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 a Dec 19. 2023

나를 돌아보고 돌보는 것

나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강요받는다. 착하게 사는 법은 어렵지 않다. 남을 위하며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면 착한 사람이라고 인식할 것이다. 진짜 착한 사람이든 착한 척을 하는 사람이든 남을 위해 배려하는 모습이 예뻐보이고 좋았다. 그래서 나도 친절함과 상냥함, 나에 대해 겸손함을 항상 겸비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왔다. 내가 봤을 때 싫은 행동을 해도 남에 대해 관대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남을 배려하며 착하게 사는 것은 중요한 것이 맞다. 그런데 남을 배려하는 만큼 나를 배려한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아니었다. 남에게는 관대한 편이었지만, 나에 대해서는 매우 혹독했던 거 같다. 나만의 기준이 있었으며, 그 기준에 내 성과를 미치지 못하면 나를 채찍질하였다. 예를 들어, 오늘 해야 할 목록 10가지를 계획했다고 치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어도 어떤 한가지 일이 오래 걸리거나, 급한 일이 먼저 생긴다거나 하면서 오늘 계획했던 일을 못 끝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일을 끝마치지 못하면 내 성격상 매우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걸 또 미뤄?", "이걸 오늘 끝마치기로 약속했잖아" 하면서 나에게 엄청난 비난과 자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아지는 건 없었다. 당연했다. 오히려 미루게 된 일을 내일 해야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하고 에너지만 소모되었다. 또한, 내가 잘못하여 혼나는 일이 있으면 그 날은 거의 동굴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했다. 왜 나는 남을 배려하는 만큼 나를 배려하지 않았을까? 나한테만 이렇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된 이유가 뭘까? 나한테만 이렇게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를 챙기는 건 나고, 나에 대해서 제일 잘 알아야 하는 것도 나다. 그러니 나는 나를 따뜻하게 돌봐줄 필요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고 아껴야 할 사람에게 누가 "너는 이것밖에 못해?" 이런 말을 하겠는가 내가 가장 아끼고 챙겨야 할 사람은 바로 "나"다. 내가 아니면 누가 나를 이렇게까지 챙기고 아껴줄까. 나를 사랑하고 보듬어야 남들을 더욱 배려하고 사랑을 나눠줄 수 있다. 나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남들과 배려하고 화합하고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강구했다. 내 몸과 마음을 챙겨주는 것이 필요했다. 

우선, 내 몸과 마음을 챙기기 위해서 나는 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몸에 좋은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했으며, 마음의 양식을 쌓기 위해 좋은 책을 더 많이 읽으려고 했다. 나를 아껴주는 방법을 계속 생각했다. 이런 행동들을 실천한 덕분에 더욱 더 행복해지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매일 자기 전과 아침에 일어난 후에 좋은 말과 긍정확언을 해줬다. 자기 전이나 틈틈히 감사일기를 썼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일기를 매일 쓰고 있는데, 돌이켜보면 참 고맙고 감사한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일기 쓴 내용 중에 내가 감사하다고 느낀 부분들을 따로 모아서 적었다. 그리고 다 쓴 후 천천히 다시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아침에는 일어나서 세수를 한 후 나에 대한 장점과 내가 되고 싶은 것들을 써서 나는 할 수 있다고 항상 말을 해줬다. 그렇게 매일 해보니, 나에 대한 단점보다는 장점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고, 난 뭘하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말만 해주고 좋은 일을 하려고 노력했다. 내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직접 몸소 느낀 뒤로, 나는 이제 잘 안되는 일이 있을 때 나를 비난하기보다는 좋은 말만 해주고 그래도 천천히 끝까지 잘하면 된다고 격려해주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나를 바꾸니, 남들에게서도 좋은 면을 먼저 찾으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이로써,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더 커지게 되었다.


나를 좋아하고 아껴줘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듯 나를 보듬어줘야 한다. 남이 나의 좋은 점을 봐줬으면 하고 바라기 보다는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격려를 하고 나를 소중히 해 나가다보면 나를 사랑하게 된다. 내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데 남을 배려하는 마음만 가지고 누가 나를 좋아해주기만을 바라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방법을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알게 해줬으면 좋겠다. 모두가 나 자신을 사랑하며 진정한 사랑을 하는 법을 알고, 타인 또한 넘치게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세상에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며 잠에 들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