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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 하셨어요?

아침전쟁

by JULIE K Dec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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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입니다. 식사는 하셨어요?


언제 들어도 듣기 좋은 인사말이다. 하루의 시작을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으며 맞이하는 아침은 쾌하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무엇을 드셨나요?


근 14년째 하는 고민이 있다. 아침엔 대체 무엇을 먹어야 할까? 속이 좋지 않아서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식사를 거르지 않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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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만 하며 살 수는 없을까?



사실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었다. 항상 늦은 새벽시간에 뇌의 스위치가 켜지고 활성화되면 각종 창의적인 일들을 해 왔었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그 시간에 홀로 깨어 있으면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했던 시절은 정말 행복했었다.


그 당시 부모님과 빚었던 단 하나의 마찰은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해서 늘 아침식사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있었다. 미라클 모닝을 꾸준히 실천하고 계시는 부모님의 아침은 언제나 동이 트기 전부터 분주하고 바쁘다. 오전 5시에 기상하시면 가벼운 맨손체조로 하루를 시작하신다. 요트에 간단한 과일과 견과류를 드시고 생선 또는 고기, 각종 반찬들을 쭉 나열하고 빠지지 않는 국과 함께 차린 정갈한 한 상을 꾸준히 드신다. 이른 시간부터 9첩 반상을 차려서 먹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고귀한 식사시간에 늘 함께 하지 못했던 나는 죄인이었다. 몸을 생각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대로 사는 삶의 방식은 집안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약 10년 후 우연히 TV에서 본 의사 선생님께서 하신 단 한마디로 나의 죄의식은 말끔히 씻겨져 내려갔다.


"아침식사는 꼭 아침에 먹는 것이 아닙니다. 내 신체가 깨어나서 처음 먹는 끼니가 아침식사인 거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세요. 나의 생활 패턴에 맞춰서 삼시 세끼 잘 챙겨서 드시면 됩니다."


아~~~~~~!! 신이시여~~!!


나의 젊은 시절의 죄를 사하는 한줄기의 빛이요, 희망이었다.


이미 나의 생활패턴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침형 인간으로 바뀐 뒤였지만, 과거의 나 자신이 가졌던 괴로웠던 마음들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고... 마음 한 구석에 구져진 종잇장이 되어 내팽개쳐져 있던 것을 다시 꺼내서 반듯하게 다리미질을 해주며 위로를 받았다. 


마음이 한층 가벼워진 나는 귀찮아서 끼니를 거르기도, 때론 대충 아무거나 집히는 대로 꾸역꾸역 쑤셔 넣던 아침식사를 건강을 생각해서 조금씩 신경 쓰기 시작했다.



문제는 아이들의 아침 메뉴에 있었다.


아이들과의 아침시간은 늘 전쟁으로 시작한다. 이유식을 먹지 않으려고 도망가는 녀석들을 앉혀놓고 각종 재주를 부려가며 식사를 유도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다.


녀석들이 유년기 시절에는 감사하게도 주는 대로 잘 먹었었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나물이나 콩자반 같은 것도 잘 먹었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은 맛있다며 한 사발 뚝딱 마셔버린다. 아이들이 맛있게 잘 먹어 주면 힘이 절로 나고 그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다. 가장 많이 집밥에 신경 쓰고 다양한 음식들을 했던 시절이었다.


녀석들이 초등학생이 되자 하나둘씩 입맛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뭐라도 꼭 먹이고 학교에 보내고 싶었던 나는 뭐든 먹으면 된다는 생각에 시리얼과 토스트를 대신해서 줬었다. 녀석들이 좋아하는 잼을 빵에 발라주고 우유를 마실 수 있으니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죄책감을 덜어주었다. 새로운 아침 메뉴에 다행히도 녀석들의 반응은 좋았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작심하고 '잉글리시블랙퍼스트'를 차려준 날 있었다. 녀석들이 좋아하는 소시지와 에그스크램블, 양송이버섯, 토마토를 맛있게 구워서 한 상 거하게 차려줬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엄마표 서양식 아침메뉴에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맛있게 잘 먹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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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소스 하나면 안 먹던 야채도 잘 먹지요.


국밥 좋아하는 청소년 입맛은 아재.국밥 좋아하는 청소년 입맛은 아재.


