 저 뒤에 보이는 어두운 색깔의 집들은 이후 고흐의 작품에 보여지는 우중충한 분위기의 전조라 볼 수도 있을 거 같다.


Jacob Marrel <Four Tulips, Two Cherries, a Bee and a Moth>.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잘 알려진대로 튤립은 네덜란드의 상징이다. 17세기 한 때는 튤립 광풍이 불어 한 송이 가격이 집 한채 가격과 맞먹을 정도로 오르기도 했다. 결국 버블은 꺼졌지만 튤립에 대한 네덜란드인들의 애착은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대단하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17세기에도 다양한 종류의 튤립을 그림으로 남겨 책으로 만들어 놓기까지 했다. 책 두께로 보아 튤립 종류가 그 때도 꽤 많았던 것 같다.


17세기 Jacob Marrel처럼 정교하게 그렸든 19세기 Monet와 Gogh처럼 거칠게 그렸든, 튤립은 아름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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