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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티 Jan 25. 2024

주짓수 도복에 태극기를 달다

"No soy Chino, soy Coreano."

"나는 중국인이 아니고, 한국인이야."


외국에 오래 나가보면 다들 느끼는 것 중 하나이지만, 나도 모르게 애국자가 되는 기분이다. 매번 "Eres Chino?", "Hola Chino!" (너 중국인이야?, 안녕 중국인!)를 듣는 것도, 대답하는 것도 익숙해질 때쯤 차라리 태극기 패치를 붙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 콜롬비아 주짓수 대회 편에서처럼 주짓수 대회를 나갔는데 중국인이라고 말도 한 적 없었으나 어느새 내 이름 옆엔 중국 국기가 떡하니 있었고, 수정 요구도 들어주지 않아 중국인이 되어있었다.


맞춤 제작 중인 태극기

 그래서 태극기 패치를 구하려고 콜롬비아 메데진을 돌아다녔다. 어디서 사야 할지도 몰랐고, 무모하게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태극기 패치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고, 현지인 친구들한테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 친구가 대신 구해줄 수 있다고 했다. 그건 바로 맞춤 제작이었는데, 원하는 사이즈를 말하면 태극기와 문구 등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도착한 태극기 패치를 보고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보는 태극기가 주는 감동은 생각보다 크다.


 막상 구하고 나니 '진작 살걸', '처음 출발하기 전부터 한국과 관련된 것들을 많이 도복 패치를 붙여놓을 걸' 하는 마음이 들었다. 여행 출발하기 전, 가방에 붙일 수 있는 벨크로 타입의 태극기를 붙였다 뗐다를 반복했다. 굳이 태극기를 가져갈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약간 창피한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결국 떼고 왔는데 차라리 가방에 태극기라도 붙어있으면 중국인 소리는 조금 덜 듣지 않았을까 한다.


태극기를 붙이러 간 수선소

 신나게 태극기 패치와 도복 상의를 들고 가까운 수선소에 들렸다. 도복을 입어보고 왼쪽 팔 원하는 부분을 설명했다. 수선소에 계시던 손님과 사장님 그리고 사모님으로 보이는 분들이 내게 말을 걸어줬다. 무슨 운동을 하는지, 여기서 뭐하는지 등등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금방 완성이 되었다.


작은 태극기 패치

 주짓수 도복에 뭔가 패치를 붙이는 건 마치 순정에 튜닝을 하는 기분이고, 가끔 체육관에서 새 패치를 붙이고 온 사람들과 스파링을 하다 보면 너무 빳빳해서 상대방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마음에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난생처음 도복에 작은 태극기를 붙이니 마치 도복이 새것이 된 것마냥 기쁘기도 했다. 더욱이 체육관에서 나를 처음 보는 친구들도 한국인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일석이조의 효과였다. 이후에 콜롬비아가 좋아서 왼 팔 엔 태극기, 오른 팔에는 콜롬비아 국기까지 추가했다.


콜롬비아 국기 패치

 지내고 있던 동네인 콜롬비아 라우렐레스에는 군부대가 있었고, 주변에는 이런 군인용품점이 즐비했다. 당연히 태극기를 구하는 것은 어려웠으나, 콜롬비아 국기는 구하기 쉬웠다. 두 가지 제품을 고민하다가 둘 다 구입했다. 하나는 가방에 붙이고, 해골이 그려진 콜롬비아 국기는 도복 오른팔에 붙였다. 도복에 붙이고 나니, 콜롬비아 친구들이 태극기를 붙였을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콜롬비아를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니 흔치 않아서일까?'


 한국에서는 태극기를 옷이나 가방과 같은 제품에 붙이는 것은 조금 눈치가 보일 수 있으나, 해외에 나가면 태극기가 붙어있어서 손해 볼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진을 찍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K POP의 긍정적인 영향 덕분에 오히려 호감을 높일 수도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남미 여행을 준비한다면, 어떠한 형태의 태극기라도 가지고 가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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