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에서의 2주
걱정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힘이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
그들은 지금 몰타에 있다.
지금 내 주변에는 해외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 해외에 살고 있는 사람, 해외에 살고 싶은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들은 각자 자기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몰타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숙소를 바꿔야 했다. 바퀴벌레가 온 집을 장악하고 있어서 내가 있을 자리가 없었다고 해야 되나.. 엎친데 덮친 격 화장실 걸쇠가 고장이나 갇히기까지 해 버려서 빠르게 판단을 마쳤다.
겨우 하루 머물렀던 에어비엔비에서 콜롬비아 친구를 만났다. 친구 이름은 케서린. 영어를 거의 못했다. 기본적인 소통도 잘 안 돼서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았는데, 난 왜 그 숙소를 떠날 때 캐서린에게 전화번호를 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몰타에 있는 마지막 날까지 케서린과 함께 보낼 정도로 베스트프렌드가 되었다. 케서린은 자가면역질환 때문에 뇌졸중까지 와서 식물인간 상태로 지냈다고 했다. 기적처럼 깨어나서 몰타에서 영어를 배우는 중이었고, 생활비나 학비는 모두 빚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외딴 섬나라 몰타에서 만나서 대화하고 있는 것이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느꼈다.
인간은 그 어떤 것에도 굴복하지 않는다. 의지 하나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강한 생명체임을 느꼈다. 케서린은 깊은 잠에 빠져있는 동안 언어능력을 거의 잃었지만, 지금은 나와 버스 안에서 영어로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은 변명거리를 쉽게 주지 않는다. 하고자 하면 못 할 일이 없다.
몰타에 모인 사람들이 입을 모아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자유. 자신을 평가하고 판단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 싶었다고 했다.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고 그저 주어진 삶과 오늘을 잘 살아내는 것. 와인 한잔에 햇빛을 친구 삼아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즐길 것. 유럽 사람들이 추구하는 바이다.
조국에서 꽤나 괴롭힘을 받았던 우리들은 아직까지도 누군가를 설득해야 했다. 부모로부터의 강요, 사회로부터의 평가, 주변인들로부터의 비교.. 이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우리를 지금 이곳으로 떠나보낸 것 같았다. 어린 시절부터 평가와 비교받았던 시간들이 아직도 발목을 붙잡고 있지만, 벗어나려는 의지 하나로 몰타로 모인 것이다.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
하지만 오래 해외에 있다 보면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지 다시 고민하게 된다. 도피로부터 완벽한 자유함을 얻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마음의 문제이다. 환경은 항상 나를 변하게 만들고 혼란 속으로 밀어 넣지만 내 마음은 나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