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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K Aug 14. 2024

햄버거가 건강한 음식이라고?

햄버거가 제일 좋아요!

견디기 힘들었던 무더운 여름도 지나가고 있다. 여전히 덥지만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다고 느낄 때가 가끔씩 있었다. 짧고 강렬했던 우리의 여름방학도 끝이 보인다. 이번주만 잘 버텨보자.


방학이 시작됨과 동시에 우리는 주 1회 햄버거를 먹었다.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집에서 먹었지만 너무 덥거나 지친 날에는 가끔씩 외식도 했다.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음식이 뭔지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햄버거요!"


단 0.1초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 아이들은 대체 왜 그렇게 햄버거를 좋아할까?


녀석들이 어릴 때는 햄버거를 사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라면, 과자, 탄산음료 등 굳이 먹어서 도움이 되지 않는 음식은 사주지 않았다.


'어차피 크면 다 먹게 되는데 그냥 먹고 싶어 할 때 주는 거지 뭐."


먹는 것에 딱히 제한을 두지 않는 엄마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주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어차피 크면 다 먹게 되는데 조금이라도 늦게 먹는 게 좋지 않아?"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친구들을 만나면 어쨌든 다양한 음식에 노출된다. 그렇기에 굳이 나서서 사주지 않았을 뿐이다. 뒤늦게 햄버거에 흠뻑 빠진 아이들은 그동안 먹지 못한 한풀이라도 하듯 매일같이 햄버거를 찾았다.


제주도에 가면 그곳에서 유명한 햄버거 가게를 찾았고 여수에 가면 또 그곳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햄버거를 찾았다. 녀석들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했다.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


"오늘은 몸에 좋은 건강한 음식 어때요?"


"그게 뭔데?"


"야채도 들어있고 탄수화물도 있고 단백질도 있고 모든 영양소가 다 들어있는 햄버거 어때요?"


맙소사!!


햄버거를 정의하는 사춘기 소년의 논리는 틀린 것이 없었다.


내가 해주는 밥 빼고 뭐든지 잘 먹는 아들.. 녀석은 먹는데 흥미를 못 느낀다. 알약 하나만 먹고 배부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항상 입버릇처럼 말했다. 좋아하는 음식도 조금만 먹으면 쉽게 질린다고 했다.


아들이 안 먹어서 고민하자 사람들은 그냥 먹고 싶어 하는 거라도 실컷 먹게 하라고 한다. 그래서 내 주관을 포기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마구마구 사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것이 '햄버거'다.


다른 음식을 좋아하면 안 될까?


혼자만의 갈등 뒤로한 채 오늘도 아들과 햄버거를 사러 갔다. 언젠가는 먹는 즐거움을 알게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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