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영국여행 EP.01
이 이야기는 내가 20살이던 시절,
처음으로 영국을 찾았던 순간에서 시작된다.
30년 전, 가족들과 함께 떠난 유럽 여행은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국까지 다섯 나라를 방문하는 패키지여행이었다. 10일이라는 짧은 일정 동안 각 나라에서 머문 시간은 제한적이었지만, 유럽의 풍부한 문화와 역사, 건축과 예술을 마주하며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새로워졌다. 그 여행은 내 인생의 방향을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바꿔놓았다.
그중에서도 영국에서의 일정은 단 1박 2일. 런던의 대표 관광지를 빠르게 훑어보는 데 그쳤고, 어디까지나 ‘들렀다 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떠나는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아쉬움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조용히 확신했다.
‘언젠가 나는 반드시 다시 영국에 오게 될 것이다.’
그런 예감은 단지 여행의 여운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러 나라를 거치며 받은 인상들 가운데, 영국이 내게 남긴 여운이 가장 강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어느 날,
2025년의 나에게 그 순간이 찾아왔다.
“지금이다!”
갑작스럽게 번뜩이는 직감과 함께
나는 망설임 없이
2주 후에 출발하는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엔 충동적인 결정처럼 보였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마치 오래전부터 정교하게 짜여진 것처럼,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정확하게 맞물려 돌아갔다.
그리고 그 정교한 흐름의 중심에는, 오래전부터 조용히 나를 이끌어온 여러 겹의 꿈들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랜 시간 마음속에 머물러 있던 그 꿈들을 따라,
이제 나는 천천히 그 이야기를 펼쳐보려 한다.
내면 깊이 숨겨진 확신을 말하라. 그것이 곧 보편적인 진리가 될 것이다. 가장 내적인 것은 때가 되면 반드시 가장 외적인 것으로 드러나고, 우리의 첫 번째 생각은 결국 최후의 심판의 나팔 소리와 함께 우리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 랄프 왈도 에머슨 (주)
[꿈을 만나러 영국에 가다]
동화 『We’re Going on a Bear Hunt』 의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를 만나기 위해, 나는 어느 날 갑작스레 7박 10일의 영국 여행길에 올랐다. 그 여정은 30년 전 품었던 오래된 꿈을 다시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런던과 옥스퍼드의 풍경 속에서, 그리고 작가와의 대화 속에서 나는 젊은 날의 나와 마주했다. 그때의 설렘과 '지금의 내'가 이어지는 순간들, 그 기록을 이 브런치북에 담는다.
2025년 9월 13일 - 22일
매주 월요일, 수요일, 일요일 발행
(주) Ralph Waldo Emerson, [Nature: Self-Reliance] Penguin Books, 2003
"Speak your latent conviction, and it shall be the universal sense; for the inmost in due time becomes the outmost,—and our first thought is rendered back to us by the trumpets of the Last Judg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