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도가 붙어 내가 나 자신을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다. 마치 온 세상이 나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반대로 내가 무언가에 휩쓸려 빨려 들어가는 듯도 하다. 그 과정에서 흘러들어오는 정보들은 나의 감각을 다각도로 자극하고, 내가 축적해 온 경험과 지식들에 자연스레 얽히며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시기에는 영감이 쉼 없이 솟구쳐 오르고, 나는 그 무한한 흐름 속에서 때때로 압도당한다.
이후에 찾아오는 것은 나의 감정과 생각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표현하고, 그것들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시간이다. 이렇게 채워진 나를 비워내는 과정에서 점점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그 순간, 표현과 나눔을 통해 내 내면이 서서히 정리되기 시작한다.
그 후에 나를 찾아오는 것은 정지 상태, 고요한 침묵의 시간이다. 말 없는 그 순간은 마치 모든 것이 멈춘 듯한 평화로움 속에서, 나와 나 사이에도 깊은 침묵이 흐른다. 이 시간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다. 무언가 끝이 나면서 새로운 시작이 준비되는, 조용한 재정립의 시간이다.
" 참된 사회일수록 언제나 고독과 가까워지듯, 가장 뛰어난 연설은 결국 침묵으로 마무리된다. - 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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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 동안 나는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자극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 결과, 내 내면에서 수많은 연결이 이루어졌고, 넘쳐나는 감정과 생각들로 인해 정신없이 붐비고 있었다. 토요일, 나는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붙잡고 하루 종일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평소 관심이 없던 주제 속에서도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나의 말들 속에서 마치 내가 내가 아닌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 대화 끝에는 어딘가 혼란스럽고 복잡했던 내 마음이 조금씩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
이는 자연스레 나의 그림작업으로도 이어졌다. 새롭게 들어온 영감들은 스케치북 위에 또 다른 형상으로 나타났다. 그림 작업이 진행될수록 내가 나누었던 대화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선명해지면서, 나는 그림에 단순히 나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그 대화 속에서 나와 연결된 상대의 감정까지 담아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일요일이 찾아오자, 나는 나 혼자만의 작업실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말없이, 그저 나 자신과 침묵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전날 나눈 대화들은 여전히 내 안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다. 새로운 인풋들이 내 안으로 다시 들어오고 있음을 느끼기도 했다. 수면의 상태처럼, 흩어진 정보들이 정리되고, 소중한 것들은 나의 깊은 곳에 저장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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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새로운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나는 차분한 마음으로 새로운 시드니의 시간을 맞이하며, 새벽의 루틴을 시작하려 한다. 이번에는 인풋과 아웃풋을 동시에 시도해보려 한다. 들어오는 자극들을 그때그때 즉각적으로 처리하고, 나의 반응을 주저하지 않고 표현해 볼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운타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은 언제나처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 이 휴식은 나에게 필수적이니까.
나 자신을 실험해보려 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그리고 언제 멈추어야 할지를 관찰하고 탐구해보려 한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냉정히 뜯어보려 애쓰기보다는, 생각의 흐름에 따라 펜을 놀리면서 생각자체를 그대로 그려내려고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때그때의 생각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 가장 뛰어난 표현이다. - 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