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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Oct 06. 2024

사라진 2시, 새롭게 얻은 시간

내 몸은 늘 그렇듯, 알람 없이도 새벽 3시가 되면서 스스로 깨어났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달랐다. 내가 눈을 뜬 순간, 시계는 이미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순간 마치 늦잠을 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은 단지 기분일 뿐, 사실 나는 시간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시드니의 시간이 새벽 2시에 변화했고, 어느새 썸머타임이 시작된 것이었다. 평소 같으면 3시여야 할 그 시간이, 오늘은 4시로 변해 있었다. 시드니의 2시가 사라진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히 나의 하루를 1시간 앞당긴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과 시드니의 시차에도 변화를 주었다. 한국과의 차이는 이제 1시간 더 벌어져 2시간 차이가 되었다. 익숙하던 차이가 더 벌어지면서, 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더 멀어진 듯한 느낌까지 받고 있다. 


24시간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고 하지만, 오늘 나에겐 그중 1시간이 사라진 것이다. 이로 인해 오늘은 23시간뿐인 하루가 되었고, 내년 4월 썸머타임이 끝나면 그때서야 다시 잃어버린 2시를 찾아, 그날 하루가 25시간으로 채워질 것이다. 


시간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에도 벌써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한국 시간에 맞춰 글을 발행하고, 독서 모임을 하던 시간 역시 변화했다. 그 변화는 벌써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아주 미세하지만 분명하게 느끼고 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새벽 3시에 눈을 뜨고, 브런치 글을 발행할 테니, 새벽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더 많아진 셈이다. 이제는 기존의 3시간이 아닌 4시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와 천체들 사이에 아무런 방해 없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필요(주1)하다면, 이번 시간 변경은 마치 새벽의 한 시간이 나에게 조용히 선물로 온 듯하지만, 주어진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그 시간을 온전히 활용(주2)해야 한다는 것 역시 내개 각인시켜본다.


호주에 온 지 6년 동안, 썸머타임이 매번 오고 갈 때마다 내 시간은 임의로 변경되었다. 그 시간에 나를 맞추려 애쓰곤 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이번 시간 변경은 마치 나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기회처럼 느껴진다. 내년 4월에는 다시 그 새벽의 한 시간을 밤시간에게 양보해야 하지만, 새벽의 1시간은 나에게 오후의 몇 시간만큼보다 더 귀중한 작업 시간으로 다가오기에, 지금 이 순간은 그 시간을 소중하게 다룰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의 시간이 된 셈이다.


- 새벽은 창의적인 영감이 잘 떠오르는 시간대이므로 생각을 자유롭게 펼쳐볼 수 있겠다. 더 많은 시간을 브런치 글쓰기에 쏟을 수도 있을 것이며, 창의적인 작업을 위한 브레인스토밍 시간을 추가로 가질 수도 있다.


- 조용한 새벽 시간은 하루를 준비하며 마음을 다스리기에 최적의 시간이니, 일기를 써볼 수도 있겠다. 영어일기를 쓰면 영어공부에도 도움이 되니, 이 또한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 


- 몸이 깨어나면 정신도 맑아져서 더 효율적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으니, 짧은 스트레칭이나 요가 같은 운동을 통해 몸을 깨울 수 있겠다.


사라진 2시는 지금 당장 되찾을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해 더 큰 깨달음과 가능성을 얻은 듯하다. 새벽의 한 시간에서 오는 새로운 여유와 집중력은 내 일상과 작업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나의 성장에 더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 변화들은 마치 작은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리며, 차츰차츰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힘을 제공할 것이다.






(주1) 월든, 핸리 데이비드 소로, 믿음사

(주2) 명상록: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현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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