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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꼭 나가야 하는 이유. 나이 들어서!

나이 많으면 나가라고 등 떠미는 회사의 진짜 속내

by 초맹


선동은 진실에서 멀어지게 한다.


"나이도 많아서 회사에서 언제 나가라고 할지 몰라."


고령 오피서들 사이에서 많이 듣는 푸념이다. 회사는 나이가 많으면 나가라고 등 떠민다. 나이가 많으면 나간다는 공식은 모든 오피서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60세 정년이고 아직 50대라 해서 몇 년 더 남았을 것 같지만, 처절한 오피스 게임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미 나가라는 압박을 직간접적으로 꾸준히 받으며 버티기 시전 중일 것이기 때문이다.


초맹의 정년 마이너스 10세의 법칙
정년 연령에서 10년 전부터, 회사는 꾸준히 나가라는 신호를 준다. (단, 공공부문 제외)


"아.. 라떼는 말야." 저 꼰대. 일도 안하고 노가리만 풀어.


나이가 많으면 나가야 한다는 것은 오피스 세계관의 일상이 되었다. 모두 그렇게 받아들인다.


그래. 나이가 많으면 정년이 되니까 나가야지. 할지 모르겠지만, 이거 이상하지 않아? 왜 그전부터 계속 나가라고 하며 권고사직이나 희망퇴직을 질러대는 건데? 이거 왜 그런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고령자들이 회사에서 나가줘야 하는 이유다.

1.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꼰대가 된다.

2. 노쇠해서 성능도 딸린데 고연봉이라 부담스럽다.

3. 세대교체를 위해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4. 정체된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어 혁신을 위함이다.


수시로 저런 이유를 합리적인 양 가스라이팅 해대는 탓에, 대부분의 오피서들은 그냥 고개를 끄덕인다. 누구도 저 전제를 파헤치지 않는다. 어느 순간 가스라이팅은 팩트가 되고, 팩트는 트루스가 된다.


'나이가 들면 나가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유도 모른다. 그냥 그렇게 학습되어 온 탓이다.


사인하고 나가주세요! 나이 들었잖아요! 노쇠했잖아요!


흔히 고령자들이 회사에 필요 없는 자들인지 일반적인 상식으로 전제를 파헤쳐 보자.


고령자의 퇴보 : 나이 들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꼰대가 된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주로 경험치에 의존하는 고령자들은 변화에 저항을 나타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필요하면 새로운 것을 답습하기도 한다. 다만,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릴 뿐이다.


그럼 저 전제가 맞지 않냐구? 아니다. 청년들은 새로운 걸 다 잘 받아들이는가? 30대 40대도 했던 것에 의존하는 사람은 널렸다. 근데 왜 꼭 50대가 타깃이어야 하는가? 더 나가볼까? 임원들은 맨날 컴에 뭐 안 된다고 직원들 불러 물어보잖아. 무슨 소리냐? 신문물을 받아들이는 것과 오피스 게임은 그닥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업무특성의 차이와 개인취향으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그럼 물어보자. 일반 오피서들은 죄다 창의적 스파크가 팍팍 튀는가? 모두가 크리에이티브하고 이노베이티브 해야 하는가? 모두가 리더십이 출중해야 하는가? 그거 아니잖아. 이를 놓고 나이 들어 감 떨어지네 어쩌네 하는 그 자체가 선동질에 지나지 않는다.


이거 프린터 쓰는 법 좀 알려줄래? 허허.


고연봉 부담감 : 노쇠해서 성능도 딸린데 고연봉이다.

재계와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말한다. 그냥 표면적인 이유다. 회사는 말한다. 고령자들은 연봉도 높은데 노쇠해서 부담스럽다. 정말 그래? 10번 양보해서 그 노쇠했다는 기준이 60세 아냐? 근데 왜 50세부터 노쇠하다고 밀어내기 하는데? 50세면 뭐 출근하다 무릎 아파서 집에 돌아가고 그러나? 50세면 막 눈이 안 보여? 아님 언어가 감퇴해서 말을 못 하나? 오히려 옛날 습관이 남아 있어, 청년들 칼퇴할 때 남아 자연스레 야근하는 게 그 사람들이다. 일을 오래 해서 숙련된 사람들이다.


연봉 얘기로 가보자. 고연봉 때문에 부담스럽다? 그 고연봉은 누가 준 건데? 회사가 매년 고과 매겨서 올려 준 거다. 고과평정해서 연봉 올려주기로 약속한 셈인데, 그걸 가지고 고연봉이라 부담스럽다고? 저 사람들은 그 말 믿고 열심히 갈아 넣어 자기 노력으로 그 연봉까지 올라간 거잖아. 그럼 애초에 약속을 하지 말던가.


