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의 헬스장은 어떤 모습일까?
오늘 해볼 이야기는 콜롬비아 헬스장과 주짓수 체육관이다.
한 때, 시합 준비를 위해 헬스장과 주짓수를 오가며, 꾸준히 다녔던 적이 있다.
운동하러 다녔던 곳은 중남미 어디서든 볼 수 있는 Smart fit이라는 체육관이다. 메데진에도 대략 4~5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만큼 꽤나 많다. 최소 2달부터 가능하며, 1년짜리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중남미 어디든, 칠레나 페루에 가서도 smart fit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헬스장의 좋았던 점은 한 달에 약 35,000원 내외로 이용이 가능했고, 이러한 프로그램도 무료로 참가가 가능했다. 주로 들었던 수업은 SMART STRETCHING, SMART COMBAT이었다. 스트레칭은 거의 요가 수업이었고, COMBAT은 '전투, 싸움'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격투기를 배우는 줄 알았다. 처음에 수업을 들어갔을 때, 여성 회원들이 많아서 속으로 '콜롬비아는 격투기가 유명한가 보다.' 했지만 알고 보니 격투기를 가장한 에어로빅이었다.
예를 들어, 강사님이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고, 돌려차기 2번 그리고 정권 지르기(?) 3번을 하면 보고 따라 하는 것이었다. 노래가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동작은 점점 격해지니, 허공에 니킥도 하고, 하이킥도 하고 그랬다. 이 수업을 몇 번 들어가니 강사님도 아는 척을 해주고,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어서 같이 열심히 땀 흘리고, 끝나고 스몰토크도 하고 그랬다.
사람들이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어서 소심하게 내 자리만 살짝 찍었다. 이때는 스트레칭 첫 수업을 들어간 날이었다. 처음 수업을 위해 시간표보다 일찍 가서 문을 반쯤 열었는데 뭔가 느껴졌다. 내 눈에 들어온 건 한 열 명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 회원들이었다. 대충 봤을 때 남성 회원이 한 명도 보이질 않아서 잠깐 멈칫했다. 여성 전용 수업인가 생각이 들 때쯤 다행히 한쪽 구석에 남성 회원 한 명이 보였다. 아마도 그때 남성 회원이 한 명도 없었더라면, 그대로 반쯤 열었던 문을 살포시 닫고 나왔을 것이다. 그 이름 모를 남성분께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덕분에 제가 들어왔어요!'
에어로빅, 줌바 댄스 같은 이런 수업이 많은 것 같았다. 굉장히 역동적이고, 활동량이 많아 보였다. 이런 수업은 한 번도 들어가 보질 않고, 돌아다니면서 힐끗힐끗 구경만 해봤다.
남미 헬스장은 확실히 한국과 분위기가 다르다.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는 운동복부터, 화끈한 형, 누나들이 많아서 자동으로 동기부여가 되고, 헬스장을 오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다들 남미에 가신다면 헬스장 1일권이라도 끊어서 가보시길
웬만하면 주로 낮에 갔는데 저녁에 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진다. 그리고 한 가지 특이사항은 평일보다 주말에 더 일찍 닫는다. 일요일 오후 5시면 마감하는 체육관인데, 한국이었으면 벌써 망하지 않았을까 한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해 보면, 우리가 편리함을 얻기 위해 누군가의 주말, 밤까지 일하는 걸 강요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들에게도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할 텐데 말이다. 편리함 뒤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이다.
그리고 이 헬스장의 한 가지 정말 이상한 결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최소 2달부터 결제 가능하고, 결제는 모두 카드로만 가능하다. 그리고 매달 10일에 자동으로 결제가 된다. 여기까진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해제를 하려면 처음에 가입할 때 말하면 되는 줄 알고, 3달만 한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3달만 결제가 되는 줄 알고 시작을 했는데 나중에 2달이 더 빠져나갔고, 확인하러 다시 방문했는데 헬스장을 그만두려면 결제되기 전인 10일 전에 와서 직접 얘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황당했으나 그게 여기 시스템이란다. 2달치를 그냥 낸 게 억울해서 같은 경험을 한 분이 있을까, 콜롬비아에 있는 분들에게 물어봤는데 대답해 주신 분들도 이런 식으로 한 두 달 치를 더 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서 본사에 연락해서 따져 본 분도 있었는데 본사에서도 그저 규정이 그렇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환불도 불가능해서 손해 봤다고 했다.
BODY TECH도 SMART FIT과 같이 비슷한 체육관인데 여기도 이런 시스템이라고 한다. 그래서 꼭 헬스장을 그만 둘 생각이 있다면, 미리 이야기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이런 식으로 몇 달치가 빠져나갈 수도 있다.
콜롬비아 주짓수 체육관, 이곳은 태권도장과 같이 사용하고 있어서 7시부 태권도 수업이 끝나고, 8시에 주짓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지구 반대편에 와서 한글과 태권도, 태극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 반갑고, 애국심이 생기는 기분이다. 아마도 이런 느낌은 해외에 오래 나가보면, 공감할 것 같다.
태권도 매트부터 주짓수 하기에 환경이 썩 좋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곳에서 두 달 정도 운동하다가 체육관이 새로운 곳으로 옮겼다.
태권도장 수업을 직접 본 적은 없고 보통 기다리면서 소리만 듣는데, 태권도 관장님의 "하나, 둘, 셋" 세는 소리가 들린다. 동작을 하는데 숫자를 한국어로 세나보다. 주짓수 할 때 우리가 "네!" 대신 "OSS!"를 쓰는 이유와 같을까. 익숙했다.
한 달 헬스장 이용료가 smart fit 약 35,000원이라면, 주짓수 체육관은 한 달 최소 45,000원에서 90,000원까지 (1주에 몇 번 운동하는지에 따라 가격이 다름) 하는데 꽤나 센 편이다. 게다가 도복까지 사야 하니, 콜롬비아 현지 물가에 비하면 고급 취미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