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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꿈은 마음속 간절함을 꼭 쥐고 있다

쉐프하우엔으로 가는 길

by 하안

언덕 위 천막으로 지은 집, 영양가 없어 보이는 풀을 뜯어먹는 양들, 아무것도 자라지 않을 것 같은 들판, 트랙터 대신 당나귀를 산 할아버지의 마음, 빵을 주고 돈 대신 담배 한 개비를 건네받는 아저씨, 나무로 된 전봇대, 피부에 난 여드름처럼 곳곳에 자란 작은 초목덤불.


양들이 풀을 먹는 동안 한참을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양치기의 마음은 어떨까. 지나가는 버스에서 스쳐 지나가듯 잠시 본 것뿐이었지만, 가만히 눈을 감고 그 양치기 옆에 앉아보았다. 당장 오늘 모든 양이 집에 무사히 갈 수 있다면,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따뜻한 옷 하나 있었으면, 오늘 저녁은 뜨거운 수프로 몸을 녹일 수 있었으면..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본다. 드넓게 펼쳐진 들판과 맞닿은 하늘이 그들의 고민을 품어준다. 길이 없어서 내가 가는 길이 길이 되는 이곳의 꿈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나에게 꿈은 직업의 이름이자 돈의 정확한 액수이자 물질적인 무언가였던 것 같은데, 이곳에서의 꿈은 그 이름값을 한다.


가족들에게 두꺼운 겨울 옷을 사주는 것.

비가 와서 푸른 목초가 자라기를 바라는 것.

새로운 손님이 찾아오는 것.

가족을 보러 먼 길을 달려가는 것.


이곳의 꿈은 소박하지만 마음속 간절함을 꼭 쥐고 있다.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닌 간절함과 그것을 바라는 마음.


나는 꿈을 꿀 때 진정 그것을 바라고 있었는가?

좋은 집과 좋은 차와 좋은 직업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무언가를 진정으로 바랬던가?


난 지구 반대편 모로코라는 나라의 도로 위에서 어떤 회사에 취직해야 할까 고민한다. 내 고민은 이곳과 너무나도 안 어울려서 시공간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회사나 직업이 내 행복을 책임지지 않을 걸 알면서도 애써야 하는 마음이 힘들다.


여행하는 지금만큼 나를 가득 찬 행복을 주는 것은 별로 없다. 좋은 집을 영위하기 위해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하는 것은 괴롭다. 세상은 너무 넓어서 발걸음이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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