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십대 여자4람, 혼자 4는 이야기
이 브런치북은 한마디로 '나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를 보여주기 위한 에세이이다.
가장 먼저 이 책의 주인공인 나에 대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난 '4십대 여자 4람, 혼자 4는 이야기' 제목 그대로 청주에서 거주 중인 40대 독거녀다. 그밖에 나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로는 10년 넘게 장기연애 중, 보건소 직원, 안면인식장애, 개인주의, 시간강박, ISFJ, 맥주 등이 있다.
○ 물리치료사로 근무한 2,30대
여행만이 내 삶의 이유라고 생각했던 젊은이 시절.
내가 힘들게 번 돈과 다신 돌아오지 않을 젊음이라는 시간을 자손번식을 위해 사용하기보단, 여행에 투자하는 것이 나에게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근무할 당시엔 주 6일 근무에 여름휴가 3일 말고는 연달아 휴가를 쓰는 것이 불가능했다.
해외여행은커녕 1박 2일 국내여행을 가더라도 토요일 1시에 퇴근하고 출발하면 여행지 도착해서는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그날 일정이 끝나버리곤 했다.
'남들 다하는 주 5일 근무를 왜 나는 못하는 걸까?'
내 시간, 여행에 대한 집착 또는 갈망은 점점 더 커졌고 그 결과 1년 일하고 퇴직금으로 여행 가고 다시 1년 일하고 퇴직금으로 여행 가는 식의 2,30대를 보냈다.
○ 뒤늦은 노후준비
내 인생을 잘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30대 초반까지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넌 진짜 멋있게 사는 거 같아"
하지만 시간이 흘러 30대 중반이 넘어가자 친구들의 반응이 부러움에서 걱정으로 바뀌어갔다.
"이렇게 맨날 퇴직금으로 여행 다니면 나중엔 폐지 주우면서 살 거야?"
나 역시 나이가 들면서 손목과 허리에 통증이 나타나고 몸으로 먹고사는 직업이다 보니 '남편이랑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내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어차피 모아놓은 돈도 없고, 고민 끝에 '나의 노후준비는 60살까지 일 할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으로 정했다. 환자가 없는 틈틈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운 좋게 다음 해에 의료기술직 9급으로 임용이 되었다. 내 나이 39살 되기 2달 전이었다.
○ 미처 몰랐다
시험준비를 할 때는 너무 간절해서 몰랐다. 60살까지 일할 수 있는 회사일지라도 내가 그만두면 끝이라는 걸. 그렇게 밥먹듯이 병원을 그만둬놓고 공무원을 그만둘 거라는 선택지는 내 머릿속에 없었다.
물론 안정적인 직업이고 그렇게 원하던 주 5일 근무다. 육아시간에 육아휴직, 가족 돌봄 휴가까지.. 아이 키우기에도 좋아 보인다. 문제는 솔로인 나는 4시가 되면 텅 빈 사무실을 보며 역차별을 받는 기분이 든다는 거지만..
물론 공무원이 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병원을 그만둘 때처럼 미련 없이 의원면직을 하겠다는 용기가 생길 만큼의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 비혼이지만 비혼주의자는 아닙니다
결혼은 왜 안 해?라고 물으면 참 난감하다.
내가 결혼을 안 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세월이 진득하니 있질 않고 흘러갔을 뿐이다. 그래서 왜 안 하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럴 땐 그냥 "제가 좀 이기적이라서 그런가 봐요."라고 답한다.
그럼 상대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이기적이란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인가? 그럴 때마다 묘하게 기분이 나빠진다.
나에겐 12년 사귄 남자친구가 있지만 결혼예정은 없다.
내가 처음 사귀자고 고백한 날도 이렇게 말했다.
"나 결혼 생각은 없는데 얼신(남자 친구 애칭. 16살 연상이라 오빠라는 말이 잘 안 나온다) 여자친구 하고 싶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우린 함께한 시간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상대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연인이란 이름으로 강요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솔직히 '남자 친구가 이럴 땐 이렇게 해 주면 얼마나 좋아?' 라며 가끔 섭섭해할 때도 있지만 나 또한 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부분이 있을 테니 피차일반이라 생각하고 그냥 넘기거나 술을 마시면서 그땐 섭섭했었다고 얘기하고 털어버리곤 한다.
서로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 이것이 우리가 12년 동안 싸우지 않고 가족처럼 또는 제일 친한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는 비결이다.
○ 브런치를 시작하며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렵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오늘 소개한 별로 특별하지 않은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소개하고 싶었다. 그리고 오롯이 나와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좋은 지도.
물론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니 내가 사는 방식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 '혼자서도 잘~ 논다.', '나도 이렇게 한번 놀아볼까?' 하고 가볍게 읽어 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