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메데진은 서양 여행객이 특히 더 많은 곳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많이 찾는 여행지 중 한 곳이다. 그래서 영어 & 스페인어 언어교환 모임이 특히 많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대학교에서 주관하는 모임과 일반 식당이나 카페에서 매주 특정 요일에 하는 등 다양하게 진행된다. 언어교환 모임이 많다고 들어서 당연히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콜롬비아 현지인과 스페인어를 배우려는 한국인이 만나는 모임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언어교환 프로그램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영어 & 스페인어 모임에 참가했다.
언어교환 모임에 대해 알게 된 건 주짓수 체육관에서 만난 아일랜드 출신 Eric이 보통 목요일 저녁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온다고 들었다. 처음 들었을 땐,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가 같은 숙소에서 지내고 있던 독일 출신 Athur가 언어 교환 모임에 가보자고 제안했다. 장소를 알고 보니, 체육관에서 엄청 가까웠다. 매일 저녁 운동하러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하루 일과였기 때문에 주짓수 수업 시작 전에 잠깐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에릭의 친구를 포함해서 총 4명이 같이 가게 되었다.
오는 인원이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갈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하고 올 수 있었다. 매번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기 때문에 분위기가 그때그때 많이 다르다. 언제는 꽤나 즐겁게 대화하다가 올 때도 있었고, 언제는 다른 사람들 이야기만 듣다가 올 때도 있었다. 이런 모임에 나오는 친구들 대부분이 영어나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하는 친구들이거나 그에 준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어서 그들이 하는 얘기들만 잘 듣는 것만도 듣기 평가를 하는 것 같고, 공부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한 번 다녀오면 굉장히 피곤했다.
언어 공부를 하러 왔다기보다는 대부분 친구 사귀는 목적에 더 가까운 것 같아서 몇 번 나가고 더 이상 가지 않았다. 성격상 처음 보는 사람과 이런 어색한 분위기의 모임에서 친해지기란,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엄청 어렵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 카페에서 하는 언어 교환 모임이라서 친목에 더 가까웠을 수도 있다. 대학교에서 주관하는 모임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모임에서 한 번은 콜롬비아 칼리 출신 친구 옆자리에 앉게 되었고, 대화를 하다 보니 유럽에서 개발자로 일한다고 했는데 영어가 굉장히 능통했다. 모임 이후에 스탠드업 코미디 쇼에 가고, 아마 엘 포블라도(번화가)에 놀러 갈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언어 교환 모임도 지루해질 쯤이라 같이 갔던 친구를 뒤로한 채 이 친구를 따라 함께 놀게 되었다.스탠드업 코미디 쇼도, 엘 포블라도 구경도 모두 처음인 나를 위해 이것저것 설명해 주었다. 본인은 매주 주말이면 이곳을 찾아 춤을 배우고, 술을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매주는 아니지만 이 친구를 따라 종종 클럽도 가보고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보았다.
간혹 이렇게 언어 교환 모임에 만난 친구와 영어, 스페인어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