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전지적 회사 시점
너의 미래를 쥐고 있는 건 바로 우리야!
채용.. 쓸데없는 지원자들 다 걸러내고 스펙좋고 똘똘한 애들로 다 뽑았다. 지원자가 넘쳐나니 사람 뽑기 참 쉽다. 거르는 게 더 노가다일 뿐..
그간 잘라버린 사람들 자리는 신입사원으로 메꿔버릴 생각에 계산기를 두들겨본다. '인건비가 이렇게나 많이 굳는구나..' 옳거니! 무릎을 탁 친다.
신입사원들의 첫 출근. 일단 모아놓고 회사 소개를 해 준다. 회장님이 우리나라 좋은 나라 만들려고 창업했다는 전래동화부터 시작한다. 회장님의 존재란, 곰이 마늘 대차게 뜯어먹다 사람 돼서 고조선 세운 뭐 그런 존재인 것이다. 한 마디로 킹갓 레전드다!
'어라? 뭐야.. 얘네?'
신입사원들 지금 감동먹은 표정이다. '그래 이거지!'이어서 회사의 비전, 연봉, 복지, 제도, 사내 문화, 동호회.. 회사 안내와 교육을 한다. 사실 제대로 돌아가는 건 하나도 없지만 좋은 회사로 보여야 한다.
차가운 돈 냄새 풀풀 나는 상업성은 철저히 배제하고, 따뜻한 이미지로 최대한 아름답게 주입시켜놔야 한다. 귀 쫑긋 세우고 표정도 밝은 걸 보면 일단 먹히는 것 같다.
신입사원이 부서에 배치받고 왔다. 긴장과 설렘이 공존하는 저 표정.. 나도 저랬을까? 저 자리는 벌써 1년 동안 3명이나 못 버티고 나간 자리다. 근데 신입사원으로 채워주다니, 과연 누구 머리에서 나온 쓰레기 아이디어일까? 대단하다!
모르겠다. 카드 돌려막기도 아니고. 이제 돌려막는 것도 힘들다. 누구든 일이나 덜어가서 나 좀 편하게 해 주면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몰아치면 또 못 버틸테니 적당히 잘해줘야겠다.
곧 퇴사하는 사람과는 접촉 못하게 막아야 된다. 퇴사를 앞둔 자는 물불 안 가리는 무적 버프 상태! 안 좋은 얘기만 할게 뻔하다. 혹시라도 신입이 딴생각해서 야반도주라도 해 버리면 나만 피곤해진다.
처음 왔으니까 노트북, 문구, 수첩, 달력 이런 보급품부터 챙겨준다. 회사 시스템 접속 계정도 만들어 준다. 앞으로 이게 너의 오피스 게임 접속 계정이다.
어쩌다 한번 모두 모인 점심 식사. 팀장님은 오늘따라 유난히도 말이 많다. 일 얘기만 하던 사람이 남들 안부를 다 묻고.. 아마도 신입사원에게 이미지 메이킹 시전중인가 보다.
신입도 썰 좀 풀기 시작한다. 험난했던 입사 과정, 떨어진 줄 알았다는 이야기, 열심히 하겠다는 말. 사실 관심없다. 많이 들었다. 이건 신입들 공통 썰이냐? 뭐 오늘은 신입 출근 첫 날이니 맞춰 줘야지. 이 헬게이트에 들어온 이상 앞으로가 문제겠지만 말이다.
여기 다 좋은 사람들이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고. 신입사원인 만큼 사고도 좀 치면서 잘 배워나가라는 팀장님의 멘트. 사고 치면 지가 제일 먼저 사자후 날릴 거면서. 저렇게 얘기해도 되는 건가 싶다.
신입이 자리에 앉았다. 그 자리에 얽힌 사연을 알까? 몇 달 동안 비어있던 자리였던가? 벌써 3명 나가고 4명째다. 근데 팀장님은 왜 나한테 신입사원 업무를 가르치라고 하는 거지? '벌써 4명째라구!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돈 더 줄 것도 아니면서..'
신입이라 당장 시킬 수 있는 것도 없다. 일단 놀게 해서는 안 된다. 구석에 있는 업무 매뉴얼 하나 던져주자. 첫날이니 오늘은 이거 보고 있으라고 한다. 팀장님이 허허 웃으며 다가온다. 첫날부터 너무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차근차근 알려주라고 한다. '장난하나? 그럼 제 일은 누가 해주는데?'
바쁜 업무를 처리하며 신입사원 쪽을 힐끗 본다. 대충 쓱 보면 될 매뉴얼 뭐 저리도 자세히 보는지.. '가만? 근데 저 매뉴얼 언제 거였더라? 한 3년 됐나? 저거 하나도 안 맞을텐데.. 아 이거 어쩌지?' 모르겠다. 일단 일이나 쳐내자. 꺼야 될 불이 천지다. 지금 남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알아서 잘 보겠지..
신입사원은 어떤 애인지 티타임 탐색전 들어가 봐야겠다. 이미지 좋게 메이킹하면, 선임들이 신입사원 챙겨준다고 하는 아름다운 모습인 것이다.
간단한 호구조사부터 이것저것 많이 물어본다. 사는 곳, 취미, SNS는 하는지, 술은 좀 하는지, 여기 아는 사람은 있는지.. 그래. 어디 계속 읊어 보거라. 그래. 그래. 읊는 김에 MBTI도 한번 아뢰어 보거라!
신입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다만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정보는 불균형일 때 권력이 되는 법이다.
이제 대충 파악됐다. 막 굴려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