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에는 피해자들만 남겨지는 아이러니

1호선 민달팽이 이야기

이대리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빌라 전세 사기사건도 목격했다.

이 대리의 회사에 근무하는 꽤 많은 사람들은, 회사에서 30~40분 거리에 있는 신도시에 많이 살았다. 그 신도시는 편리한 교통과 좋은 학군으로 젊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며 '유망 투자지' 로 유튜브에도 자주 등장했다. 대기업 S사의 직원들이 그 신도시에 많이 산다고들 했고, 빌라와 오피스텔에는 늘 계약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대리가 알게 된 옆 부서의 박 차장도 그 신도시의 신축 빌라에 전세로 들어갔다고 했다. 노총각에 연고도 없이 회사 근처 허름한 원룸에 살았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빌라로 옮겨야 할 것 같다며 사내 대출도 받았다고 했다.


그 해 꽤 많은 직원들이 신도시의 신축 빌라 전세 보증금을 구하려고 사내 대출을 많이 신청했다고 했다. 그래서 꽤나 치열한 심사를 거쳤다며, 사내 대출이 승인된 후 박 차장은 기분턱이라며 이대리에게도 커피를 샀다. 그게 벌써 1년 전이었고, 그 사이 박 차장은 주식과 코인에 투자해서 자산을 불렸다며 이제 빌라가 완공되면 신도시로 이사갈거라고 했다.


그렇게 웃던 박 차장의 모습을 뒤로하고, 며칠 뒤 뉴스에는 신도시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보도되었다. 전세에 압류가 걸린, 깡통 전세 상태로 집주인이 사망해서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대리는 그 뉴스를 보았을 때 설마 박 차장이 그와 관련되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옆 부서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며칠 뒤, 팀장은 침울한 얼굴로 박차장이 전세사기 피해자가 되어 출근하지 못했다고 했다.


상황은 나빴다. 전세보증보험에 가입이 되지 않았던 박차장의 전세 보증금은 돌려받기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문제는 그 전세 사기의 가해자가 소위 말하는 '빌라왕' 이었고, 이 대리의 회사 내에도 몇 명의 피해자가 더 있다고 했다.


다른 협력업체에는 이 문제로 인해 자살시도를 한 사람들도 여럿 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고, 분위기는 더욱 뒤숭숭해졌다. 그러던 중 회사 블라인드에는 인사팀의 만행을 고발한다며 글이 올라와서 더 난리가 났다.


인사팀에서 직원들의 '동향 파악'이라는 이유로 각 팀마다 팀장들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를 입었는지, 최근 어려움은 없는지 물어보라는 지시사항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피해자들에게는 '2차가해'로 느껴지게 했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인사팀을 비난했다. 그리고 블라인드의 글이 퍼날라지면서, 뉴스 기사에도 이대리의 회사 인사팀이 2차 가해를 시도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전세 사기의 범인은 따로 있는데, 적절치 않은 대응이었다는 이유로 사내 징계는 인사팀 담당자가 받게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을 보면서, 이 대리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화가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화의 방향이 어디로 튈 지 모를 때, 사람들은 물고 뜯을 사냥감을 찾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사냥감이, 만만한 인사팀 직원이 되었다.


전세 사기 문제는 그 후로도 한참, 해결되지 않았다. 아니, 해결될 수 없었다. 수많은 피해자와 애먼 인사팀 담당자 징계, 그리고 퇴사를 남기고 갔다.


이전 13화TV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한 회사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