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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가스 누출 해프닝

EP110. 비상! 실제상황

by Sonya J

Thursday, February 27, 2025


본의 아니게 회사 safety committee에 가입되어서 한 달에 한번 안전점검 회의에 참석을 한다. 이 모임을 위해서는 부원들이 돌아가면서 미리 safety inspection을 해야 한다. 각 부서에 가서 안전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각 부서의 직원들과 대화를 통해서 문제점이 있음 파악해서 해결하는데 초점을 둔다.


처음엔 과연 이런 inspection 이 과연 도움이 될까 했는데 실제로 우리 부서에서의 불편했던 책상구조에 대해 해결책을 주었기 때문에 그냥 무늬만 있는 조직이 아니임은 분명하다.


다음 주 모임날짜가 정해지고 이번엔 내 차례가 되었다. 두 명씩 팀을 이뤄서 inspection을 하는 거라 한 번도 해보적 없는 나에게는 경험이 있는 부원과 함께 하기를 요청했다. 그렇게 팀이 짜이고 드디어 오늘 아침 7시에 출동 하기로 되어 있었다.


늦지 않게 회사에 도착해서 클락인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직원들이 황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있었는데 알고 보니 푸드코트에서 가스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전 직원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나도 재빨리 클락인을 하고 나가려는데 생각해 보니 우리 부서에 매니저가 아직 room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주 안쪽에 있는 부서라 잘 보이지도 않는 데다가 비상벨 같은 게 울리지 않았던 지라 분명 누군가가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보청기까지 끼고 있어서 왠지 모르게 더 취약한 상황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평소대로라면 8시쯤에 출근하는데 오늘은 그냥 일찍 왔다 하는데 이게 무슨 날 벼락인가.


그렇게 전 직원들이 밖으로 나가 집합장소에 모였다. 다행히 날씨가 그리 춥지 않은 아침이었고 매일같이 비만 오는 나날들이었는데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그래도 겨울은 겨울인지라 아침기온이 차갑게 느껴졌다. 얼마 있다가 소방차 2대가 도착해서 실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시간 동안을 오들오들 떨면서 기다리다가 간신히 들어올 수 있었다.


보통 시작을 8시에 하는데 이것 때문에 결국 7시에 온 보람도 없이 다시 8시에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결국에는 다음 주에 다시 7시 나와서 inspection을 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다시 한번 이 짓거리를 해야 한다는 게 참 어이없지만 어쨌든 일찍 출근한 만큼 일찍 퇴근하는 것니까.


그래도 좋았던 건 밖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지만 한 담요를 가지고 매니저와 같이 셰어 해서 덮고 있으면서 이런저런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평소엔 일에 관한 이야기만 하다가 언제 캐나다에 왔는지 등등 내 얘기가 꽤나 궁금했었나 보다. 덕분에 좀 더 친해진 기분이라고 할까? 언밀히 말하면 내가 구해준 거나 마찬가지지. 진료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내가 데리고 나왔으니까. 한번 우쭐해 봤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데리고 나왔을 테니까. 하루가 참 길었다. 아무튼 가스가 샌 건 아닌 듯싶다. 코스트코는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하루를 또다시 시작한다.


오늘의 픽: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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