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나르코스'를 보면 주로 콜롬비아 보고타(Bogota), 메데진(Medellin), 칼리(Cali)가 나온다. 칼리를 검색해 보니, 일부 지역은 현지인들도 가기 꺼려하는 동네가 있다고 하며, 전반적으로 치안이 좋지 않은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칼리는 제외, 보고타와 메데진을 남겨두고 있으니, 내겐 메데진이 더 좋아 보였다. 왜냐하면개인적으로 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의 수도에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어느 나라든 수도는 사람들이 많고, 관광객이 많다 보니 불미스러운 일도 많이 생기는 편이기 때문이다.
'나르코스'는 스페인어로 마약 밀매상을 뜻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나르코스' 영향도 컸다. 시리즈들을 보면서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근거지였던 메데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들겠지만 마약왕이 있던 도시를 개선하기 위해 메데진에 살고 있는 모두가 이러한 과오를 지우기 위해, 오히려 더 범죄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의 메데진은 외국인이 정말 많은 지역 중 하나다. 특히 서양인들이 많은데 특히 엘 포블라도라고 하는 동네를 가보면, 여기가 미국인지 콜롬비아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중남미 여행을 하며 영어가 안 통하고, 오로지 스페인어로 의사소통할 때가 많은데, 이곳은 외국인들이 많아 현지인들도 영어가 어느 정도 통하고, 그 비율이 더 많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메데진 처음 도착하던 날 비가 많이 내렸다.
그리고 시리즈에 나왔던 본인이 지었던 초호화 감옥(La Catedral), 근거지였던 나폴레스(Napoles), 에스코바르의 카르텔들이 거주했던 코뮤나 13 (Comuna 13), DEA에 쫓겨 다니다가 맨발로최후를 맞이했던 지붕 등을 가보고 싶었기 때문에도 메데진을 선택했다. 막상 6개월을 지냈지만 사실 이중 가본 곳은 몇 없다.
망고 생과일 주스가 단돈 2천 원
보고타, 메데진, 칼리 이외에도 북쪽의 카리브해를 볼 수 있는 카르타헤나(Cartagena), 바랑끼야 (Barranquilla) 등이 있지만 이런 바닷가는 가끔 놀러 가면 모를까, 이곳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메데진이었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른 글을 보면 보고타가 더 좋다는 분들도 많으니 이건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Menu del día
남미 여행의 마지막 6개월을 후회 없이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메데진은 나에게 탁월한 선택이었고, 주짓수를 하기에도 좋은 동네였다. 굉장히 많은 외국 여행객들도 종종 체육관에 방문하며, 전 세계를 작게 모아놓은 느낌도 들었다. 독일, 스페인, 핀란드, 영국,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버뮤다, 도미니카 공화국, 미국, 캐나다 등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었다. 이렇게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면 대부분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스페인어보다 영어가 늘었다. 아니, 정확히는 Spanglinsh가 늘었다. '영어가 생각이 나지 않으면 스페인어를, 스페인어가 생각나지 않으면 영어를' 그러다 보니, 스팽글리쉬를 구사하게 되었다.
망고비체라고 초록 망고인데 맛은 별로였다.
모쪼록 그동안 가고 싶었던 도시인 메데진을 선택했고, 칼리와 보고타는 주짓수 대회가 있어서 짧게 다녀온 적이 있다. 시합으로 다른 도시를 가보는 건 정말 흥분과 떨림이 공존한다. 마치 내가 프로 선수가 된 것처럼 먼 길을 시합 하나를 위해 버스를 10시간 넘게 타고, 체중을 맞추고, 음식을 가려 먹으며 컨디션 관리를 하는 건 여행 그 이상의 재미를 준다.
또한 메데진의 도시를 수식하는 단어는 'Eternal Spring'이라고 한다. 영원한 봄날씨를 가지고 있는 도시다. 1년 내내 봄 기온을 가지고 있으니 사람들이 여유롭고, 밝은 성격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에 비해 보고타는 너무 추워서 패딩이 필요했고, 칼리는 낮에 너무 뜨거웠다. 날씨도 사람 성격에 굉장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라는 걸 체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