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많은 짐이 필요 없다

3개월 간의 배낭여행을 마치며

by 하안

배낭하나로 여행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여정.


정말 필요한 것만 담았음에도 배낭을 다시 벗고 메는 것도 힘들 만큼 무거워서 많이 후회했다. 하루 벌어 하루여행하는 여행자가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는 건 당연했고, 체크인을 할 때마다 수화물 기준에 맞추기 위해 무거운 짐을 넣었다 뺐다.. 결국에는 물건을 하나씩은 꼭 버려야 했다. 처음에는 작은 양말부터, 나중에는 잘 입던 멀쩡한 옷까지 모두 버리고 떠나야 했다.


여행지에서 새로운 물건을 사면 그만큼의 부피를 가진 무언가를 버려야 했는데 나중으로 갈수록 그냥 캐리어 하나를 살까? 생각에 가방가게를 들락거리기도 했다. 이동하는 날은 진이 다 빠져서 허리를 부여잡고 일찍 잠에 들었고, 숙소까지 걸어가는 모습이 무거운 껍질을 등에이고 다니는 거북이처럼 느리고 버거워 보였다. 정말 집을 등에 얹고 다니는 느낌이었다. 하루는 늦은 밤, 나의 느린 발걸음 속도에 맞춰 쫓아오면서 캣콜링 하던 차를 앞서 나갈 수도 없었다. 누군가 내 물건을 소매치기하더라도 쫓아서 따라잡을 수 없었다. 무거운 짐 때문에 잠깐 서서 풍경을 구경하거나 여유를 즐길 수도 없었다.


자유로움 속의 속박.

한국을 떠나와 이곳에서는 가장 자유로워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모순 같았다.

역시 인생은 많은 짐이 필요 없다.


물건도, 옷도, 놓지 못하는 인간관계도, 쓸데없는 걱정도, 뿌리치지 못하는 과거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모두 내려놓아야 한 발자국 더 갈 수 있다.


한국에 돌아가면 불안에 떨고 있을 내가 보인다. 앞으로는 뭐를 먹고살지, 지금 하고 있는 일만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다시 이런 여행을 올 수 있을까, 현실 앞에서 주저앉는 내가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인생을 선택하던지, 인생에는 그리 많은 짐이 필요 없기에 너무 무거운 생각들은 수화물 규정 때문에 내 인생에 싣지 못한다. 공항 구석 쓰레기통에 처박힌 내 물건처럼 그냥 버리고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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