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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Dec 20. 2023

나는 5살. 호주에 살아요.

메이페이퍼 ㅣ 나는 호주에서 5살이다 ㅣ 03

호주에 사니 좋아요?

네! 너~~무 좋아요!

천국 같아요.

아이들에게두요!


여기서 대화를 끝내고 싶었다. 사실, 그 뒷얘기를 하면 펑펑 울 것 같았다. 그래서 진짜 이야기는 자연스레 숨겨진다.


아이들이 호주에서 자라는 것과 부모가 호주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하루에도 수십 번,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그래 호주에 오길 잘했다. 자연 속에서 놀면서, 그래 내가 이러려고 호주로 왔지. 바다에서 놀면서, 그래 내가 이런 여유를 부러워했었지.


copyright 2023.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그러다 문득, 현타의 순간이 온다.

‘왜 나는, 호주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하는 거야?’


나는 착각했었다. 호주에 오면, 엄마인 나도 천국에 살 줄 알았다.


낯섦, 허전함, 어색함, 불편함, 그리움, 긴장감

실망감, 민망함, 난처함, 소외감, 서운함,

그리고 책임감.  


그래서, 나는 열심히 살았다.

모든 고생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나.

고생을 안 하면 심심해서 삶이 지겨운 나.  

한번 시작하면 완벽해야 하는 나.

과로사로 죽겠다 하면서도 밤을 새우는 나.

나를 그렇게 키웠다.

강하게.

그래야 살 수 있었다.




그 힘든 5년을 보내고, 나는 모니터 앞에 앉아 글을 쓴다. 나의 모습을 글로 하나둘씩 그렸더니, 글 속의 내가 선명해지면서, 모니터를 뚫고 나와 내 앞에 서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나도 지지 않고 째려본다.

혼내주고 싶다!


근데. 그녀가 나를 위로한다.


근아야.

낯설었지만, 너는 시작했고,

실수했지만, 너는 시도했고,

어설펐지만, 너는 대화했고,

혼돈스러웠지만, 너는 자리를 지켰고,

펑펑 울었지만, 너는 울면서도 웃었고,

압박감에 몸서리쳤지만, 넌 그만큼 강해졌고,

아빠를 잃었지만 네 곁에는 엄마와 오빠가 있고,

끝없는 위로가 이어졌다.


토닥토닥. 쓰담쓰담.

나는 그녀의  품으로 들어갔다. 내가 나를 안고 있다.

가장 기다렸던 품이다.






그 품이 내게 말한다.

그리고, 내가 대답한다.


나는 호주에서 산지 이제 5년.

그럼 5 살인게지.

신나게 놀다 보면 6살, 7살 되겠지.

나의 아이보다 어리지만 아이와 함께 성장하면 되겠지.

아이만큼의 에너지를 가졌으니 마구마구 자라나겠지.


실수해도 다시 일어나는 방법을 배우면 돼.

순수한 마음 그대로의 감각을 느끼면 돼.

하루종일 뛰어다녀도 지치지만 않으면 돼.

영어도 모국어처럼 자주 쓰면 돼.

지금 나는 5살, 곧 6살, 7살이 될 테니까.


그녀는 여전히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나도 여전히 지지 않고 째려본다.

칭찬해주고 싶다.

격려해주고 싶다.

위로해주고 싶다.

혼자 크느라 힘들었겠다.

그만큼

단단해지고

강해지고

굳세지고

더 커다란 너를 만날 것이야.







토요일, <나는 호주에서 5살이다> 4편이 이어집니다.


현재 특별매거진 <근아 놀이터에서 놀아 볼까> 발행 중입니다.(12월 17일 - )


화 / 금 - <나의 삶에는 동화가 있다> 연재

수 / 토 - <나는 호주에서 5살이다> 연재


매달 12일 <메이페이퍼의 브런치 성장일지> 매거진 발행

<메이페이퍼의 영어버전> 매거진 발행 예정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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