국밥, 만둣국 등 간단하게 밥을 말아서 후루룩 먹을 수 있는 메뉴도 잘 먹는다. 하지만 이러한 메뉴들을 돌아가면서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기계라면 지치지 않고 매일 세끼를 차려낼 수 있겠지만 인간이기에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가 생각해 낸 것 바로 '식판에 아침을 차려주는 것'다. 반찬을 쭉 꺼내 놓아도 어차피 안 먹는다는 것을 알기에 식판에 먹을 만큼 덜어서 놓으면 그래도 먹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작했다. 음식을 골고루 먹일 수 있고 간편하게 계란만 부쳐서 상을 내면 되니 이른 아침 수고를 덜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차린 식판을 받아 들고 돌아온 첫마디는


"아, 너무 많잖아... 이걸 어떻게 다 먹으라고!"


하는 짜증 섞인 말이었다.


참... 아이러니하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음식은 두 그릇 세 그릇 많이 먹는데 싫어하는 음식 앞에서는 꼭 양이 많다며 투정을 부린다.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매일 아침 학교까지 차로 등교시켜주고 있다. 그렇게 해가 뜨기 전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되었다. 그 짧은 시간에 음식을 하고 나갈 채비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나의 사정은 오직 나만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녀석은 오늘도 밥이 많다면서 꼬락서니를 부렸다. 원하는 대로 새 모이만큼 펐는데도 양이 많다며 생떼를 썼다. 식판에 음식을 담으면 양이 많아 보인다며 말도 안 되는 해명을 주저리 늘어놓는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네가 원하는 대로 양도 줄여서 줬잖아. 유치원생도 저거보단 많이 먹을걸? 아침마다 일어나서 상 차리는 게 쉬운 줄 알아? 기껏 건강 생각해서 차려줬는데 너는 단지 반찬들을 먹기 싫은 거잖아. 앞으로는 너 스스로 차려먹고 가. 그리고 제부터 그만 쫓아다닐 테니까 학교도 혼자 가고!"


결국 참았던 분노가 폭발해 버렸다. 한껏 쏘아붙여대고 나면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걱정부터 앞선다. 약은 챙겨 먹었는지,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학교까지 잘 갈 수 있을지, 출근 시간이라 버스에 사람도 많을 텐데...


날도 추운데 지금이라도 시동을 걸까? 아, 아니다. 마음 약해지지 말자.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걱정을 애써 꼬깃꼬깃 접어서 내팽개쳐 버렸다.


"죄송합니다." 


라며 연신 사과하는 녀석의 마음을 모른 채 했다.


"대체 1분도 안 지나서 죄송하다고 할 거면 애초에 왜 죄송할 짓을 하는 거야? 이걸로 며칠 전에도 대판 싸웠는데... 그래서 원하는 대로 한주먹도 안되게 퍼줬잖아?"


녀석은 그냥 내가 꺼낸 반찬들이 먹기 싫은 것이다. 손주 걱정에 할머니가 종종 해주시는 멸치볶음, 시금치무침, 콩자반, 미역줄기, 고구마줄기 등... 영양가 높은 음식들이 그냥 먹기 싫은 것이다.



오늘 하루 내가 무엇을 먹는지에 따라 미래의 건강이 결정된다. 그것을 나는 너무 늦게 알게 되었다. 편식이 심했던 나 역시 먹고 싶은 것만 먹으려 하면서 엄마 속을 엄청 썩였었다.


그 결과 마흔이 넘은 이 나이에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커피도 홍차도 못 마시게 되었다. 뼈저리게 깊이 반성했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지금부터라도 건강을 생각해서 먹는 것에 신경 쓰는 일뿐이었다.


지나고 나서 후회 한 들 아무 소용없고 너무 늦어버리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아이들과 매일 같이 음식 전쟁을 하고 있다. 녀석들이 좋아하는 서양음식 해주고 갈등을 최소화시킬 수도 있지만 편식은 좋지 않다.

누군가를 위해 정성껏 요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누군가를 위해 정성껏 요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나는 요리사가 아니다. 요리 연구가는 더더욱 아니다. 그렇기에 주방에 있는 시간이 항상 즐겁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주방으로 출근하는 이유는 오로지 가족의 건강 때문이다. 그렇기에 매일같이 식사 메뉴를 정하는 것이 고통스럽다. 


오늘 저녁엔 또 무얼 해야 하나... 아들과 한바탕 싸운 날에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해주고 싶지 않다. 그래도 매 끼니를 먹어야 하는 시간은 돌아오니까 나는 또다시 주방으로 들어가야 한다.


오늘 여러분의 아침 식사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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