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여행기
평생 사계절의 중위도 나라에서 자라온 나로서는 일몰의 무의미함이 당황스러웠다. 소리 없이 조용히 찾아온 어둠의 시간에 나 혼자 속이 시끄러웠다. 4시에 해가 지다니. 늦잠을 자버리면 하루가 끝나버리는 이 나라의 시계가 원망스러웠다.
여행의 막바지, 으슬으슬 감기에 걸려버리더니 결국 모든 몸의 모든 면역력이 사라졌다. 집구석에 자리 잡은 작은 라디에이터로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 날씨였다. 그럼에도 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는 것은 조금 야속했다. 배가 고파 밤에 야식을 먹고 싶어도 열린 곳이 없었고, 살벌한 물가에 한 번 더 좌절했다.
행복 1위 국가가 맞다고? 계속 의문을 가질 때쯤, 행복하다는 기준은 누가 세웠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 행복하십니까?“
전화 인터뷰로 물어보면 네 조금요~라고 어중간하게 대답하려나, 의무감에 하는 인구조사에 응하는 것처럼 매우 만족 5 동그라미를 클릭하는 편이 더 정확하려나 쓸데없는 상상을 계속했다.
덴마크는 긴 겨울 속에서 마음의 안정과 따뜻함을 찾기 위해 휘게 문화가 자리 잡았다. ‘소소하지만 따뜻한 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 겨울이 길기 때문에 집을 아늑하게 하고 따뜻함과 안정감을 찾으려는 노력이었던 것이다.
행복의 뒷면에는 긴 겨울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긴 겨울이 있어야 행복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