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브랜딩, 나만의 여정을 기록하다.
저는 호주에 5년째 살고 있는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입니다. 본 글은 1인기업가로의 저의 출발이자 저의 브랜드 '더미그나'의 창조과정을 리얼하게 공개하는 글이므로 1편부터 읽어나가시길 권해드립니다.
나는 호주에서 살면서도 원어민 영어 과외를 받는다. 이것은 아들이 영어로만 소통하게 되는 환경이 놓이게 되었기에, 일단은 내가 ‘아이의 언어’를 먼저 배워야 했다. 나에게는 호주의 축약된 발음들이 외계인어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튜터 다니엘은 케네디의 연설문을 가져왔다. 나에게 대통령들의 파워 있는 연설을 연습시키기 위함이었다.
We choose to go to the moon. We choose to go to the moon in this decade and do the other things, not because they are easy, but because they are hard, because that goal will serve to organise and measure the best of our energies and skills, because that challenge is on that we are willing to accept, one we are unwilling to postpone, and one which we intend to win, and the others, too.
우리는 달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는 달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쉽기 때문에 달에 가기로 결정한 게 아니라,
정말로 어렵기 때문에 달에 가기로 결정한 겁니다.
우리는 이 어려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갖고 있는 모든 에너지와 기술을 활용할 겁니다.
우리는 기꺼이 이 목표를 받아들일 겁니다.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은 목표입니다.
반드시 이뤄내고 말 겁니다.
또한 다른 도전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연설문의 문장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며 - 툭 치면 툭 나올 수 있을 때까지- 영어 발음과 스피치 연습을 했다. 2주간 이어진 연습이었다.
슬슬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가 진심으로 나에게 전달이 되는 느낌이 들면서, 나는 연설문의 모든 내용을 내 마음에 품게 되었고 실제 케네디의 연설 영상을 찾아봤다.
맞다. 내가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이, 그가 달착륙을 원했던 것과 같은 일이지 않을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한 도전. 그럼에도 믿음과 확신으로 꽉 차 있는 상태. 누군가는 불가능이라고 말하며 무시할 수도 있는 그런 도전. 하지만, 케네디가 저 연설을 한 지 6년이 지나고, 실제로 미국은 달착륙에 성공했다.
나도 그러할 것이다. 뒤늦게 시작하는 디자인 회사. 하지만, 달처럼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가 나를 이끌고 가는 대로, 나는 나를 맡기기로 했다. 그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가 로고 디자인이었다.
브랜드 명에는 나만 존재한다.
한글 이름의 근아.
영어 이름의 Kunah.
그리고 이 이름들이 품고 있는 그 나, the ME.
이렇게 내가 찾은 이름의 의미들이 있고, 내가 새롭게 의미를 둔 새로운 말도 있지만, 로고를 만든다는 것은 ’나와 너‘를 연결한다는 의미를 더해야 할 것이다.
그러하기에 나는 나를 제대로 표현하면서,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을 어떤 방법으로, 어떠한 색으로 표현할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의 방향은 점점 나를 ‘책, 그림전시 그리고 사람들’에 다가가게끔 흘러가줬다. 책을 읽고, 그림을 보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속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나에 대한 탐색'이라는 주제에 나는 자연스럽게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나는 나를 그 탐색속에 마구 던져나 봤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여러 가지 영감들은 ‘온전히 나를 드러내라’의 답으로 모아졌다.
내가 이미 나에게 집중해서 나를 표현하고자 했는데, 그 영감들조차도 나를 온전히 드러내라 하니. 로고에 어떠한 이미지의 추가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브랜드명에 나만 존재하듯이,
나의 로고에도 오로지 나만 있어야 한다.
그럼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좋아하는 시다.
이 시가 나를 말해준다.
You are not your age.
Nor the size of old clothes you wear,
You are not a weight,
Or the color of your hair.
You are not your name,
Or the dimples in your cheeks,
You are all the books you read,
And all the words you speak,
You are your creaky morning voice,
And the smiles you try to hide,
You’re the sweetness in your laughter,
And every tear you’ve cried,
You’re the songs you sing so loudly,
When you know you’re all alone.
You’re the places that you’ve been to,
And the one that you call home,
You’re the things that you believe in,
And the people that you love,
You’re the photos in your bedroom,
And the future you dream of,
You’re made of so much beauty,
But it seems that you forgot,
When you decided that you were defined,
By all the things you’re not.
~e.h (주1)
당신은 당신의 나이가 아닙니다.
또한 입는 옷의 크기도 아니며,
당신의 몸무게도 아닙니다.
머리카락의 색 또한 아닙니다.
당신의 이름도 아니며,
볼의 주근깨도 아니고,
당신이 읽은 모든 책,
그리고 당신이 말한 모든 말입니다.
당신의 아침에 나오는 허스키한 목소리,
그리고 숨기려고 하는 미소,
당신의 웃음 속의 달콤함,
그리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
혼자 있는 줄 알고 크게 부르는 노래,
당신이 다녀온 곳들,
그리고 당신이 집이라고 부르는 곳,
당신이 믿는 것들,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
당신의 침실 사진,
그리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
당신을 당신이 아닌 것들로 정의하려고 할 때, 당신은 잊고 있는 듯합니다.
당신은 너무나 많은 아름다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에린 한슨
==> 다음 편에는 실제, 로고 디자인 작업의 과정을 공유합니다.
(주1) 이 글은 미국의 시인 및 저자인 Erin Hanson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Erin Hanson은 "e.h." 또는 "e.h. poet"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인터넷을 통해 시와 인용구를 공유하는 데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