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호주의 아트스쿨에 간다.
사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미술을 시작했고, 명문 예술중학교, 예술고등학교를 나오고, 대학교에서 회화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디자인까지 공부를 했다. 그럼에도, 난 여전히 '난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라고 나 스스로를 그리 여기고 있다. 이 생각은 미술을 시작하는 초등 4학년때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36년 동안 나를 붙잡고 있는 생각이다.
아마도 내 주변에 그림을 천재적으로 잘 그리는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나는 항상 나 자신을 '오랜 노력이 필요한 사람'으로 생각했었다. 또한,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의 천재성을 따라갈 수 없는 사람', 이런 낮은 자존감을 갖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었고, 그것이 맞는 이야기라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하지만, 아트수업 두 번째 날.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등록한 수업은 드로잉, 페인팅 기초반이다. 드로잉을 위해 연필을 어떻게 잡는지, 색을 어떻게 섞어 사용하는지를 가르쳐주는 완전 기초수업이다. 이미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이 기초반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단순히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내가 굳이 '기초반'을 선택한 이유에는 단순히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것 이상의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디자인 석사졸업을 하고, 아트분야 박사과정으로 올라가야 정상인 이 시점에 다시 나를 기초의 단계로 돌려놓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이 선택은 오랜 시간 동안 나를 괴롭혀 온 생각들과 마주하고, 그 근본적인 원인을 파헤쳐보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단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인식과 자아존중감에 대한 깊은 성찰과 맞물리면서, 더 큰 깨달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좀 더 새로운, 그리고 더욱더 깊은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다시 만나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마음으로 깨닫는 것을 넘어서서 체화하는 중이라 말할 수 있다.
[배움의 진정한 가치]
이 브런치북을 위한 글을 쓰면서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나의 삶 그리고 나의 작품들까지 더 깊이있게 들여다보고 그 속에 숨겨진 가치를 찾아가는 시간이 될 듯하다.
내가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볼 때에
지층의 순서와 중첩을 정확히 암기하는 것보다도
어째서 다양한 사상이 일체 몰입되어
고요한 통일의 감성으로 되는가를 아는 편이
한 층 내 목적에 적합하다.
- 에머슨(주)
(주)에머슨 수상록, 랄프 왈도 에머슨, 서문당,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