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 머물렀던 콜롬비아 메데진은 괜찮은 한식당이 없기도 하고, 몇 군데 있지만 맛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한식을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을 한 번 찾아봤는데 남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식당들 중 라멘을 꼽을 수 있다.한국에 있었을 때도 라면은 잘 안 먹으려고 했던 음식인데 막상 못 먹는다고 생각하면 먹고 싶은 게 사람 심리인가 보다.
메데진의 라멘집
조금 더 어렸을 땐, 해외여행을 하면서 굳이 비싼 한식당을 찾아가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근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어느새 한식당을 검색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어렸을 땐 이해가 가지 않던 행동을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
남미 여행을 하다 보면 특정 지역에 한식당이 전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있어도 유사하게 모양만 흉내 낸 가게들이 많기 때문에 맛은 보장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가끔 직접 해먹기도 했다. 가장 첫 번째로 시도했던 것은 수박 하얀 부분으로 만든 김치였다.
수박 껍질 김치
적당한 수박을 사 와서 맛있게 먹은 뒤, 하얀색 부분을 한 입 크기로 썰어주고 보고타에서 사 온 김치 국물을 붓고 냉장고에 약 24시간을 보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념이 배어 더 맛있어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맛은 없었다. 고기와 함께 먹으면 그냥저냥 먹을만했는데 오히려 오래될수록 신선한 맛이 떨어져서 다 먹진 못했다.
간장 계란 조림과 간장 숙성 삼겹살
두 번째 시도해 본 건 간장으로 해볼 수 것들이었다. 요리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고기를 거의 매일 먹었던 때에 간장 숙성을 해보고 싶었다. 간장과 양파, 마늘, 꿀 등을 넣고 이것도 약 24시간을 냉장고에 재워두고 구워 먹었다. 간장 숙성 삼겹살은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기도 하고 괜찮았으나, 자주 해 먹기에는 귀찮았다.
계란 간장 조림은 조리 방법이 굉장히 간편하지만, 한국에서는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걸 콜롬비아에 와서 해보았다. 한 번 할 때마다 계란 4개씩 간장에 약 15분 정도 조려서 먹었다. 맛은 있었지만, 생각보다 간장이 끓으면서 나는 냄새가 심했다. 공용 주방에서 하기엔 민폐가 되는 것 같아서 한 두 번 해본 이후엔 하지 않았다.
수육
세 번째 시도해 본 것은 수육이었다. 자취를 오래 했어도 요리를 거의 안 해봤는데 먹고 싶은 것들이 생기니 이것저것 다 한 번씩 해보게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수육을 해보고 싶어서 삼겹살 부위를 사 와서 물을 넣기도, 콜라를 넣어보기도 하고, 살짝 겉면을 익혀서 삶아보는 등 이것저것 다 시도해 보았다. 뭔가에 하나 꽂히면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보고, 금방 질려서 더 이상 안 해 먹는다.
콜롬비아 메데진 한식당
콜롬비아 메데진 라우렐레스에 있는 한식당 중 2곳인데 가끔 친구들이 한식 먹고 싶다고 하면 한 번씩 갔던 곳들이지만, 이후엔 거의 가지 않았다. 모양은 그럴싸하지만, 맛은 다녀오신 분들 평가만 들어도 추천하지 않는 편이 더 많다.
메데진의 베트남식당
한식당이 없으면 아쉬운 대로 아시아 음식점을 찾게 되는데 그중 콜롬비아 친구들과 네덜란드 친구가 극찬했던 곳 중 한 곳이 바로 이 베트남 식당이었다. 이런 국물과 면을 좋아할까 생각했지만, 네덜란드 친구는 한 번 같이 간 이후 혼자서도 몇 번 다녀왔다고 했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미리 알려줄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식을 100% 대체할 순 없지만 베트남 식당은 효과적인 대안 중 하나였고, 한식이 그리우면 베트남 식당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 있다.
중남미를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당연 고기다. 전체적으로 돼지고기와 소고기의 가격차이가 몇 천 원 수준이라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처음엔 당연히 소고기를 1kg에 1만 원 정도 사 와서 실컷 구워 먹고 또 먹었다. 소고기가 질릴 줄은 몰랐는데 한국에 온 이후로도 그렇게 선호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남미에서 먹었던 소고기와 한우를 비교하면 각자 다른 느낌의 맛이다.
식당에서 한 끼를 사 먹는 것과 소고기를 사서 집에서 구워 먹는 것을 비교했을 때, 소고기를 사 먹는 것이 오히려 비용이 더 적은 경우도 있어서 종종 돈을 아끼고자 그렇게 먹었던 경우도 있었다. '돈을 아끼려 숙소에서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니 말이 안 맞는 것 같지만 실제로 그랬다.
한국에서야 한식이 먹고 싶으면 직접 요리할 생각보다는 나가서 사 먹으면 그만이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는 곳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한국에서 거의 먹지 않던 떡볶이가 엄청 먹고 싶어 질 때도 있고, 평소에 라면도 잘 안 먹는데 유튜브를 보다가 라면 먹는 모습만 봐도 먹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요리를 안 하던 사람도 뭔가 해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게 장기 여행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