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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Oct 03. 2024

새벽 5시, 독서가 예술이 되는 시간

독서모임에서의 1시간

나의 하루는 새벽 4시,

고요한 시간 속에서 시작된다.


일단 나는 브런치 글을 다듬어 한국시간 새벽 5시에 발행한 후, 바로 매일 같은 시간에 진행되는 독서 모임에 참여한다. 10개월간 이어가고 있는 독서 모임은 이제는 그 자체로 소중한 나의 새벽 일상이 되어버린 듯하다. 


먼저, 1시간 동안 각자 자신의 책을 읽으며 고요 속에 잠긴다. 이 시간은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오롯이 글에 담긴 작가의 생각이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 같다. 나는 천천히 음미할 뿐이다. 그 순간순간이 나를 다시금 마주하는 시간이 된다.


1시간이 지나면, 지담 작가님(독서모임 호스트)의 "6시입니다"라는 알림과 함께 독서토론의 시작을 맞이한다.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또 다른 깊이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각자가 읽은 책에서 한 구절, 혹은 마음에 남은 문장을 나누다 보면, 서로 다른 책 속에서도 겹치는 주제들이 나타나곤 한다. 때로는 우리가 그 주제들을 하나로 엮어가기도 한다. 마치 여러 갈래의 길이 하나의 목적지로 모여드는 듯한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이 경험은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삶의 의미를 더 깊이 되새기게 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혼자만의 울림을 느끼며, 나의 마음속에서 그 이야기들이 연결되고 발전하며, 1시간 동안 나만의 풍부한 이야기가 다시 태어나는 듯하다.


나 혼자 읽었을 때는 그저 내 시선과 나의 경험의 한계 속에서만 머물렀을 생각들이, 이곳에서 다양한 관점과 만나 더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각자의 책 속에서 발견된 깨달음들이 나의 마음에도 닿을 때, 그때 비로소 나는 나의 삶을 더 다양한 시선으로 읽게 된다. 그들과 나눈 이야기들은 나의 머릿속을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깊숙이 자리 잡고 나의 생각과 감정을 휘저으며 새로운 깨달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다른 이들의 생각과 통찰이 더해지면 나의 이해도 넓어지고 풍부해지며, 나는 그 순간 지적 여정 속에서 끝없이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 정신이 뛰어난 자는 자신의 요구를 배우고, 보고, 연구하고, 명상하고, 연습한다. 결국 자유로운 여가를 바라는 강한 요구가 필요해진다. (중략) 결국, 특별한 사람은 자신의 사생활 이외에 제2의 지적인 생활이 있다. 이런 지적인 생활이 점차 본래의 목표가 되어 사생활을 지적 생활에 필요한 수단으로만 여긴다. (중략). 지적인 생활은 특히나 통찰과 인식이 풍부해지면서 일관성을 갖고 발전을 거듭하면서 온전히 완벽한 예술품이 된다. - 쇼펜하우어(주) "


나 또한 독서모임을 통해, 이렇게 나의 생각들이 서로 이어지고, 확장되며, 심화해 가며, 삶의 깊이를 더해주는 하나의 의식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독서모임 시간 동안, 연필로 끄적거린 메모들이 또 다른 그림으로 성장하고, 색상도 다채롭게 변화하며 생명을 얻는 듯하다. 이렇게 나의 하루는 고요한 새벽 속에서 책과 대화를 통해 예술품으로 만들어지는 중이다.








(주)쇼펜하우어 소품집,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페이지2북스, 2024


** 독서모임 >>  https://guhnyulwon.liveklass.com/classes?publicCd=00&category=7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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