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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티 Jan 29. 2024

30일마다 하는 이사

6개월간 5번의 이사

콜롬비아에 와서도 그동안 여행해 왔던 것처럼 체육관을 걸어 다닐 수 있는 위치로 에어비앤비 숙소를 1달 알아보았고, 그 이후로 조금 더 나은 곳으로 옮기고자 한 번씩 옮겼던 것이 180일 동안 5번을 옮겨 다녔다.


 대략적으로 에어비앤비 한 달 기준, 큰 집에 방 한 칸 사용하는 곳은 한 달 약 30만 원정도 했고, 혼자 사는 원룸의 경우 최저 60만 원부터 시작했다. 집을 알아보기 위해 연락하고, 직접 가보는 등의 과정들은 생각보다 힘들었고, 이 스트레스를 딱 한 번 돈으로 해결했다. 한 달 60만 원이라는 큰돈을 지출한 호텔방 생활이었지만, 가격대비해서 정말 만족스럽지 않았다.


6개월간 집 알아보기

 이후로는 기숙사처럼 큰 집에 여러 방을 세주는 단기 임대 위주로 알아보았다. 그래서 거의 매달 집을 찾는 일이 제일 피곤했다. 한 달마다 바꾸려면 최소 몇 주전에는 가서 방을 보고, 확정을 해야 했기 때문에 집 구하는데 시간을 굉장히 많이 썼다. 특별히 큰 조건은 없었지만 나에게 필요한 건 3가지였다. 1. (체육관과 가까운) 위치 2. 세탁기를 매일 사용 가능한지. 3. 가격 순으로 중요했고, 나머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현지인 친구들에게 물어봐서 다양한 사이트,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알게 되었고 더 많은 곳을 연락해서 새로운 집을 구하러 다녔으나, 원하는 가격에 괜찮은 매물이 없었다. 그래서 매번 한 달 살고, 이사하기를 반복했다. 한 곳에 정착하고 싶었지만 30만 원대의 가격에는 괜찮은 곳은 없었다. 스스로 정한 한 달 월세 기준을 한국 지방으로 생각하다 보니, 대략 40만 원 미만의 가격으로는 혼자서 살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이것도 단기 임대이기 때문에 그렇지 1년 이상 장기 계약하면 또 다를 것이다.


6개월간 집 알아보기

 마지막에 머물렀던 숙소에서만 2달을 지냈는데, 더 있고 싶어서 연장했다기보다는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주짓수 대회 일정과 겹쳐서 별 수 없이 연장을 했다. 아마 시간이 있었다면, 옮겼을 것이다.




첫 번째 에어비앤비


처음 집은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한 큰 집의 작은 방 한 칸이었고, 실제로 사는 분들은 고상하신 할머니 2분이었다. 그리고 바로 앞에 군부대가 있어서 꽤나 안전하다고 느껴졌던 곳이었다. 굉장히 조용한 주거단지라 심심하긴 했으나, 평화롭고 주변 이웃들도 항상 웃으며 인사해 주던 동네였다.


두 번째 호텔방

 두 번째 집은 호텔 방이었다. 호텔이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주방이 있는 원룸 구조였다. 이곳에서 약 60만 원을 내고 30일 지냈는데, 가격대비 정말 후회했다. 처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호텔 관리인이 일주일만 계약해서 살아보고 결정해도 된다고 했는데, 기간을 한 달씩 정확하게 맞춰서 살고 싶어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곳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체육관을 걸어서 30초 거리라 그것 하나만은 좋았다.


세 번째는 compartoapto.com 통해 구한 집

 세 번째 집은 이곳도 큰 집에 방이 5개 있었고 영국, 스페인, 독일 등의 친구들이 살고 있었다. 대부분 여기서 살았던 기간은 얼마 되지 않았고, 딱 한 명 스페인에서 온 친구만 2년 동안 살고 있다고 하는데 다들 꽤나 사연이 있어 보였다. 기본적으로 이곳에 있는 유럽, 미국인들은 돈을 펑펑 쓴다. 당연히 그들 나라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니 그럴 수 있는데 여기서 만난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다.




 다들 외식을 거의 하지 않았고, 한 끼에 1~2달러 내외의 메뉴로 구성하여 요리를 해 먹었다. 술을 마시러 가도 슈퍼에서 맥주를 사다가 길거리에서 마셨다.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게 몇 번 밖에서 만나고 이후론 집에서 인사만 하고 지냈다.


네 번째 에어비앤비

 네 번째 집도 세 번째와 비슷했는데 한 가지 다른 점은 한 달씩 계약하는 것이 아닌 단기간 손님들도 많았다. 그래서 냉장고나 주방에 있는 내 음식들이 종종 사라졌다. 별것 아니지만 누군가 내 물건에 손대는 것은 꽤나 스트레스였다. 콜롬비아에 지내면서 바퀴벌레를 정말 많이 보았는데, 여기서는 특히 더 많았다.


다섯 번째 에어비앤비

 마지막 다섯 번째 집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 집이었고, 방은 작았으나 이곳도 체육관과 걸어서 1분 거리였다. 그리고 중요한 건 게이 커플이 사는 곳이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들어가지 않았을 텐데... 처음에 집을 보러 가서 집주인과 이야기할 때, 'pareja'(파트너)와 함께 산다고 해서 당연히 여자친구와 함께 사는 줄 알았다.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들은 성에 대해 굉장히 자유로운 편인데, 개인적으로 아직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영어를 전혀 못하는 호스트들 덕분에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못해 오히려 좋았다.




 과한 제스처와 부담스러운 특유의 느낌은 거부감이 들게 한다. 이런 이야기를 미국 친구들과 얘기해 보면, '너네 문화에서는 경험해보지 않은 것이라 그럴 수 있다'면서 '여행하며 다양한 세상을 만나는데 이 또한 경험이 될 것'이며, '이 집에 머물면서 그들과 친구가 되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동성애자 친구들과 있었던 재미난 일화들을 설명해 주곤 했는데 듣고 있노라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세상은 정말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나의 편협한 프레임이 넓은 시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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