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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un 05. 2024

아티스트를 꿈꾸는 디자이너

아트. 

여기서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것을 창조하는 모든 것. 이것을 아트라고 정의하고 시작한다. 

나의 경우엔, 그림, 디자인, 글이 여기에 속한다. 


대학교에서 Fine Arts(동양화)와 Fashion Design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Graphic Design 석사과정을 수료했지만,


대학원 마지막 학기, 나에게 훅하고 밀려들어온 필요성과 간절함은 다시 그림으로 향해있었다. 코비드가 끝나고, 대학원의 마지막 학기는 대면 수업이었다. 처음 캠퍼스 수업을 받으러 학교에 갔을 때, 디자인 실 맞은편에 있던 Visual Art (회화과)의 작업실을 매주 보다 보면, 한참 그림에 빠져 학교에서 밤새며 그림 그렸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친구들과 함께 그림을, 즐기면서 작업했는데.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모두 표현했는데.'


시간이 흘러, 학교안의 작업실 앞에만 가면 많은 생각들이 나의 현실을 방해하는 듯, 내 앞에 드리워진 느낌이었다. 현실은 안 보이고, 과거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내가 저기 있어야 했는데, 내가 저기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수십번도 더 한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나는 디자인을 배우면서도, 아트적인 디자인을 선호했던 듯하다. 디자인을 한다기보다는 점, 선, 면등의 디자인요소들을 이용한 추상화를 그렸다고 해야 할까? 로고 디자인을 해도 여백이 있는 동양화를 그린다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한동안은 모든 나의 디자인을 유화로 그려볼까도 생각했던 적이 있다. 꽤 그럴싸할 거 같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 머릿속을 혼란으로 빠지게 했던 생각들은 '난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좋은 걸까. 아니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활동 자체가 좋은 걸까.' 대학원 과정을 마치는 마지막학기에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 당시 결론은, '그림으로 다시 공부를 해야겠다'였다. 디자인을 배운 후의 그림작업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었다.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발행하는 브런치 북 [바라보는 theME]에 나의 그림이야기를 시작했다. 글과 디자인에 치우쳐진 나의 삶의 균형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시소가 도무지 움직일 생각이 없다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한쪽으로 기우뚱 기울어진 내 생각들, 내 시간들, 내 노력들에 맞는 그림의 무게를 다른 쪽 시소에 올릴 차례가 온 것이었다. 나에게는 그림이 글과 디자인의 총량을 모두 커버할 만큼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의 삶에 그림의 시간을 추가했다. 아직은 오랜만의 작업이라 더디고, 서툴고, 우왕좌왕하느라 진도는 늦지만, 조만간 다시 제속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2025년 겨울, 한국에서 전시를 하겠다고 브런치 글에 공개적으로 공표까지 했다. 진짜 시작인 것이다. 올 겨울 한국방문을 하려고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한국 갤러리들을 돌아보고 싶어서다. 그 이유가 아니었다면, 유럽 어딘가로 떠났을 것이다. 유럽여행까지 포기하고 한국으로 가는 나를 바라보며, 참 간절하구나 싶다. 1년 6개월의 기간이 짧은지 긴지 아직 감도 없으면서, 무작정 시작인 것이다. 하다 보면 답이 나오겠지. 하다 보면 길이 보이겠지. 또다시 '무작정 시작'의 마인드가 생겨버렸다. 이는 내가 꼭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이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나에게 들어온 생각이 맞는 길이라 믿을 뿐이다. 이끌림에 따라가 보려 한다. 





아티스트를 꿈꾸는 디자이너. 

솔직히 너무 욕심을 부리는 느낌이다. 하지만,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방법이 이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냥 디자이너도 아닌,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도 아닌, 두 가지를 조화롭게 나만의 방법으로 나를 드러내야 나의 작업이고, 나의 작품이 될 것이라 믿는다. 



천재의 작품은 무엇보다도 투박하다. 천재는 시간 흐름을 헤아려 작품을 내놓는다. 시간이 지나 표면이 너덜너덜해지면서 작품의 깊은 품격이 드러난다. 작품의 미는 힘이다. 깨어지면서 빛나고, 갈라지면서 정육면체 다이아몬드가 된다. 다이아몬드처럼 빛을 내기 위해서는 갈라져야 한다. 그리하여 표면은 내부의 빛에 이르는 창이 된다. - 소로(주)




(주) 소로의 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갈라파고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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