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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티 Mar 17. 2024

남미 주짓수 도장깨기 11, 콜롬비아 메데진

Checkmat Colombia, Laureles Medellín

좋은 추억이 가득한 마지막 체육관


한국에서는 존플랭클 팀이 있다면, 콜롬비아엔 Checkmat이 있다. 나에겐 제2의 고향과 같은 체육관이고, 늘 그리워하는 곳이기도 하다.


 페루 다음 여행 국가를 고르다 보니, 콜롬비아가 무비자 3개월 + 3개월 연장가능하여 총 6개월을 머무를 수 있었다. 에콰도르도 연장하면 6개월이 가능했지만 굳이 한 곳에 6개월을 머문다면, 콜롬비아를 더 가고 싶었다.


 아무런 계획 없이 처음에 이곳에 와서도 언제까지 머무는지 물어보는 대답에

'늘 그렇듯'

"정해진 것은 없는데 대략 3개월이나 6개월 지낼 것 같아요."

라는 어정쩡한 대답을 했다.


 처음 메데진에 도착해서는 몇 달 정도는 살아본 뒤에, 콜롬비아 유명 도시보다는 상대적으로 조금 덜 유명한 페레이라(Pereira), 마니잘레스(Manizales)에 가서 지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체육관에서 친해진 한 미국인 친구가 본인은 페레이라에 가서 한 달 지낼 예정인데 같이 가서 숙소 쉐어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1달 단위로 빌려서 쉐어하면 서로 이득이지만 막상 메데진을 떠나려고 하니 첫 시합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고, 한 달 정도 정들었던 체육관 친구들을 떠나기 싫었다.


 그렇게 오래 있을 줄 몰랐지만, 어쩌다 보니 6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누군가 콜롬비아에서 가장 많은 시간 무엇을 했는지 물어본다면, 아래 사진과 같이 이곳에서 보냈다.


HAWRANG DO

 위의 사진은 체크맷 체육관이 옮기기 전, 태권도장과 같이 운영할 때의 도장이다. 태권도 수업이 끝나면 우리가 들어갈 수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어딘가 새는 것 같이 바닥은 눅눅했고, 바닥에 깔아 둔 매트는 들뜨기도 했다. 다행히도 이곳에서 온 지 약 2달 정도 뒤에 새로운 체육관으로 옮겼다.


 이때만 해도 주 3회밖에 운동할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체육관을 옮기고 나서는 주 6일 시간표로 바뀌었고, 일요일 오픈매트가 있는 날이면 기쁜 마음으로 주 7일 운동을 하기도 했다.


 1층은 식당이었고, 2층이 체육관이었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더 번화가로 이사를 해서 근처가 바(bar), 클럽 등 술집이 굉장히 많았다. 항상 체육관 주변에 숙소를 잡은 나는, 주말 저녁부터 새벽 4-5시까지 이어지는 시끌벅적한 소음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항상 오전 운동이 끝나면 아래 식당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메뉴 델 디아 (menu del día)를 먹곤 했다. 5천 원이 안 되는 가격에 수프, 고기와 밥, 샐러드, 음료가 나온다. 늘 함께였던 미국인 친구들 2명은 이곳이 질릴 때면 다른 식당에 가서 먹자고 했다. 다른 식당에서도 점심 메뉴가 아닌 일반 메뉴를 고르면 점심에만 저렴하게 먹는 메리트가 없어져 항상 이곳에서 먹는 걸 선호했지만 가끔은 군말 없이 따라다녔다.


 저렴하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점심은 메뉴델 디아밖에 없어서 혼자 있어도 항상 이곳에서 밥을 먹었다. 이 식당은 연중무휴로 공휴일이나 일요일에도 문을 열고 대신 평소보다 일찍 닫는다. 그래서 혼자서도 점심을 자주 먹으러 다녀서 식당 직원과도 많이 친해졌던 곳이다.


 사진 속에 있는 내 모습을 보면 가끔은 괴리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한국에 있는 내가, 콜롬비아에 있는 꿈을 꾼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콜롬비아에 있는 것이 현실이고, 한국에 있는 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지금도 왓츠앱 Checkmat Colombia 단톡방에 매일같이 올라오는 사진을 구경하고, 대회 준비를 하는 친구들을 보며 멀리서나마 응원하고 또 같이 피가 끓기도 한다. 지금 콜롬비아에 있었다면 나도 대회를 같이 준비하고, 지난번처럼 시합이 끝나고 신나게 같이 놀텐데 하며 말이다,,,


  이곳에 온 지 약 한 달 반 만에 정기 승급식이 있어 그랄을 하나 더 받게 되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잠시 머무르는 체육관이라 특별히 관장님이 승급을 해줘야 이유는 없다. 어차피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 같이 운동하다가 떠날 사람들인데, 승급식에 참여를 해서 그런지 그랄을 하나 선물 받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반적으로 3~6개월에 한 그랄씩 승급하는데 이렇게 여행하며 여러 곳을 옮겨 다니다 보니 정기적으로 한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지 않아 승급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승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은 하나도 없었다. 왜냐하면 화이트 벨트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적고, 유색 벨트가 되기 전 기초를 잘 쌓아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첫 대회를 시작으로 시합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이곳에서 운동을 꾸준히 하던 중에 승급하여 실력을 인정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메데진이 다녀온 여행지 중 가장 살기 좋다고 하긴 어렵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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