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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May 29. 2024

패션잡지를 좋아하는 디자이너

북디자이너, 일러스트 작가, 패션디자이너의 시선으로 _ 02

지난 몇 주간, 북디자이너, 패션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글을 적었고, 오늘은 이 모든 경험을 토대로,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적어 볼까 합니다. 멀티 디자이너의 일상이야기입니다.


Ep1.


딸아이의 스포츠 유니폼을 사러 OO에 다녀왔다. 셀프 계산대옆에 꽂혀있던 잡지 하나를 가져왔다. OO에서 무료로 배부하는 잡지였다.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던 것이었는데, 이날은 웬일인지 꼭 그 잡지를 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아이들이 셀프 계산을 하니, 나의 눈이 자유로워서 그랬을 것이다. 덕분에 나는 새로 도입된 최첨단 셀프계산대 - 바구니를 통째로 올려놓으면 그 안에 있는 모든 아이템이 스캔되어 자동으로 계산 -  를 유심히 관찰하던 중이었고, 그러다 이 잡지를 발견한 것이다.




사실, 이 일러스트를 보고 나 혼자 소름 돋고 있었다. 분명 OO 매장을 돌면서 이와 비슷한 일러스트를 머릿속으로 구성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나의 아이디어를 캐치해서 잡지로 만들어 나에게 특별하게 보여주는 기분이었다. '이런 일러스트를 그리고 싶었어? ' 나를 약 올리는 듯했다. 내가 구성한 것과 90% 이상 매치되는 일러스트였다. 뭐지?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


그래. 일단 오늘은 널 가져가줄게. 나도 무언인가에 끌려 잡지를 바로 집어 들었다.


안쪽은 살펴보지도 않고 쇼핑백안에 툭 던져놓고는 잊고 있었다.


며칠 후, 여유롭게 잡지나 볼까 하는 생각에, 첫 장을 펼치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너무 흥분되는 즐거움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이 이 잡지에 실린 것이다.



꽤 오랫동안 인스타를 팔로우하고 있는 중인데, 그의 성장과정을 모두 지켜보며 참 부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그림책을 해외배송으로 받아보는 big fan이 되었고, 해외로 뻗어나가는 그의 작업을 나 홀로 열렬히 응원하는 중이다.


그런 나에게 끌림이 있었는지, 이렇게 호주에서 그의 작업을 맞이한 것이다.


패션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가 내가 패션잡지를 좋아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Ep2.


어렸을 적부터 하이틴 잡지를 즐겨봤고, 패션 디자이너로 일할 때는 나의 업무 중 하나는 모든 패션잡지를 보면서 우리 브랜드의 옷이 잡지화보에 협찬으로 나가거나, 디자이너 선생님의 인터뷰가 있거나, 연예인들이 옷을 협찬했을 때 그분들의 착장모습을 스크랩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업무시간에 당당하게 즐길 수 있었다. 나는 참 복 많은 사람인게 틀림없다 싶었다.


잡지를 보면서 가장 내가 좋아했던 부분은 여러 가지로 구성되는 잡지의 레이아웃이었다. 그 당시에는 북디자인이라는 개념도 없을 때였는데, 다양한 일러스트와 글자체로 장식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살펴보는 것이 꽤나 흥미진진했었다. 이것이 내가 패션잡지를 보는 즐거움의 두 번째 이유였다.


덕분에, 그렇게 오랫동안 쌓인 잡지 레이아웃을 보는 능력은 내 안에 그대로 축적이 되었나 보다. 경험이 체험이 되고, 그것들은 모두 사라지지 않고 나의 한 구석에 나의 한 부분으로 남아있는 듯, 2년 전 디자인 대학원을 다닐 때, 잡지디자인 프로젝트를 하면서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진행했던 기억이 있다. 또 내가 좋아했던 일이 나의 일에 도움이 되니,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인게 틀림없다 싶었다. 





북디자인.

일러스트.

패션디자인.


이를 모두 합쳐놓으면 패션잡지.


오늘 아침에 나에게 온 메시지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 되고, 


이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더욱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음에, 내가 멀티 디자이너임이 자랑스럽다. 솔직히 그렇다. 하지만 동시에 더 많은 것에 도전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커진다. 이 세 가지의 일이 A라는 효과를 가져왔다면, 더 많은 경험들이 모이면 어떠한 효과가 거대하게 나에게 돌아올지 실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난 또 멀티 디자이너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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