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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맹 Aug 29. 2024

회사가 좋다고 생각하는 그 시기

Part 1. 전지적 입사 시점


날 뽑아준 회사에 내 모든 것을 걸겠어!


수 많은 어려움과 난관을 헤치고 채용이 되면, 오피스 게임에 입문하게 된다. 가족들, 친구들 모두 축하해 준다. 기분 좋은 버프를 받고 시작하는 셈이다.


우선 많은 것이 달라진다.

1. 신분 세탁 : 백수라는 디버프의 저주가 사라지고, 회사라는 아지트가 생긴다. 네임벨류 있는 회사는 남들의 부러움을 사며 자부심은 한껏 고취된다.


2. 경제 안정 : 매달 따박따박 꽂히는 월급의 보상이 생긴다. 소비를 즐길 수 있는 퀘스트가 열린다.


3. 심신 평화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가? 이제 사회의 구성원이 된 것 같다. 회사라는 소속감이 주는 정신적 평화에 행복감이 더해진다.


회사에 애정이 피어난다. 사원증이란 아이템을 지긋이 들여다보며 그 뽕에 더욱 취하게 된다. 출퇴근 길, 일부러 사원증을 목에 걸고 다니기도 한다. 왜 밖에서까지 걸고 다니냐고 물어보면 대개는 별다른 이유를 대지 못한다. '귀찮아서..', '깜빡해서..' 이런 시덥잖은 얘기들 뿐. 결국 과시하고 싶은 내면의 심리지.. '나 이런 사람이야!' 그냥 이거다.


일부러 달고 다니는 사원증.. 다들 부러워하는군..


차갑고 분주한 도심 속을 활보하며 능숙하게 거래처와 전화로 업무를 척척 처리하는, 스마트하고 멋드러진 오피서의 모습을 떠올린다. 기대감에 내딛는 오피스 게임의 첫 걸음.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신기루겠지.. 처음 가 본 곳이니까..)


회사의 비전, 연봉, 복지, 제도, 사내 문화, 동호회.. 회사 안내와 교육을 받으며 또 한껏 뽕이 차 오른다. '아주 좋은 회사구나.' 흐뭇해진다. 행복회로는 멈추지 않는다. 옆을 본다. '어? 저번 면접 때 봤던.. 저 분도 여기에?' 함께 잘해보자며 서로 환하게 웃는다. 어쩌면 우린 좋은 인연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인연이긴 하지.. 그냥 스쳐 지나가는..)


뭔가 좋은 일들만 생길 것 같다. 꽃길만 열릴 것 같다. 어두운 날들의 다크모드는 이미 안녕을 고하고 있다. 세상은 밝게 빛난다. 하늘은 유난히 맑다.


신입사원 교육 시기에는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


부서를 배정받을 땐 묘한 긴장감이 돌기도 한다. 잘 해야겠다 다짐하고 부서 사람들과 인사를 한다. 모두 날 반겨준다. 잘 왔다고, 잘 해보자고.. 그런데 유독 저기 한 분만 반응이 없다. ‘내가 맘에 안 드나? 뭐야 저 사람?’ 사람들은 신경쓰지 말라고 한다. 곧 나갈 사람이라며.. '왜 나갈까? 이 좋은 회사를..' 이런 생각도 잠시. 환영 분위기에 휩쓸려 이내 잊게 된다.


자리를 배정해 준다. 나만의 플레이스가 생겼다. 지금부터 이 곳에서 창대한 히스토리를 써 나갈 생각에 뿌듯해진다. 업무를 가르쳐 줄 선임도 배정해 준다. 노트북, 문구, 수첩, 달력, 필요한 사무용품도 세심하게 챙겨준다. 회사 시스템 접속 계정도 만들어 준다. 오피스 게임 접속 계정이다.


부서 배치를 받고 새로운 기분. 근데 저 사람은 왜 안 쳐다보지?


첫날은 팀장님과 부서 사람들 함께 점심을 먹는다. 간단한 호구조사부터 시작해 주말에 뭐 했냐는 이야기들이 오간다. 대화도 많다. 너무 화기애애하다. 좋은 첫 인상을 남기기 위해, 험난했던 입사 과정, 떨어진 줄 알았다는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기 시작한다.


팀장님은 이상한 아재개그로 갑분싸를 만들지만 그래도 좋은 분 같다. 다른 사람들도 내 얘기를 잘 받아주고 모두 친절하시다. 여기 다 좋은 사람들이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고 신입사원인 만큼 사고도 좀 치면서 잘 배워나가라는 말씀도 해 주신다. 저 분들이라면 내가 어떤 사고를 쳐도 잘 도와 줄 것이다.


아무리 봐도 잘 온 것 같다. 정말 잘 해 보고 싶다. 점점 펼쳐질 드라마틱한 오피스 라이프가 기대된다.


매뉴얼 던져주는 건 선임 특, 천천히 시키라는 건 팀장님 특


처음 내 자리에 앉아 잠시 감격의 여운을 뒤로 하고, 새기분 새마음으로 깨끗이 자리를 정돈한다. 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나만의 사회적 공간이 생겼다.


선임이 업무 매뉴얼을 하나 던져준다. 첫날이니까 가볍게 이거 보고 있으라 하는 건 어느 회사든 국룰!

너무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하라는 말 한 마디. 잊지 않고 날려주는 건 모든 선임들의 필수 장착 멘트!

이를 보던 팀장님. 허허 웃으며, "첫날부터 무리하지 말고 차근차근 알려줘!" 하는 건 모든 팀장님특!


매뉴얼을 정독하고 외워가며 차근차근 따라해 본다.

마치 내일 시험이라도 볼 기세로. '근데 매뉴얼에 나온 것과 화면이 다르네? 이거 언제적 매뉴얼이지?'

궁금한게 많지만 선임은 바빠보인다. 내가 아직 잘 몰라서 그러나보다. 다시 혼자 이것저것 체크한다.


이쁨 받는 신입사원이 되어가는 것 같아 좋다.


중간에 대리님들이 티타임이나 하자고 데려간다. 적당히 쉴 틈도 만들어 준다. 내게 궁금한게 많은지 이것저것 많이들 물어보신다. 사는 곳. 취미. SNS는 하는지. 술은 좀 하는지. 여기 아는 사람은 있는지. 잘 대답해 줘야지. 근면성실한 새나라 어린이처럼..


'우리는 함께 생활하는 오피스 가족'이니까!

너무 행복하다. 더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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