고과 못 받으면 무능하다고 나가라 하고, 고과 잘 받으면 고연봉이라 부담스럽나? 성능 딸린 꾸러기가 과연 고연봉자인가? 고과 못 받는 꾸러기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지천에 깔렸는데?


여기서 한번 더 양보해 보자. 임금피크제가 있다. 일정 연령에서 한 살씩 더 먹으면 10%씩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다. 그거 한대는데도 고연봉이고 어쩌고 소리가 나오나? 앞뒤가 안 맞지 않은가? 결국 단순히 신체기능 노화를 능력의 노쇠화로 덧입혀, 고연봉에 무능이란 프레임을 씌우는 셈이지 않은가?


아니라구? 이를 증명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사장부터 임원들 싹 다 워크샵 밀어 넣고, 사업전략 한 번 짜 보라고 하면 된다. 뜬구름 잡는 소리로 한나절을 보낸 후, 자료 정리하려고 하면 몇 장 만들다 포기할 것이다. 엑셀 수식 물어보고 피티에 그림 좀 넣어보려다가, 어떻게 하는지 몰라 서로 적당히 발 빼다 중간에 포기 선언을 한다. 그럼 이거 뭐야? 노쇠해서 성능도 딸리고 고연봉이라 부담스러운 건 과연 누구냐?


남들 다 가도 이건 다 끝내고 가야지.


회사의 세대교체 :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회사는 고령자들을 밀어내기 위해 수시로 편 가르기를 한다. 여기 가장 안성맞춤 안성탕면 같은 애들은 바로 청년들이다. 젊다. 패기롭다. 생각하기 전에 실행한다.


"노인네 한 명 값이면 청년 두 명이야.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무능해가지구.."

"맞아. 다 짜르고 밑에 두 명 뽑아줬으면 좋겠다니깐!"

회사는 이런 신구세대의 갈등을 뻔히 알면서도 봉합하기보다는 일부러 방치한다.


"늙었으면 나가던가.." 고령자들은 청년들의 눈치를 본다.


여기서 청년들이 가장 쉽게 오해하는 것이 있다. 손을 놀려야만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로 올라갈수록 알게 된다. 손 놀리며 일할 때가 편하다는 것. 회의 한 번 잘해서 일을 안 받아오면, 아래서 손을 놀릴 일이 줄어든다. 거래의 성사는 잘 꾸민 피티 자료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닌 것 같으면, 청년들을 회의판이나 거래판에 올려보자. 금방 알게 될 것이다.


고수들의 판에 놓이면 제 아무리 스탯 좋은 청년들도 어버버 바보가 되어버린다. 부들부들 떨며 자괴감에 빠지는 광경을 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앞에서 드러나지 않는 어른의 진정한 힘이다. (물론 어른 같지 않은 꾸러기과도 많이 있다.)


그럼 물어보자. 한참 오피스 게임 중인 청년들은 충분한 기회를 얻고 있는가? 노인네 한 명 짜르면 청년 두 명 뽑아주디?


젊고 참신한 스타트업이 좋은 사업아이템을 지니고도 망하는 대부분의 이유가 바로 여기 있기도 하다. 아이디어는 반짝 하지만 경험이 없다. 여러 의견을 조율할 어른이 없다. 거래의 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금 조달 방법, 회사 안살림 같이, 경험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에서 맨땅에 계속 헤딩을 해대는 탓이다.


청년 10명이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쫓아 앞만 보고 달리는 동안, 노인 한 명은 이미 길목에서 대비한다.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다 공격하러 가서 골대가 비었군. 그럼 나는 수비수 해야지.'


청년 오피서들아. 회사의 거짓말과 선동질에 속지 마라. 노인들을 아무리 잘라내도 청년들을 대량으로 뽑아줄 일은 절대 없다. 기대 말자.


청년들의 실업이 많은 근본적인 이유는 노인들이 안 나가서가 아니다. 경제의 침체 때문이다. 생존이 걸린 밥그릇 게임에서, 노인이든 청년이든 자신의 생존권을 양보할 사람은 없다. 속지 말자.


