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페이퍼 ㅣ 나는 호주에서 5살이다 ㅣ 02
이 브런치북의 제목이 [나는 호주에서 5살이다]로 바뀌었음을 알려드립니다.
1편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요 며칠, 아들만 보면 자연 속에서 환하게 웃던 모습이 계속 떠오른다.
열이 나, 지금 내 앞에서 힘 빠진 목소리로, 엄.마. 말을 걸어와도
핼쑥해진 얼굴에 다크서클이 내려와 해골 마스크를 쓴 듯하여도
내 옆에 앉아, 세수 안 한 꼬질꼬질한 얼굴을 들이밀어도
내 눈에는 아들이 여전히 활짝 웃고 있다.
무슨 말을 해도 예뻐 보인다.
웃음이란 것이 날 미치게 했나 보다!
이렇게 미치는 건 즐겁다!
‘서양인들이라 이목구비가 커서 웃음이 큰가?
5년 전, 처음 호주에 왔을 때,
호주 아이들이 웃는 모습이 마냥 부러웠었다.
그런데 이제 전혀 부럽지 않다.
우리 아이들 모두가 그 웃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서양 아이라서가 아니라
자연을 담은 웃음
진짜 자기다운 웃음이라면
모두에게 그런 웃음이 가능하다.
분명 똑같이 웃고 있는데, 그 웃음이 또 웃기 시작한다. 더더더 활짝. 더더더 행복하게. 더더더 이쁘게. 웃음도 더 이뻐질 수 있구나. 이건 내가 호주에서 발견한 '우리 가족 진화론'이다.
자연(自然): 스스로가 마땅히 그러한 것이 자연이다.
자연속에서
자연 그대로의 자신으로
자연이 준 그 웃음.
이것이 바가바드 경전에서 해석한 자연.의 의미를,
자연의 하나인 내가 품은 자연의 미소가 아닐까.
지금 아이의 웃음이, 나의 웃음이 그런 것은 아닐까.
아이다운
아이만의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본능의 웃음
이것이야말로
진.짜.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아들 학교의 교정에 앉아 있으면 모든 아이들이 내 자식처럼 사랑스럽다. 잔디밭 위를 굴러다니는 소년의 웃음은 떼굴떼굴 간질간질하고. 모래놀이하는 곱슬머리 소년의 웃음은 보들보들 부드럽다. 모두 자연 담은 웃음이다. 아이들에게서 나는 자연을 본다. 이 브런치북에 아들 친구들의 사진을 그대로 보여줄 수 없어 아쉬울 뿐이다. 남자아이들인데도 - 머리는 헝클어지고, 무릎은 꼬질꼬질하고, 입에는 점심에 먹은 바베큐 소스가 그대로 묻어 있음에도 - 어쩜 그리 이쁜지. 천진난만함, 행복함, 장난스러움, 호기심, 보조개, 스마일 이모티콘, 천사들이다. 모두의 웃음은 자연스럽다.
한참을 자연에서 놀고, 집으로 돌아온 후, 빨래바구니에 한가득 쌓인 아들의 꼬질꼬질 옷들이, 갑자기 웃기 시작한다! 빨래에 웃음이 따라왔다. 나를 웃게 만든다! 꼬질꼬질꼬질꼬질.
아들의 웃음이 '자연 담은 웃음'이라면
딸의 웃음은 '자연 닮은 웃음'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바뀌고, 하루동안 사계절의 모습을 보여주는 호주의 자연을 닮아가고 있다. 어제는 한낮 기온이 40도를 넘어가며 뜨거운 맛을 보여주더니, 밤에는 냉골에 온 것처럼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선사한다. 못생긴 나무인 줄 알았는데, 여름에는 화려한 보라색의 꽃나무가 된다. 분명 구름 없는 파란 하늘이었는데, 옆 동네 하늘에 동그라미 구름이 다가와 소나기를 쏟아붓는다. 이 쪽은 햇살이 가득한데 말이다. 딸 덕분인가 보다.
또한, 딸의 웃음은 발레 같다.
5살 때부터 발레를 해서인지 딸에게는 우아한 미소가 있다.
나는 우아+아이+자연이 낳은 웃음과 매일 만나고 있다.
호주에서 진화된 여러 버전의 웃음들이다.
웃음이 매일매일 새로운 의상으로 갈아입니다.
발레공연 웃음
자신감 가득 웃음
친구들 사이 애교 웃음
영어버전 웃음
눈가에 색깔 바른 웃음
한국과 연결되는 짝사랑 웃음
키득키득.
눈을 감아도 딸이 웃는 게 보인다.
근데 이상한 건, 아이들의 웃음은 진화하는데, 나의 웃음은 점점 어려진다.
글 쓸 때, 5살 아이웃음.
새벽독서모임에서, 4살 아이웃음.
브런치 독자들의 댓글을 읽을 때, 3살 아이웃음.
호주로 와서 나는 0살이 되어 모든 것을 새로 배우고 새로운 나로 살고 있다. 이제 호주에서 5년을 살았으니, 나는 호주에서 5살이다. 이런 5살의 아이웃음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독자들은 나의 아이웃음을 내 글에서 찾은 걸까. 댓글을 통해 나에게 3살 아이웃음을 선물해 준다. 3살 아이처럼 하루종일 신나고, 히죽히죽이다.
나의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어떤 미소를 지으실까? 내 글을 통해, 미소 짓고, 웃음 짓고, 행복 짓고 계실까.
내가 자연으로 와,
자연에서 얻은 아이들의 웃음과
나의 웃음이 독자들과 연결되어
그들의 가정에도
자연이 이어지면
나의 아이웃음도
독자분들의 웃음도
진화될까.
더더더 활짝
더더더 이쁘게
더더더 행복하게
더더더 자연스럽게!
나는 '자연스러운 미소와 웃음을 디자인하는 동화작가 근아'다.
내가 자연에서 변하고
내가 세상과 연결되면
세상도 진화하지 않을까.
자. 연.스.러.운. 미소를 가진 세상.
안녕하세요. 근아입니다.
다음 주 수요일, <나는 호주에서 5살이다> 3편에서 이어집니다.
앞으로 연재되는 [메이페이퍼]들입니다.
화 / 금 - <나의 삶에는 동화가 있다> 연재
수 / 토 - <나는 호주에서 5살이다> 연재
목 - <정근아 우화집(가제)> 연재
매달 12일 <메이페이퍼의 브런치 성장일지> 매거진 발행
<메이페이퍼의 영어버전> 매거진 발행 (12월 25일 월요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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