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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Dec 23. 2024

루틴과 창조 사이

[영국을 가기로 했다. 루틴 시작!] Ep.4


이러한 특별한 목표를 계기로 새로운 루틴을 추가한 지, 60일이 되어간다. 


새로운 루틴을 시작하며, 매일 반복되는 일정이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고 낯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나의 하루를 구성하는 하나의 음악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음악은 마치 피아노 연주와도 같았다.





처음 피아노를 배울 때, 건반 하나하나를 누르며 음을 확인하고 자리를 익히는 것에서 시작한다. 손가락 하나하나를 어떤 순서로 사용하는지를 배우며, 어색하고 서툴지만 한 음씩 소리를 내본다. 루틴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하루의 구성과 미션들이 마치 새로운 건반처럼 느껴진다.


알람 소리가 하루의 시작을 알릴 때, 그것은 마치 건반을 누르며 나는 첫 음과 같다. 그리고 매일의 작은 성취는 나에게 특별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손가락 끝에서 전해지는 진동처럼, 루틴을 완수했을 때의 감동은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울려 퍼진다. 그것은 단순한 뿌듯함을 넘어, 내 안에 숨어 있던 전율의 진동을 깨우는 순간이다.




ㅡㅡ

피아노의 건반에는 흰건반과 검은건반이 어우러져 있다. 이 조화는 마치 우리의 하루와도 같다. 하루를 성실히 보낸 뒤 마주하는 깊고 고요한 밤은, 검은건반이 주는 독특한 울림과 닮아 있다. 밤 사이 정리된 생각과 꿈에서 얻은 새로운 영감은, 다음날 새벽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건반을 누를 때의 미묘한 반올림처럼, 하루와 하루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도, 또 한 번의 성장을 선사한다. 


하얀 건반은 일상 속 반복되는 리듬을, 검은건반은 새로운 가능성과 도전을 상징하며, 이 둘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나의 삶은 고유한 선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월요일은 첫 번째 하얀 건반처럼 어색하고 무겁다. 새롭게 시작하는 부담감 속에서도 새로운 곡을 연주하기 직전의 설렘이 스며 있다.

- 화요일은 월요일의 여운을 이어받아 조금 더 안정감 있게 흐른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점점 멜로디가 구체화되는 시점이다.

- 수요일은 검은건반이 사라졌다. 살짝 이질적이고, 주 중반의 고비를 상징한다. 하지만, 온전히 하얀 건반뿐인 하루. 좀 더 안정된 모습으로 하루에 집중할 수 있다. 

- 목요일은 다시 하얀 건반으로 돌아와 주말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준비된 손가락으로 연주를 이어가듯 우리의 하루도 점점 더 익숙해진다.

- 금요일은 또 다른 검은건반처럼 특별한 리듬을 더한다. 주말을 앞둔 들뜬 마음이 이 날의 음표를 더욱 생기 있게 만든다.

- 토요일은 맑고 힘 있는 하얀 건반처럼 자유롭고 즐겁다. 원하는 곡을 연주하며, 감정이 해방되고 멜로디가 풍부해진다.

- 일요일은 피아노 곡의 마지막 음처럼 고요하고 차분하다. 한 주를 되돌아보며, 다음 주를 준비하는 여운을 남긴다.


이렇게 하얀 건반과 검은건반이 어우러져 하나의 곡을 완성하듯, 나의 일상도 각기 다른 하루들이 모여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건반 없이 완벽한 곡이 없듯, 하루하루가 모여 나의 인생이라는 음악을 만들어간다.




ㅡㅡ

루틴은 반복이지만, 단순한 반복으로 끝나지 않는다. 7개의 음계가 한 옥타브씩 올라가며 전혀 다른 음색을 들려주는 것처럼, 이번 주의 루틴과 다음 주의 루틴은 다르다. 매일 같은 작업을 반복하더라도, 점차 익숙해지고 발전하며, 새로운 깊이와 의미를 더해간다.


수많은 연습 끝에 모든 건반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되면, 과거의 실수와 부족함조차도 멋진 음악의 일부가 된다. 뒤돌아보며 성찰하고, 과거에서 배운 교훈은 현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그 결과,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로 연결되며 나만의 음악, 나만의 루틴 시스템이 완성되어 간다.





그렇게 루틴 속에서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다 보면, 창조의 세계에 자연스레 빠져들게 된다. 루틴의 반복 속에서 나 스스로 성찰하며 발전하지만, 창조는 그 성찰의 결실을 보여주는 과정이다. 나만의 루틴 시스템은 이 두 요소를 조화롭게 연결하는 다리와 같다.


지난 2-3주간, 새벽 시간 무언가에 몰두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예전처럼, 하루 한 편의 글로 하루의 시작을 하는 대신, 그 시간은 새로운 영감으로 매일매일 색다른 하루를 여는 순간들이었다. 새벽의 고요 속에서 탄생한 생각은 나의 디자인으로, 나의 그림으로, 나의 삶으로 더 넓고 깊게 뻗어나갔다. 그 시간들은 그야말로 창조의 시간이었다.


어느 날, 나는 내가 만든 루틴 시스템을 다시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것은 나의 하루와 삶을 연결하는 하나의 작품이었다. 피아노 연주처럼, 루틴은 나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창조였다. 루틴을 수정하고 발전시키며, 나는 하루에 한 번씩 무언가를 창조하는 "1일 1 창조"의 철학을 새롭게 받아들였다. 나만의 새벽루틴은 이러한 철학을 조금씩 담아가고 있다. 사명과, 신념과,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의 삶'이 있다.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그렇게 새벽의 시간은 매일, 나를 하루 한 가지 작은 창조로 이끌었다. 거대한 작품을 만드는 순간은 아니더라도, 매일 무언가를 창조하다 보면, 어느새 내 삶을 단단히 떠받치는 나만의 시스템이 구축되는 느낌이다. 이는 내가 지금 집중하고 있는 '나만의 세계'를 형성하는 과정과 다름없다. 그렇게 나의 하루는 창조로 이어지고, 그 작은 조각들은 언젠가 거대한 작품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피아노 연주와 루틴, 그리고 삶. 이 모든 것은 결국 나만의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다. 매일의 작은 노력과 성취가 모여 나만의 멜로디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멜로디는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나는 앞으로도 나만의 루틴이라는 음악을 완성해갈뿐이다. 그러니, 루틴을 단순한 반복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이다. 창조의 예술이다.





2024년 12월 23일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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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nah Jung 아티스트 정근아의 포트폴리오 & 블로그, the Me 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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