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시내에 가면 항상 들르는 곳이 있다.
타운홀역에 위치한 대형 서점이다.
그 안에 들어서면 무수한 이야기들과 작가들의 생각들이 나를 에워싸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니, 나는 이곳에서 만큼은 나의 일상을 멈추고 그곳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시간이 여유로울 때는 서점의 여러 코너를 천천히 돌며, 북디자이너로서, 다양한 분야의 책 표지를 살펴본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할 때는, 일러스트를 그리는 사람으로서, 반드시 들르는 곳이 바로 일러스트레이션 관련 코너다. 이곳에서 나는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한 책을 더 자세히 훑어보는 편이다. 단순히 그림만이 그려진 책이 아니다.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들이다.
그들의 작품과 삶을 담은 책들을 넘길 때마다, 나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일러스트는 단순한 예술의 한 형태가 아니라, 그 안에 수많은 생각과 감정, 그리고 철학이 담겨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철학적 의미를 추구하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이야기에 끌리는 것이다. 그들의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그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시각을 세상에 표현하고 있는가에 대한 깊은 통찰인 듯하다. 나는 그들이 걸어온 길과 그들이 품은 생각을 이해하고 싶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그들 역시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과 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깊은 연결감을 느끼게 된다.
" 이런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가장 뛰어난 경지에 이른, 대개 천재라고 일컫는 사람들이다. 이런 천재들만이 사물의 존재와 본질을 온전하고 절대적으로 자신에게 이입하여 그것을 이해한다. 이후 자신의 견해를 개인 성향에 따라 예술, 시 또는 철학의 형태로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 쇼펜하우어 "
나도 이러한 과정으로 가는 중인 듯하다.
요즘의 나는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에 있다. 그리고 그 과정과 함께 진행되고 있는 일러스트 작업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다른 글에서도 썼지만, 나는 여러 번 일러스트를 그리기를 뒤집고 처음부터 다시 그리고 있다. 이는 나의 성장과 함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1-2주는 좀 더 특별한 작업을 하고 있다. 글 속에 숨겨진 의미들을 깊이 있게 해석하고 분석하는 중이다. 어쩌면 동화작가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담긴 그만의 숨겨진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나만의 직관, 경험, 지혜를 더해 나의 그림 이야기로 표현하려고 노력 중이다. 숨겨진 의미를 하나둘씩 발견할수록, 내 그림에 담길 메시지가 무한히 확장되고, 그로 인해 내가 그리고 있는 동화 속 세계가 점점 더 풍부해지고 다층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업의 중심에는 '사람'에 대한 깊은 관찰이 있다. 나 자신을 이해하며,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자연스럽게 내 일러스트에 스며들고 있다. 그 결과, 동화 작가의 이야기뿐 아니라, 내가 전하고자 하는 더 많은 이야기와 세상에 대한 나의 깨달음이 일러스트에 함께 담기는 듯하다. 이는 그림을 통해 사람과 세상에 대한 깊은 연결을 표현하는 과정이다.
* 어제 작업한 일러스트의 일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