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전과 면접이 있는 날이다. 이렇게 학교에 갈 일이 있는 날이면, 아침 일찍 운동하러 가시는 어머니의 차를 얻어타곤 한다. 어머니의 옆자리에 앉을 적에는 어머니의 일상을 들을 수 있다. 같이 운동하시던 이모들이 하나 둘 아프시다는 이야기,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너무 좋다는 이야기(항상 나도 읽어보라는 메시지로 맺어진다.), 어제 갔던 카페에 연유 라떼가 맛있었다는 이야기 등등. 평소 부모님과 서먹한 편은 아니지만서도, 집에만 들어가면 방구석에 숨어 기생하다시피 하는 나로서는 이런 이야깃거리를 나눌 시간이 마땅치 않다. 여하튼 면접을 잘 보라는 응원의 말씀에 운전 조심하시라는 말로 대꾸하며 차 문을 닫았다.
나는 선수강을 꽤나 착실하게 해둔 편이라 면접에 대한 부담은 딱히 없었다. 5호관에서 면접 대기 장소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을 만큼, 면접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기초통계학에서 재수강도 못 하는 성적을 받아버린 탓에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히 별문제는 없었다.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들은 교수님과 질답을 하고 연못에 오리도 구경한 후에 수원행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어머니의 다급한 전화를 받은 것은 집에 가는 버스에 올랐을 때였다. 내용인즉슨, 어머니와 가장 가깝게 지내던 이모 한 분께서 배가 자주 아파 함께 병원을 찾았는데 종양을 발견하셨다는 말이었다. 떨리는 목소리에 순간 당황했지만 어머니는 괜찮다는 사실에 밀려오는 안도감과 함께, 그 이모는 나와도 관계가 없지 않던지라 걱정도 차올랐다. 이런 병에는 예고편조차 없어서, 발견하면 이미 3기, 4기인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걱정이 많으신 모양이다. 보통의 경우보다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지천명을 넘어섰지만 죽음과 노화라는 하늘의 명은 받아들이기 힘든가 보다. 내색하진 않으셨지만 내 눈에는 오랜 벗을 걱정하는 마음에 벌겋게 새어 나오는 눈물이 밟혀, 차디찬 겨울바람 홀로 맞기엔 버거워 보였다. 그런 와중에도 아들 배 곪지 말라고 따뜻한 쌀밥과 반찬을 내어주시니 밥 한술의 따스함이, 사랑 되어 어린 나를 감싸 안는 듯했다. 시간의 흐름도, 사랑의 무게도 결국은 자연의 법칙이라 쏟아지는 내리사랑을 치사랑 따위가 넘볼 수 없는 노릇이었다. 부모를 걱정하는 마음과 자식 향한 사랑의 낙차, 아득하기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