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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un 26. 2024

나를 찾아온 동화 스토리

내 안에 동화 스토리들이 켜켜이 쌓이고 있다.

그리고 세상밖으로 꺼내달라고 나만을 바라보고 있다.


이 동화들은 왜 갑자기 나에게 찾아왔을까. 그리고 왜 하나같이 '감정'이라는 똑같은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는 있는 걸까. 아직 내가 그것들을 표현할 능력이 없는데도, 내 안에서 하염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게 느껴진다. 7년 전 처음 찾아온 동화 속 그 조그마한 아이도 여전히 내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 주길 바라는 걸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조금만 더 기다려줘." 그것뿐이었다.


각각의 동화들이 개성들이 너무 강해서 그들만을 위한 특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보니 오랫동안 그들을 꺼내줄 특별한 방법들을 하나씩 하나씩 정성 들여 찾고, 배우고, 경험하고, 습득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다, 한 달 전, 이런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내가 답답했는지, 5개의 동화스토리가 한꺼번에 툭 나에게 던져졌다. 영어수업과 감정코칭을 해주고 있는 다니엘로부터다. "이 동화들을 위한 일러스트를 그려 줄 수 있겠어?" 글을 읽자마자 나는 바로 그의 동화 속으로 빠져들었고, 그곳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확실하게  보였다. 그의 동화 역시 감정을 다루는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자신감이었다. 아, 이제 내가 이 동화 스토리들을 이해할 어느정도의 자격은 갖추었구나. 그만큼 성장했구나 싶었다. '그래! 당연하지.'라는 답변을 보내고 그의 제안을 바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나는 왜 그 많은 동화들이 나를 찾아왔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의 모든 관심과 나의 모든 경험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나의 글이, 나의 그림들이 그것들을 표현하고 있다. 눈으로 보이는 나의 그림을 내가 다시 보면서, 그리고 글자로 보이는 나의 글을 내가 다시 읽으면서, 나는 나를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언제나 "I'm not good enough" 만을 말하고 다니던 소심하던 내가, 요즘은 "I'm good enough" 나를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밖으로 보여질 모습뒤에 숨겨져 있는 진짜 내 모습. 나만 아는 그 모습까지 사랑하기로 했다. 그 또한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나만의 개성이니 말이다. 이것을 깨달으면서, 나의 동화스토리들도, 나의 동화 일러스트들도 충분히 세상밖으로 나올 아이라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고, 그들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독서모임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언젠가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AI에게 물어봐야 할 세대가 올 수도 있다. 내가 이렇게 소중하게 찾은 이 사랑을 우리 아이들은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나는 그 방법을 알고 있는데?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방법도 알아냈는데? 내가 분명히 경험했는데? 그것을 동화로 표현하려 하는데?


이제는 감정과 관련된 동화책을 만드는 것이 나의 삶의 사명이 되었고, 나는 거기에서 나만의 삶의 가치를 찾고자 한다. 그러니, 내 안에 들어와 있는 동화스토리가 너무 오래 기다리다 지쳐서 떠나지 않도록, 요즘은 매일매일 그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마음도 함께 살피는 중이다.


물론, 여전히 나는 서툴다. 지금은 첫아이를 낳고 어떻게 안아줘야 할지 몰라서 쩔쩔매는 초보 엄마의 마음 같다. 하지만 믿음 하나는 있다. 내가 내 아이는 정말 소중하게 잘 키워낼 수 있다는 거. 그리고 첫 번째 아이를 키우다 보면 요령이 생기고 속도도 빨라지고, 어느새 큰 아이가 다른 아이를 함께 보살펴줄 거라는 거. 그리고 그렇게 나는 나에게는 찾아온 5개의 동화들을 세상밖으로 내놓을 거라는 거.



가제목으로 적어 좋은 나의 동화책들이다.


<Brick Boy>,

<Seed>,

<Blue Striped Cup>,

<Colour Crayon>,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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