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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렐레 Dec 25. 2023

혼자 사는 나는 누구일까?

40대 여자4람, 혼자 4는 이야기

이 브런치북은 한마디로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를 보여주기 위한 자전적 에세이이다.

오늘은 내 이야기를 쓰는 공간이니 가장 먼저 나에 대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40대 여자4람, 혼자 4는 이야기' 제목 그대로 40대 독거녀에 MBTI는 ISFJ, 청주에서 혼자 살고 있다.



○ 독거녀의 노후준비

여행을 좋아했지만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근무할 당시엔 주 6일 근무였고 1년 중 여름휴가 3일 말고는 연달아 휴가를 쓰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3일 휴가로는 성에 차지 않은 나머지 1년 일하고 퇴직금으로 여행 가고 다시 1년 일하고 퇴직금으로 여행 가는 식의 2,30대를 보냈다.  


내 인생을 잘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30대 초반까지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지만 30대 중반이 되자 점점 친구들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너 맨날 이렇게 여행 다니면 나중에 폐지 주우면서 살 거야?"


각종 매체에서 노후 준비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하고 나이가 들면서 조금만 무리하면 손목과 허리에 통증이 나타났다. 몸으로 먹고사는 직업이다 보니 '남편,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내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평생 목수로 열심히 일하셨지만 잊을 만하면 사기를 당하는 착한 아빠와 가끔씩 남의 집 일 해주고 병원 가는 걸로 마무리되는 엄마에게 얹혀살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 내가 모아 놓은 돈도 없고... 고민 끝에 '나의 노후준비는 60살까지 일 할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으로 정했다. 그리고 근무하면서 틈틈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운 좋게 다음 해에 의료기술직 9급으로 임용이 되었다. 내 나이 39살 되기 2달 전이었다.


하지만 60살까지 일할 수 있는 회사일지라도 내가 그만둬서 정년까지 일 할 수 없을 수도 있는 건데 수험생 시절엔 너무 간절했던 나머지 미처 그 부분을 고려하지 못했다. 물론 공무원시험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평생 공무원에 대한 환상과 미련을 가지고 살았을 것이고 병원에서 일하는 것보다야 근무 조건이 좋으니 후회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더 행복한 삶을 위해 공무원 대신 내 노후를 책임져줄 다른 직업을 찾고 있는 중이다.




○ 비혼이지만 비혼주의자는 아닙니다

결혼은 왜 안 해?라고 물으면 참 난감하다.

내가 결혼을 안 해야겠다는 굳을 결심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세월이 진득하니 있질 않고 흘러갔을 뿐이다. 그래서 왜 안 하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럴 땐 그냥 "제가 좀 이기적이라서 그런가 봐요."라고 답한다. 

그럼 상대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이기적이란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인가? 그럴 때마다 묘하게 기분이 나빠진다.


나에겐  11년 사귄 남자친구가 있지만 결혼예정은 없다.

내가 처음 사귀자고 고백한 날도 이렇게 말했다.

"나 결혼 생각은 없는데 얼신(남자 친구 애칭. 16살 연상이라 오빠라는 말이 잘 안 나온다) 여자친구 하고 싶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우린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고 상대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연인이란 이름으로 강요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솔직히 '남자 친구가 이럴 땐 이렇게 해 주면 얼마나 좋아?' 라며 가끔 섭섭해할 때도 있지만 나 또한 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부분이 있을 테니 피차일반이라 생각하고 그냥 넘기거나 술을 마시면서 그땐 섭섭했었다고 얘기하고 털어버리곤 한다.

서로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 이것이 우리가 11년 동안 싸우적도 없이 가족처럼 또는 제일 친한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는 비결인 듯하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렵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오늘 소개한 별로 특별하지 않는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소개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오롯이 나와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좋은 지도.

물론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니 내가 사는 방식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 '혼자서도 잘~ 논다.', '나도 이렇게 한번 놀아볼까?' 하고 가볍게 읽어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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