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데진에 6개월간 지내면서 그렇게 많이 돌아다니질 않았다. 그동안 여행한 것에 대해 피로감도 있었고, 여행을 길게 하니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인지, 잠시 '현타'가 온 적도 있다. 그래서 많이 놀러 다니질 않았는데 (내 기준) 메데진 근교 가볼 만한 5곳을 선정해 보았다.
1. 과타페(Guatape), 엘뻬뇰(El peñol)
엘 뻬뇰 (El penol)
사진을 잘 못 찍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대충 찍은 사진도 이렇게 잘 나온다. 이건 날씨의 영향도 크다. 햇볕이 내리쬐다 못해 뜨거울 지경이었고, 하늘은 구름이 많이 보이지 않아 푸르름을 더했다.
저 우뚝 솟아있는 바위가 엘 뻬뇰이다. 에어비앤비 호스트 일행 따라다니느라 저 위에는 올라가지 못했다. 그 이후로 메데진에 머무는 동안 저 위에서 사고가 나서 약 한 달간 입장을 금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녀왔던 사람들은 일부러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떨어지기 힘든 곳이라고 설명했다.
과타페 (Guatape)
그 옆에 작은 호숫가에서는 보트, 카약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약 30분 정도 체험할 수 있었고, 이런 곳에 간다면 핸드폰 방수팩은 필수다. 다들 챙겨 오지 않아서 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을 많이 했다.
과타페 시내
과타페에 가게 된 건, 우연찮게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친구들과 가는데 시간 되면 같이 가자고 말을 했다. 호스트 친구들 중 아이를 데려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 아이들이 나와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했는지 질문을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 부족한 스페인어 실력으로 일일이 답을 해주었는데 나중에는 그저 생각나는 단어를 한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Como se dice esto en Coreano?", "Como se llama en Coreano?" 등등 머리가 아파왔고, 대답을 해주자마자 또 다른 질문을 하고, 나중에는 거의 기계적으로 질문하기 시작했다. 대답을 해도 별로 관심 없는 태도에 피곤해서 나중에는 알아듣지 못하는 척을 했다...
여행은 '어딜 갔는지'보다 '누구와 함께 갔는지'가 더 중요한 이유 같다.
2. 코뮤나 13 (Comuna 13)
코뮤나 13
불과 얼마 안 되는 약 30년 전만 해도 마약상들이 거주하던 곳으로, 경찰들과의 총격전도 벌어질 만큼 위험한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기 있고 안전한동네로 탈바꿈했는데 이는 지역 주민들이 그런 이미지를 벗어내려고 한 노력 덕분이다. 특히나 예술가들이 많이 이주해 그라피티나 춤과 노래, 그림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코뮤나 13
자세히는 모르지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오래 매달리기를 도전해서 성공하면 보상을 주는 시스템인 것 같았다. 한 번 해볼까 하는데 줄이 굉장히 길었고, 손가락도 다친 지 얼마 되지 않아 포기했다.
코뮤나 13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이렇게 탁 트인 공간이 나온다. 높은 건물이 없는 터라 시야를 가리는 것이 전혀 없다. 전망이 정말 좋은 이곳은 흔히 생각하는 산과 가까운 달동네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멋있는 전망을 볼 수 있어 행복할까, 아니면 이런 동네에 사는 걸 불행하게 생각할까.'
3. 보테로 광장 (Plaza de Botero)
보테로 광장
콜롬비아 메데진 출신의 페르난도 보테로 화가는 그림도 조형물도 모두 뚱뚱하게 그리고 만든다. 이런 걸 보고 남미 특유의 유머, 넉넉함, 풍만함등을 표현했다고 한다. 이런 조형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예술이란 무엇일까' 고민에 빠진다. 내가 알지 못하는 남미의, 콜롬비아만의 정서가 담겨 있는 것이겠지.
보테로 광장
그리고 보테로 공원이 있는 이곳은 메데진의 센트로인데, 이곳은 가기 전부터 그리고 현지인 친구들에게 들었을 때도 위험한 곳이라고 많이 들었던 터라 갈 생각이 없다. 그러다가 무릎 때문에 한 병원을 가게 되었는데 그 위치가 센트로 근처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와서 잠깐 구경하고 돌아왔다.
보테로 광장
내부 박물관도 있었으나 특별히 들어가 볼 생각은 안 해봤다. 이미 블로그를 통해 다 보았던 것이어서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4. 뿌에블리토 빠이사 (Pueblito Paisa)
꽃 축제가 한창이 던 시기에 다녀왔다. 축제 시즌엔 당연히 사람도 많고, 공연도 많지만 시즌이 아니더라도 와서 구경하기 좋은 곳 같다. 특히 라우렐레스와 가까워 한 번쯤 오기 좋은 곳이었다.
꽃 축제가 한창이던 메데진
이런 축제 기간에 경찰들이 진짜 많이 상주해 있다. 하지만 이날 밤 친구가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특별히 경찰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공연이 한창이던 때
여기를 오게 된 이유는 길지만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내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한국분이 초대를 해주어 같이 가게 되었다. 나도 같이 운동하던 미국인 친구를 한 명을 초대해 나름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Pueblito Paisa
축제기간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와볼 만한 곳이다. 여기를 올라오는 길이 여러 갈래인데 너무 산속으로 올라오는 길은 주의하라고 한다. 간혹 도적들처럼 숨어있다가 여행객들을 털어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도로나 최대한 시야가 확보된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5. 동물원 (Zoo Parque de la conservación)
Zoo Parque de la conservación
동물원은 어딜 가든 평균은 하는 것 같다. 동물원을 크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말에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은 곳 중 하나다. 체육관 친구들을 모아서 총 4명이서 다녀왔다. 다들 처음에 동물원을 가는 것에 별로 탐탁지 않아 하는 것 같아 보였으나, 막상 동물들을 보니 다들 어린아이가 된 듯이 구경했다.
Zoo Parque de la conservación
동물원이 대부분 비슷한데,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희귀한 종을 볼 수도 있고, 꽤나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다만 저 얼룩말은 이 좁은 공간을 힘없이 터벅터벅 돌고 있었는데, 동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뭔가 이상행동을 하는 것 같이 보여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