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티 Jan 18. 2024

외국에서 아프면 서럽다던데

콜롬비아 생존기

운동을 하면서 종종 관절을 다치고 회복하기를 반복한다. 한국에서야 바로 병원 가면 되지만 이 낯선 지구 반대편에서는 병원 예약하기도 어렵다.


콜롬비아의 진통제

 콜롬비아 현지인들은 보통 아프면 약국에 가서 해결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병원 갈 돈이 없는 사람들이 주로 약사에게 증상을 말하고, 약국에서 처방을 받아서 치료한다고 한다. 그리고 병원에 가지 않고, 집으로 의사를 불러서 케어해 주는 서비스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 건 개인적으로 별로 믿음이 가질 않아서 알아보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약국에 가서 무릎이 아프다고 말하고, 나프록센 타입의 진통제를 달라고 요청했다. 진통제도 많이 복용하다 보니, 성분명까지 외우고 다닌다.


 SURA

 진통제로 며칠을 버티다가 도저히 나을 기미가 보이질 않아 아픈 다리를 끌고, 가까운 병원 이곳저곳 다 가봤다. 병원인줄 알았으나, 입구에서 물어보니 보험회사라고 했다. 보험 회사 앞에 약국이 있나 잠시 고민했는데 아니라고 하길래 그냥 돌아 나왔다. 아마 의사소통이 잘 안 되었을 수도 있다.


관장님 추천 의료시설

 관장님 추천으로 가본 곳이었는데 일반 병원은 아니고, 작은 사무실 같은 곳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것 같았다. 처음 들어왔을 때, 입구에 각종 자격증 비슷한 것들을 프린트해 놓은 것을 보니 의사 면허(?)는 있는 것 같았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책상 위에 귀 모양과 사람 모형이 있는 것으로 보아 한의학과 비슷해 보였다. 의사 선생님이 주사기를 꺼내 보여주기도 하고, 피를 뽑아 검사한다는 등 이야기를 해서 잠시 고민하다가 주사 치료 말고 다른 걸 해보겠다고 했다. 혹여나 이곳에서는 합법인 약물이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문제가 될 일말의 가능성이 걱정되어 주사는 안 맞겠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인 세라젬 의료기기에 누워 다리 마사지를 받고, 이후에 도수 치료도 받고 왔다. 약 1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고, 가격은 한화 약 47,000원 수준이었다. 보험도 적용이 안 되니, 꽤나 비싸게 느껴졌다. 한국에서 부담 없이 병원 다니는 게 행복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의사 선생님이 세라젬 의료기기를 가리키며 한국에서 온 거라고 말해주기도 했다.)


메데진의 한 정형외과

 무릎의 통증이 점점 심해져서 현지인 친구들을 통해 좋다는 병원, 큰 병원 등 알아보는데 보통 대기 시간만 최소 2주라고 했다. 의사를 만나려면 2주가 걸리고, 아마 치료 기간은 훨씬 더 걸릴 것이다.




 정형외과를 찾는 걸 거의 포기하고 있던 찰나에, 마지막으로 우연히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한국분에게 여쭈어봤다. 정형외과를 가야 하는데 예약 기다리는 것도 너무 오래 걸리고, 더 이상 찾지 못하겠다고 하니 이곳을 알려주었다. 게다가 점심시간 이전에 방문하면 당일 진료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정형외과 내부

 정말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대기시간은 상당했지만 의사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었다. 중남미 여행을 하면서 종종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여기 의사 선생님들은 영어를 할 줄 모른다고. 그 말을 사실 믿지 않았다.


'의사가 영어를 못한다고? 그럴 리가 있나!'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 중남미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여기는 알고 있던 상식과 한국에서 당연하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

한국에서 은행을 방문해서 소액을 인출하려고 할 때, 현금이 없다는 은행을 들어 본 적이나 있을까? 남미 여행을 하면서 '은행에 돈이 없을 수도 있구나.'를 처음 알게 되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의사 선생님을 만났고, 다행히 어느 정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여서 증상을 설명하고, 가벼운 농담과 메데진에서 뭐하는지 등 대화를 주고받았다.


병원비 결제

 진료가 끝나고 총 10만 원이 나왔다. 진료비 청구 내역서를 보니 엑스레이 촬영이 7만 원이고, 진료비가 3만 원이었다. 굉장했다. '우리나라에서 보험 적용이 안 되더라도 7만 원은 안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여기서는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사를 대면하고 진료받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었다.


 병원 진료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면 좋았으련만, 이후에도 한 번 더 방문한 적이 있다. 운동을 하면서 자주 다치고 병원 갈 일이 많다. 종종 주짓수를 하다가 다쳐서 병원 신세를 질 일이 있으면 주변에서 또는 의사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한다.

이렇게 다치는데 이 운동 계속할 거예요?

그래도 주짓수가 좋은 걸 어쩌나. 남들이 보기엔 미련하기 짝이 없는데, 운동이 불가능한 상태에서도 체육관에 와서 수업을 지켜보고, 친구들 스파링 하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기도 하곤 했다.

이전 05화 콜롬비아 헬스장 & 주짓수 체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