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근아 May 31. 2024

멀티 즐기는, 멀티 디자이너

"저는 멀티를 못하는 사람인가 봐요."

몇 달 전, 코치님께 나의 고민을 털어놨다.


한참 동안 나의 속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여러 가지의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간 후,

코치님께서 해 주신 말씀.


"선생님은 멀티를 즐기시는 중인 거 같은데요? 말씀하시면서 계속 웃고 계시네요."


"그런가요?"

생각해 보니 맞다.

힘겨웠지만 즐겁게 일했었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못할 뿐이지, 그 일들 하나하나를 모두 소화하려고 최대의 노력을 하시는 중이고, 그 과정에서 선생님의 성장에 스스로 뿌듯함을 많이 느끼시고, 그 과정을 즐기고 계시는 듯한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맞네요.

그렇네요.

제가 그랬네요.

제가 참 욕심이 많네요.

하고 싶은 게 왜 이리 많을까요. ㅎ


"그리고, 지금 하시는 일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렇네요. 모두 하나죠. 아... 그렇네요. 여러 가지 일이 아니라 하나의 일이었네요."

(......)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더 있으실까요?"

"전시회도 하고 싶어요."

"멀티를 하시는 김에 더 해보실까요? 멀티를 즐기시는 분이시니까, 지금 하시는 모든 일들에, 전시회 프로젝트까지 끌어와서 모두 함께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 전시회까지요? 와... 언젠가는 하고 싶다 생각만 했는데..... 해보고 싶어요!"

"그럼, 한번 전시계획을 세워보시겠어요? 언제쯤이 될지 결정되시면, 저에게 나중에 알려주시겠어요? 그럼 제가 대신해서 만천하에 공개하겠습니다. 하하."




위와 같은 코칭을 받을 당시에는, 한꺼번에 밀려온 여러 가지의 프로젝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때였다.


항상 혼자서만 느긋하게 일하던 나였는데, 더 이상은 그러면 안되는 때였다. 여러 명과 함께 일하는 것에도 하루빨리 익숙해져야 했고, 동시에 나 혼자서 진행하던 디자인 작업들도 있었고, 매일 브런치북 글도 발행해야 했고, 호주에 사업오픈 준비도 해야 했기에, 하루하루 힘겨웠고 정신없던 때였다.


그럼에도, 나는 한 가지 일을 시작하면 평소처럼 초집중 모드로 들어가다 보니, 자동적으로 다른 것에는 신경을 못쓰는 게 되고, 가끔은 내가 해야 할 일을 망각할 때도 있었다. "아! 맞다. 또 까먹었네." 그러다 보니, "나는 멀티를 못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결론을 맺고 코칭시간이 되었을 때, 그 고민을 털어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날 코칭의 시간을 통해, 나는 멀티를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멀티를 잘하는 것을 넘어서서 멀티를 즐기는 사람. 이건 내 인생 전체를 바꿔놓을 만큼,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여러 가지 일들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더욱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더 자신감이 생겼고, 내가 하는 일들 하나하나에서도 전문성을 키우면서도, 그 모든 일들이 서로 시너지를 키울 수 있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난 그날 이후로 멀티를 더욱더 즐기는 중이다.


지금 [난, 멀티디자이너]의 글들도 이러한 사고의 전환을 통해 변해가는 나를 다시 돌아보고 싶어서 기획한 브런치북이다. 그리고, 확인하고 있다. 꽤 오랫동안 나는 멀티를 굉장히 즐기고 있었구나. 또 한 번 나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다.






멜버른 여행중, 레오나르도 다 빈치 전시회에서 찍은 사진.


멀티를 잘하는 사람.


나에게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롤모델이라 할 수 있다. 단순하게 여러 가지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 여러 가지 분야에서도 꽤 잘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하기에 나에게 부족한 점은 채우고, 내가 잘하는 건 더 강화시키고, 서로서로 연결시켜 발전시키고 있는 중이다.


더 나아가서는 그가 말한 것처럼, 나의 모든 방향을 하나에 고정시키면, 그 모든 일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서로를 이끌어 어떠한 폭풍우를 만나더라도 함께 헤쳐 나갈 것이다.


이러하기에 나는 또 나를 더 멋진 멀티 디자이너로 키우는 중이다.






그리고, 앞서 코치님과 약속했던 전시회 일정.

아직까지 말씀드리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여기서 공개한다.


2025년 한국의 겨울 12월이 될 듯하다.

아이들의 호주 여름방학 동안,

6주의 기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어젯밤 번뜩 나에게 들어온 생각이다.

그때를 향해 나아가보려 한다.


1년 6개월 후, 난 얼마나 성장해 있을까. 





이전 16화 패션잡지를 좋아하는 디자이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