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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수 할배 Aug 03. 2024

장학금을 받았다   

(32화) 1년에 한 번씩 2년간

자비심은 이중으로 축복받은 것으로.

주는 자와 받는 자를 함께 축복한다.

미덕 중에 최고의 미덕이다. 

셰익스피어


대학생이 되니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부산교육대학에 입학할 당시에는, 장학금에 대하여는 들은 바가 없었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대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대학교에 가면 경제적인 면을 해결할 방법이 있다는 걸 모른 채로 입학하였다. 


1980년 여름 방학기간 동안 RNTC로 군사훈련을 받은 후 교회 청년대회(수련회)에 참여하였다. 그러다 보니 아르바이트 기간이 짧아서, 돈을 벌었지만 학비와 생활비로 모자랐다 그래서 일주일을 더 영업하기로 하였다. 당시에 나는 교회에서 부산스테이크(교구)의 청년회장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부산스테이크장이던 민 회장님이 서울에 다녀오라고 권유하셨다. 미국의 교회본부에서 한국 교회의 역원(교회에서 업무를 맡은 성도)들을 훈련시키러 방한하는데, 나에게 그 훈련에 다녀오라고 하였다. 1박 2일 정도 일정으로 기억하는데. 학비에 필요한 돈을 벌어야 하는데..... 고민하다가 서울 모임에 참석하기로 하였다. 


서울에 다녀와서 생활비를 버느라 2학기의 개강하는 주에 결석하였다. 둘째 주에 등교하였더니 급우들이 지도교수가 찾는다고 말하였다. 그분께 가서 인사드렸더니 장학금에 대하여 말씀을 하셨다. 알고 보니 부산광역시에서는 해마다 부산시 소재 대학교에서 한 명씩을 추천받아 장학금을 지급하였다. 


내가 추천된 이유는 아마 남학생 중에서는 성적이 가장 좋아서 그랬을 것으로 추측한다. 내가 부산시청에서 거행된 장학금전달식에 가야 하는데 개강 직후에 그 소식을 듣지 못하여 전달식에 참석하지 못하였다. 휴대폰이 없었던 당시의 연락체계가 요즈음과는 달리 느렸다. 주중에 시청을 방문하여 장학금 10만을 받아서 대학본부의 '학생과' 직원분에게 전해드렸다. 잠시 후 학장님 실에서 장학금을 정식으로 전달받는 간단한 의식을 하였다.


지금 회상해 보니 당시에는 대학 교수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선 지도교수님과 학장님께도 첫 주 결석에 대하여 사과드리고, 장학금을 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렸어야 했다. 그런 인사를 했었더라면 그분들도 보람을 느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직원분께도 감사드리지 못했다. 


재정적인 어려움은 2학년 때도 이어졌다. 교재를 구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학교생활은 열심이었다. 혼자서 봉사활동을 하였는데, 새벽 7시경에 등교하여 한 시간 동안 도서관 1층의 열람실을 청소하였다. 중간고사 직후부터 기말고사까지 하루에 한 시간씩. 그리고 오르간실도 청소했다. 교육대학에는 오르간실이 있었다. 음악관 옆의 1층 건물, 좁은 방에 오르간이 한 대씩 놓여있고 방음 처리하였다. 


하루는 오르간을 연습하다 보니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어느 날 새벽에 등교하여 모든 오르간실을 청소하였다. 아마 오르간실이 생긴 이후로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은 것처럼 매우 고운 가루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한 달쯤 뒤에 오르간실을 한번 더 청소하였다. 오르간실은 혼자 청소하기에는 힘이 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공간이었다. 꾸준히 청소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했다. 우리 학교에 봉사서클인 ‘로타렉트’가 있었고 그 회장이 친구였다. 그 친구에게 말하여 도서관과 오르간실 청소를 그 동아리가 맡기로 하였다. 


2학년이 된 어느 날, 내가 동창회장 장학금 수혜자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산교대는 이전에 부산사범을 이어받은 대학이다. 부산사범 출신으로 행정 관료를 지낸 최두열(호는 청암) 동창회장님이 개인 재산으로 후배들을 위하여 장학금을 마련하였다. 내가 2학년이던 1981년이 청암장학금을 처음으로 전달한 해였다. 1학년과 2학년에서 각 5명씩 총 10명이 장학금 10만 원씩을 받았다. 전달식장에 가보니, 학년별로 한 줄씩 서있는데 2학년 가운데 남학생은 나 혼자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같은 학년 440명 중에서는 유일하게 부산광역시장의 장학금을 받았고, 다섯 명이 받는 동창회장 장학금의 첫 수혜자였다. 부산시와 동창회장에게 감사드린다. 


Mercy is twice blest:
It blesseth him that gives and him that takes.
'Tis mightiest in the mightiest.

 William Shakespe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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