분위기 전환 : 정체된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어떤 이는 고령자가 많은 회사는 정체가 되어 발전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국면 전환을 위해 고령자들을 내보내고,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근데 가만 둬도 자연순환이 되는데, 왜 매년 억지로 내보내며 순환을 시키지? 본질이 왜곡되었다는 얘기다. 이 이론은 고령자 내보내기용 카드로 전락했다는 의미다.


새로운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오면 어떠한가? 어수선하다. 원래 있던 자들은 새로 온 직원들에게 업무를 알려준다. 그리고 몇 년 후 고인물의 주범으로 낙인찍혀 밀려나게 된다. 매년 반복된다. 이게 그들이 말하는 활력인가? 뭐 분위기가 전환되기는 한다. 여기저기 삐약삐약대는 소리가 들린다. 오래 보던 풋풋함 떨어진 고령자들 대신, 프레시한 신선품 오피서들이 보인다.


눈에 새로운 게 보이니 새로운 환경이 된 것 같은 착시효과일 뿐이다. 어수선함을 활력이라 착각한다. 근데 왜 실적과 성과는 그 모양인가? 이미 여기서 다 탄로 났잖아. 그게 아니란 것을..


회사가 많이 프레시해졌어. 아주 좋아. 허허.


여기까지 보면 이제 본질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회사는 왜 그렇게 고령자들을 못 짤라내서 안달인 것일까?

그 진실은 등잔 밑에 있다. 바로 고위층 임원들이 이들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고령자들은 신체가 노쇠해 갈지 언정 다른 오피서들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다. 바로 지혜다. 제 아무리 스펙 좋고 많이 배워 많은 지식을 탑재해도 실전에 애를 먹는 이유는 경험 부족이다.


고령 오피서들에게는 오랜 경험과 살아온 세월 속에 내재된 지혜가 배어들어 있다. 이들은 회사의 움직임을 보고 중상모략을 눈치챈다. 윗선의 속내를 읽어낸다.


일만 계속 시켜줘도 감지덕지한 고령자들은 시키면 시키는대로 잘 깐다. 젊은 날의 야근도 불살라 가면서.. 이들은 어차피 더하고 싶어도 몇 년 안 남았다. 후배 청년들을 위해 불태울 준비가 된 자들도 많다.


이건 또 무슨 소리냐? 아쉬울 게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아닌 것에 아니라고 이제는 기꺼이 맞설 수 있다. 설령 상대가 세계관의 신 임원이어도 후배들을 위해, 대신 총대를 짊어지고 항변을 하러 가기도 한다.


"고전무님. 오랜 동기로서 한 말씀드립니다. 예전 우리가 과장 때 위에서 이런 사업은 못하게 했죠. 기억하시죠? 리스크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듣도보도 못한 에이전시를 끼고, 마진 다 넘기면서 무리하게 사업 추진을 하는 이유가 도무지 납득이 안 되는군요. 제고를 부탁드립니다. 부디 순수하게 사업 자체만 바라본 것이기를 바랍니다."


이 사업 아무리 봐도 이상하군요. “끄응..”


그렇다. 이들을 빨리 제거하려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바로 경영진의 두려움 때문이다. 자기들 하는 일에 백태클을 걸 수 있다. 자신들의 흑역사를 모두 알고 있다.


껄끄럽다. 치워버리고 싶다. 그럼 모두 내 맘대로 될 것 같다. 근데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모양새 빠진다. 프레임을 씌운다. 핵심 키워드는 고액, 무능, 노쇠다.


여기에 동조세력이 필요하다.

잘 찾아보자! 옳거니! 그래. 청년! 얼마나 좋은가?

젊게 가자는데 싫다는 사람 아무도 없다. 회사의 미래라는데 아니라는 사람 아무도 없다.


됐다! 편 가르기를 한다. 기회를 박탈한다. 이리저리 무능의 낙인을 씌운다. 오지로 돌려버린다. 회사 밖으로 내몰며 죽어라 떠민다. 이게 바로 고령 오피서들이 내몰리는 작금의 현실 뒤에 있는 진실이다.


그렇게 젊고 프레시한 거 좋아하면.. 왜? 임원도 죄다 청년으로 해 버리지? 그럼 되잖아. 왜 못하는데? 왜 못 하냐구. 임원 자리에 청년 앉히면 직원은 중고딩으로 채워야 되거든. 그럼 회사 망하잖아. 맞지? 딱 걸렸지?


그냥 니들이 싫어서 내보내고 싶다 해라.

세대 간 편 가르기 하며 청년들 챙기는 척 말고.


나이가 들어간다 싶을 때는, 세 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알아도 모르는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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